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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인간의 노래 새의 노래

등록 2014-06-05 18:17수정 2014-06-05 18:19

흉내 내거나 따라 부르는거나 음악 맞춰 춤
인간은 뇌 속 거울뉴런이 비밀…새에게는?
다윈의 아내이자 피아니스트 엠마(위 사진-출처:위키미디어)가 다윈을 위해 연주해주곤 했다는 헨델의 음악 중 필자가 임의로 뽑은 D 마이너 피아노 모음곡(Handel - Suite in D minor, HWV 428 (Ragna Schirmer) https://www.youtube.com/watch?v=beOR7q3Rzxw
다윈의 아내이자 피아니스트 엠마(위 사진-출처:위키미디어)가 다윈을 위해 연주해주곤 했다는 헨델의 음악 중 필자가 임의로 뽑은 D 마이너 피아노 모음곡(Handel - Suite in D minor, HWV 428 (Ragna Schirmer) https://www.youtube.com/watch?v=beOR7q3Rzxw

찰스 다윈은 “인간은 언어 능력을 가지기 훨씬 전부터 음악을 만들고 감상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이 때문에 우리는 미묘하게 음악의 영향을 받고 있는지 모른다. 세상의 초창기 모든 게 흐릿했던 시절 우리의 영혼에 새겨진 몽롱한 기억들이 남아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음악을 사랑했던 다윈은 진화론을 주장했고, 그가 진화론을 성립시키는데 있어 갈라파고스 제도의 핀치새를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새들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러한 새와 인간 사이에는 몇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번째 공통점은 지난 번 글(http://plug.hani.co.kr/appsong/1762995)에서 살펴 본 것처럼, 성선택을 위하여 상대방 성에게 새롭거나 다양한 노래로 구애를 한다는 점입니다.

두번째 공통점은 인간이 다른 인간의 노래를, 새가 다른 새의 노래를 흉내 내거나 따라 부른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세번째 공통점은 어떤 인간들과 어떤 새들은 음악의 리듬에 맞춰 기가막히게 춤을 춘다는 점입니다.

인간도 그렇거니와 새들도 다른 개체의 노래를 흉내 내거나 따라 부릅니다. 그냥 자기 자신만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개체의 노래를 비슷하게 흉내 내어 따라 부른다는 점에서 성선택을 위한 것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흉내 내거나 따라 부르는 노래는 새롭지 못하고 다양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성선택에서 손해를 볼 확률이 높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인간이나 새들은 왜 다른 개체의 노래를 앵무새처럼(!) 흉내 내거나 따라 부르는 것일까요? 아주 중요한 힌트가 인간의 뇌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거울 뉴런(Mirror Neuron)’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탈리아의 신경심리학자인 리촐라티(Giacomo Rizzolatti) 교수는 파브리 데스트로( Fabbri-Destro))와 작업한 ‘거울 뉴런 시스템( THE MIRROR-NEURON SYSTEM)’ 논문에서 한 원숭이가 다른 원숭이나 주위에 있는 사람의 행동을 보기만 하고 있는데도, 원숭이 자신이 움직일 때와 마찬가지로 활성화 되는 원숭이 뇌 속의 뉴런들을 발견했습니다. 사람이 물을 마시는 행동을 하면, 그것을 보는 원숭이의 뇌에도 물 마시는 행동을 할때 켜지는 뉴런들이 거울처럼 따라서 켜지는 것이죠.

자료출처 : http://www.nature.com/nrn/journal/v7/n12/fig_tab/nrn2024_F1.html
자료출처 : http://www.nature.com/nrn/journal/v7/n12/fig_tab/nrn2024_F1.html

사람에게도 ‘거울 뉴런’이 있습니다. 위의 그림에서 오렌지색 화살표는 뒤쪽 상측두구(뒷부분 위쪽 측두엽의 홈처럼 파인 부위 posterior STS : superior temporal sulcus)에서 보낸 시각적 정보가 거울뉴런 시스템(부리 모양의 아래쪽 두정엽 (Rostral IPL: the inferior parietal lobule) )으로 가는 것을 나타내고, 빨간색 화살표는 운동에 관련된 두정엽쪽의 거울 뉴런 시스템(MNS)의 정보가 행동의 목적과 연관된 앞쪽 거울 뉴런 시스템(뇌 안쪽 전 운동피질 ventral PMC: premotor cortex))으로 향하는 것을 나타내며, 까만색 화살표는 흉내 내기 운동 지시의 복제를 나타내는데 이 복제된 흉내 내기 지시는 위쪽 상측두구(STS)로 돌아가 관찰된 행동의 형태와 그 행동을 감각으로 예측해서 흉내 내기 위한 계획이 딱 맞아 떨어지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자료출처 : http://scienceblogs.com/mixingmemory/2006/10/02/auditory-mirror-neurons/
자료출처 : http://scienceblogs.com/mixingmemory/2006/10/02/auditory-mirror-neurons/

위의 fMRI (기능성 자기공명 영상) 사진에서 보듯 피아니스트가 피아노를 치고 있을 때 발화하는 뉴런과 피아니스트가 그저 연주를 듣기만 하는데도 켜지는 거울 뉴런의 위치는 상당히 비슷합니다.

인간에게 있어 이 거울 뉴런 시스템은 대단히 중요해 보입니다. 일단 갓난 아이들은 엄마나 아빠가 물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는 행위를 보고 거울 뉴런을 통해 따라 하며 자기 자신도 물을 마시고 음식을 먹게 됩니다. 이것은 하나의 개체로서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아주 중요한 부분이 되겠죠. 노래의 경우 아이들은 어른들이 부르는 노래들을 따라 부르면서 음의 높이와 음색, 선율, 리듬, 음의 조직된 구성 등을 무의식중에 배우며 감정 전달 수단으로서의 음악에 대해 직접 몸으로 깨달음을 얻게 될 것입니다.

사람이 내는 소리의 주파수대를 알게 되어 그 주파수 바깥의 소리들, 이를테면 쏜살같이 달려오는 자동차 소리나 짐승의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면 위험을 느끼고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행동을 취하게 되기도 하겠죠. 거기에 더해 ‘ABC송’이나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같은 노래들을 따라 부르며 지식을 얻게 되기도 할 것입니다. 한마디로 교육에 있어 중대한 역할을 하는 거죠.

거울 뉴런은 또 인간이 다른 인간들과 정서적 교감을 갖고 집단 속에서 유대 관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단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교우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자폐증상을 보이는 사람들과 일반 사람들의 뇌 반응을 살펴보면 거울 뉴런이 인간 사이의 유대감에 끼치는 영향을 추정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자료출처: http://amasianv.wordpress.com/2012/10/26/david-byrne-explains-the-neuroscience-of-music-and-mirror-neurons-but-skips-the-skepticism/
자료출처: http://amasianv.wordpress.com/2012/10/26/david-byrne-explains-the-neuroscience-of-music-and-mirror-neurons-but-skips-the-skepticism/

다른 사람의 얼굴 표정을 따라 해보는 실험에서 일반 사람들의 뇌는 기능성 자기공명영상 (fMRI) 사진 a에서와 같이 거울 뉴런들이 활발히 반응을 하고 반면 자폐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사진 b에서처럼 정상인들에 비해 거울 뉴런들이 덜 활성화 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여러 학설에 따르면 새들도 인간처럼 같은 종들간의 유대 관계를 위해 다른 개체의 소리를 흉내 낸다고 합니다. 호주의 금조 (lyrebird )는 빽빽한 우림 속에서 같은 종의 개체들과 접촉을 유지하고 고립되지 않가 위해 서로의 지저귐을 흉내 낸다고 합니다.우림 속이라는 서식지의 특정한 상황 속에서 접촉을 유지하기 위한 방식이라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어떤 새들은 다른 종 특유의 지저귐을 흉내 내어 마치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이 지역에 살고 있는 듯한 착각을 줘서 다른 잠재적 침입자들을 쫓아 내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를 ’보 제스트‘ 효과라고 하는데 행동생태학자 J.R. 크렙이 소설가 P. C. 렌의 소설 ’보 제스트 Beau Geste‘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하네요. 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 프랑스 외인부대원들이 생존을 위해 적들에게 마치 많은 수의 외인부대원들이 있는 것처럼 속임수를 썼던 데서 유래한 것입니다. 박새 (parus major) 종류들이 이러한 ’보 제스트‘ 전략을 구사한다고 합니다.

호주 까치( australian magpie)는 개 짖는 소리를 내는 ’짖는 올빼미(Ninox connivens)‘나 ’부북 올빼미(Boobook‘ 같은 포식자들의 소리를 흉내 내서 다른 종류의 새들을 쫒는다고 합니다.

비단털여새 (Phainopepla nitens)는 포식자가 나타났을 때, 또다른 포식자의 소리를 흉내 내어 포식자의 주의를 흐뜨러트려 도망갈 기회를 얻어낸다고 합니다.

호스필즈 구릿빛 뻐꾸기(horsfield’s bronze cuckoo 아래 두 번째 사진) 새끼는 굴뚝새의 일종인 슈퍼브 페어리 렌 (Superb Fairy-wren아래 첫번째 사진)의 둥지에 부모에 의해 몰래 넣어진 뒤 슈퍼브 페이리 렌의 새끼 소리를 흉내내어 먹이를 얻어 먹으며 살아남는다고 합니다.

같은 이유에서든 다른 이유에서든 인간과 마찬가지로 새들도 다른 개체들의 노래 소리를 흉내 냅니다. 인간이 거울 뉴런을 통해 소리나 몸짓을 흉내 낸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과는 달리, 새들이 어떤 기관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다른 개체의 지저귐을 흉내 내는지는 아직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밝혀지진 않은 것 같습니다. 거울 뉴런을 비롯한 인간의 뇌에 대한 연구도 아직까지는 걸음마 단계에 지나지 않은 상황이니까요.

하지만 인간의 뇌뿐만이 아니라 새들의 뇌에도 분명 자연의 섭리의 한 자락을 밝혀 줄 단초가 숨어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내가 나와 다른 누군가의 노래를 따라 부른다는 아주 사소한 일에는, 우리가 단지 모르고 있을 뿐 그 속에 아주 커다란 우주의 신비가 살아 숨쉬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처럼 말입니다.

김형찬기자 chan@hani.co.kr

▶김형찬의 앱으로 여는 음악세상 http://plug.hani.co.kr/appsong/1762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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