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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동물들, 유대감 위해 목소리 따라한다

등록 2014-07-02 10:06수정 2014-07-02 10:08

발성 기관이나 뇌의 구조 상당히 달라도
동족들로부터 떨어져 있을 때 흉내 발성
타고르 탄생 153주년을 맞은 7일 낮 서울 한남동 인도문화원에서 직원들이 타고르 시낭송회를 준비하며 타고르의 얼굴 그림을 벽에 걸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타고르 탄생 153주년을 맞은 7일 낮 서울 한남동 인도문화원에서 직원들이 타고르 시낭송회를 준비하며 타고르의 얼굴 그림을 벽에 걸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한국은 동방의 등불”이라는 말로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져 있는 인도의 수필가, 극작가, 시인 타고르(1861~1941, 1913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는 “음악은 두 영혼 사이의 무한을 채운다”라고 말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존재와 존재가 맺는 관계 속에서의 크레바스보다도 훨씬 더 깊은 심연을 채우는 음악의 충만한 힘을 잘 표현해주는 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번 글에서 언급한 사육사의 목소리를 따라 발성하는 코끼리 코식이나, 물범 후버 등의 동물들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그들의 다른 동족들이 야생 상태에서 내는 소리와는 전혀 다른 주파수의 소리를 발성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코끼리나 물범뿐만 아니라 큰돌고래(bottlenose dolphin)나 앵무새 등도 같이 지내는 다른 종류의 동물들의 소리를 따라하고 범고래(Killer whale)도 어린 나이의 경우에 한해 무리와 떨어졌을 때 범고래 아닌 다른 동물들의 소리를 흉내 낸다고 합니다.

 

이러한 여러 동물들의 흉내 발성(Vocal mimicry)은 그들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동족들로부터 떨어져 다른 동물과 관계 맺음을 하게 되었을 때 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영국 캠브리지대학교 심리학과 로라 켈리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특히 사람에 의해 양육되는 경우 많이 발생한다고 하죠.

사람과의 관계맺음 속에서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커다란 심연 속에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그 소리를 따라 발성하면서 그 끝 모를 간극을 메워 유대감을 쌓아간다는 뜻일 겁니다.

사진출처 http://paperandplanes.wordpress.com/2011/07/22/zebra-finch/
사진출처 http://paperandplanes.wordpress.com/2011/07/22/zebra-finch/

흉내 발성은 당연히 같은 종류의 동물들 사이에서도 발생합니다.

금화조(錦花鳥 Zebra Finch 위 사진)의 경우 어린 수컷 새끼는 태어난 지 25일 가량 되었을 때부터 아빠가 노래하는 것을 듣고 그 소리의 몇 가지 기억들을 틀지운다고 합니다. 30일쯤 되면 그 소리에 대한 기억의 틀을 따라 엉성하고 서투르게 발성하면서 아빠의 노래와 비교하며 점차 소리를 가다듬어 가고, 70일쯤 되면 거의 완벽하게 같은 노래를 부르게 된다고 하네요.

아래의 그래픽을 보시면 처음에 옹알거리던 아기 새의 음파 파형이 빨간 밑줄 쳐진 a, b, c 에 이르게 되면서 아빠 새의 음파 파형과 거의 비슷해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픽 출처 http://www.nbb.cornell.edu/goldberg/
그래픽 출처 http://www.nbb.cornell.edu/goldberg/

 

흉내 발성에 있어서 특이한 점은 동물에 따라 발성기관이나 뇌의 구조가 상당히 다른 데도 이뤄진다는 점입니다.

바다표범 종류들은 일반적인 포유류의 발성관을 가지고 인간과 비슷한 후두 (Larynx)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물범 후버처럼 훈련을 통해 사람의 소리를 따라합니다.

하지만 사람의 말소리를 흉내 내는 앵무새의 경우 포유류와 크게 다른 뇌 구조를 가지고 있고 시링크스 (syrinx)라고 하는 조류 특유의 울음관은 사람의 그것과 매우 다릅니다.

로고시 같은 흰돌고래(Beluga)도 인간의 발성기관 구조가 다르고 대뇌피질 또한 인간과 달리 매우 얇습니다. 심지어 사육사의 말을 따라하는 코끼리 코식이마저도 윗입술이 코와 합쳐져 긴 코가 됐기 때문에 입술을 둥굴게 모아야 소리 나는 모음을 발성할 수 없는 소리생성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팝스타일의 블루스록으로 유명한 미국 밴드 플리트우드 맥(Fleetwood Mac)의 노래- 송 버드(Songbird) 동영상 출처 http://www.youtube.com/watch?v=C_JdKJQPS9I
팝스타일의 블루스록으로 유명한 미국 밴드 플리트우드 맥(Fleetwood Mac)의 노래- 송 버드(Songbird) 동영상 출처 http://www.youtube.com/watch?v=C_JdKJQPS9I

그렇게 많은 장애물들이 거대한 심연으로 관계 사이에 가로놓여 있는데도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은 사람의 목소리를 따라합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유대감을 위한 것이라면 왜 하필 몸짓도 눈짓도 아닌 소리인 것일까요?

김형찬기자 chan@hani.co.kr

▶김형찬의 앱으로 여는 음악세상 http://plug.hani.co.kr/appsong/1819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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