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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노래는 시대를 타고…진화하는 음악

등록 2014-05-22 17:49수정 2014-05-22 17:50

개인적 사랑은 장르와 사운드의 다양성으로
사회적 발언은 메시지·고유 형식미로 새롭게
아들 윌리를 안고 있는 찰스 다윈. 한겨레 자료사진
아들 윌리를 안고 있는 찰스 다윈. 한겨레 자료사진
진화론을 주장한 찰스 다윈은 성선택설을 통해 음악의 기원을 설명합니다. 그는 “아마도 인간의 조상은 남자였든 여자였든 아니면 둘 다였든 서로에 대한 사랑을 정교한 언어로 표현하는 힘을 갖기 전에는 음악적 선율과 리듬으로 상대방을 매혹시키려 애썼던 것 같다”고 말합니다.

1871년 출간한 ‘인간의 기원과 성에 관한 선택 (The Descent of Man and Selection in Relations to Sex)’에서 다윈은 새들의 노래에 대해 10페이지, 인간의 음악에 대해 6페이지나 할애해, 새들의 노래가 자기 짝이 될만한 상대에게 자신을 선택해 달라고 부르는 메시지이며 상대방 새는 그 노래를 통해 노래를 하는 새가 건강하고 자손 번식에 유리하다는 점을 판단해 짝짓기에 응하는 것이라 주장합니다. 새들이 주로 번식기에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천적들에게 노출 될 위험을 무릅쓰고 끈질기게 지저귀는 건 생식을 위한 것이란 얘기입니다. 그는 인간들의 음악 역시 새들과 같은 성선택을 통해 진화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의 주장을 유추하여 생각해보면 인간에게 있어 음악이란 것은 자신의 DNA를 후대에 남기는 데 중대한 역할을 하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불가결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다윈은 음악을 상당히 좋아했는데요, 청년시절 캠브리지 대학에서 공부할 때 종종 킹스 칼리지를 찾아 몇 시간 동안 교회 성가대의 음악을 들었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음치였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전날 들은 노래의 선율을 기억하는 것도 힘들어 했고 가락을 제대로 따라서 흥얼거리지도 못했지만 모짜르트와 헨델, 베토벤의 교향곡이나 서곡 등을 상당히 즐겨 들었다고 합니다. 저녁 때에는 쇼팽에게서 피아노를 배운 숙련된 피아니스트였던 아내 엠마가 연주하는 피아노곡들을 소파에 기대어 듣곤 했다고 하네요.

미국 뉴멕시코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진화심리학계의 대표주자 제프리 밀러(Geoffrey F. Miller)는 다윈의 성선택설을 발전시켜 음악의 진화를 설명합니다. 지표(indication)와 미학적 드러내기 (aesthetic display)라는 두 가지 열쇳말을 통해 성선택설을 확장시키는 것이죠.

공작의 꼬리가 바로 그 적절한 지표에 관한 예입니다. 커다란 크기의 공작 꼬리는 그들의 자손에게 강한 생존능력을 전달할 좋은 유전자를 제공하고 신체가 건강하며 훌륭한 양육 기술을 가졌음을 드러내는 표시라는 것입니다.

미학적 드러내기에 관해 밀러는 그의 동료 피터 토드와 그렉 워너의 연구를 인용합니다. 그들은 성선택 모의실험을 ‘짝 선택에 있어서의 음악적 복잡성과 다양성의 진화 모델 (model the evolution of musical complexity and variety under mate choice)’로까지 확장시키는데, 이 모의실험에서 성선택에 있어 좀 더 복잡한 음향 배열이 선호 되며, 개인과 세대를 거쳐 이러한 복잡한 음향 배열은 상당한 정도의 다양성을 계속해서 선보인다는 점을 발견해냈다고 합니다.

새들은 지저귀는 멜로디의 수가 더 많은 수컷 새의 노래에 더 빨리 배란하고, 어떤 새들은 기본적인 소리에 바탕하여 멜로디를 새로 만들고 변형시켜 정교하게 노래를 부르는 개체가 짝짓기 성공률이 훨씬 더 높다고 합니다. 인간이 참신한 음악에 더 끌리고 더 오래 기억하는 것과 마찬가지란 얘기인 거죠.

위와 같은 음악진화론을 적용해보면 한국에서도 또다른 형태의 음악적 진화가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승환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0HFGfDXVa20)
이승환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0HFGfDXVa20)

윤영배 ‘위험한 세계’ (https://www.youtube.com/watch?v=tdUpAZL7VE0)
윤영배 ‘위험한 세계’ (https://www.youtube.com/watch?v=tdUpAZL7VE0)

4.19혁명을 노래한 한태근의 `진달래꽃‘ (https://www.youtube.com/watch?v=-mHGqKGHth8)
4.19혁명을 노래한 한태근의 `진달래꽃‘ (https://www.youtube.com/watch?v=-mHGqKGHth8)

김지하 작사 조념 작곡 김광석 노래 ’녹두꽃‘ (https://www.youtube.com/watch?v=6sslTPouYYI )
김지하 작사 조념 작곡 김광석 노래 ’녹두꽃‘ (https://www.youtube.com/watch?v=6sslTPouYYI )

이상화 작시, 변규백 작곡, 노래를 찾는 사람들 노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https://www.youtube.com/watch?v=MIRqIJqdQNw)
이상화 작시, 변규백 작곡, 노래를 찾는 사람들 노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https://www.youtube.com/watch?v=MIRqIJqdQNw)

 

얼마 전 가수 이승환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헌정곡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를 발표했습니다. 또 김창완, 윤일상, 유희열, 윤민석, 임형주 등의 작곡가와 가수들은 세월호 참사 추모곡을 만들고 불러 애도의 뜻을 표했구요. 2008년 미국산 광우병 소고기 파동 땐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스스로 노래들을 만들어 불렀고 2009년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사고 때는 이현우 등의 음악가들이 자연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며 노래를 만들어 수익금을 기부하기도 하였습니다.

1980~90년대엔 안치환이 ’솔아 푸르른 솔아‘ ’철의 노동자‘ `광야에서’를 불렀고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사계’를 노래했습니다. 김종률이 ‘님을 위한 행진곡’을 만들어 5.18 광주민중항쟁을 기렸구요. 1960~70년대엔 김민기의 `아침이슬‘을 부르며 시민들이 피끓는 저항정신을 보여주었습니다. 송창식의 ’고래사냥‘, 한태근의 ’진달래‘, 변규백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조념의’ 녹두꽃‘,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 등도 불의에 항거하는 노래로 많이 불려졌습니다. 좀 더 멀게는 1890년대엔 동학농민혁명에서 민요 `파랑새’가 불리우기도 했죠.

개인적 사랑을 노래하는 음악들은 다양한 장르와 새로운 사운드 등을 통해서, 민주주의와 민족, 자유, 평화, 평등, 환경, 이웃, 사회 등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는 노래들은 메시지와 나름의 고유한 형식미를 통해서 새로움과 다양성이라는 ‘진화’의 중요한 요소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물론 이승환의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싶다’와 윤영배의 ‘위험한 세계’ 등에서처럼 위 두 개의 흐름이 눈에 띄게 합쳐져 흐르는 모습들도 계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김형찬기자 chan@hani.co.kr

▶김형찬의 앱으로 여는 음악세상 http://plug.hani.co.kr/appsong/1762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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