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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이상화와 박태환 금빛 질주 도운 음악의 과학

등록 2014-05-20 10:25수정 2014-05-20 10:26

경기 전날 클래식, 직전엔 빠른 템포 곡으로
소뇌에 자극 줘 손발 리듬감 활성하는 효과

인간은 협화음을 좋아합니다. 침팬지도 협화음을 선호하고 불협화음을 기피한다는 사실이 일본 규슈 대학 스기모토 타수쿠, 고바야시 히로미 등의 연구에서 밝혀졌죠 (지난 회 글 참조: http://plug.hani.co.kr/appsong/1753688)

또 인간은 직립보행을 합니다. 침팬지도 직립보행은 아니지만 인간에 가장 가까운 동물답게 두 다리로 서는 능력이 다른 동물들에 비해 높습니다. 손으로 기다란 막대기 등 도구를 사용해 벌레같은 것들을 나뭇구멍에서 꺼내어 먹기도 하구요.

인간과 침팬지의 음악에 대한 이해능력이 다른 동물들과 우월적 차이를 보이는 것은, 어쩌면 이러한 보행 능력 내지 손을 사용하는 능력과 깊은 관계가 있을지 모릅니다. 나이든 사람들에게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악기를 배우라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 해당되는 것이겠죠.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의 저자이자 영국 레딩대학에서 초기 선사시대를 가르치는 ’인지 고고학자‘ 스티븐 미슨( Steven Mithen) 교수는 인류의 직립보행이 음악을 낳았다고 주장합니다. 인간이 두 발로 직립보행을 하려면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보다 세밀한 두 발 사이의 거리 조절 능력이 필요하고, 또 달리기까지 하려면 두 발이 왔다가다 교차하여 움직이게 하는 시간 감각과 박자, 리듬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죠.

뇌과학에 따르면 음악가는 보통 사람들에 비해 소뇌가 더 크다고 합니다. 현대 인지생물학에서 소뇌는 음 사이의 거리인 리듬을 인식하는 역할을 한다고 하니까, 직립보행을 시작한 인간이 제대로 걷기 위해 리듬감을 발전시키고 북과 같은 타악기를 만들어 음악의 시초로 삼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는 것이죠.

바로 여기에서 이상화와 박태환이 경기 전 음악을 듣는 이유와의 인체생리학적 접점이 생겨납니다. 2014년 소치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금메달을 목에 건 이상화 선수는 경기 전 신나는 노래를 많이 듣는다고 말했습니다. 경기 전날 마음이 진정이 안될 때에는 클래식을 듣기도 한다고 했구요.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 수영 종목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딴 박태환 선수도 경기 전 음의 재생이 뛰어난 고급 브랜드의 헤드폰을 쓰고 곡목은 자기만의 비법이라 밝힐수 없다며 한국 댄스음악을 들었다고 장르만 살짝 얘기해 줬죠.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는 미국의 힙합 가수 영 지지, 릭 로스, 제이지의 노래를 경기 직전에 즐겨듣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들이 경기 직전 들었던 빠른 템포의 음악들이 그들 소뇌에 자극을 주고 리듬감을 활성화시켜, 그들이 팔과 다리를 더욱 더 정교하고 활기차게 규칙적이고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하여 금메달을 따도록 하는 데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스포츠심리학을 전공한 체육과학연구원(KISS) 김용승 박사는 쇼팽의 ’군대행진곡 (Polonaise Militaire)‘, 베토벤의 ’전원(Pastoral)‘, 비발디의 4계 중 ’봄‘(La Primavera) 등의 음악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쇼팽의 ’군대행진곡‘은 라단조(A Minor)에 3/4 박자로 빠르기가 알레그로 콘브리오(Allegro Con Brio), 즉 씩씩하고 빠르게 연주되는 곡입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yf4zgfUqPpI)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은 바장조(F Major)에 4/4박자로 빠르기가 알레그로(Allegro)로 표제가 ’천둥과 폭풍우‘로 되어 있을 만큼 빠르게 격정적으로 연주되는 곡입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dbfa86bTD34)

 

비발디의 4계 중 ’봄‘(La Primavera)은 마장조(E major)에 4/4박자로 빠르기가 알레그로(Allegro)로 연주되도록 하여 새들이 지저귀고 만물이 생동하는 느낌을 잘 표현한 곡입니다.(http://www.youtube.com/watch?v=l-dYNttdgl0)

적어도 이 3곡만 놓고 보자면 선수들의 경기력에 도움을 주는 데에는 장조냐 단조냐, 3/4 박자냐 4/4박자냐 보다는, 알레그로냐 모데라토냐 하는 노래의 빠르기가 좀 더 중요해 보입니다.

김형찬기자 chan@hani.co.kr

http://plug.hani.co.kr/appsong/176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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