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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금화조, 흉내뿐 아니라 구애의 노래 ‘작곡’

등록 2014-07-15 17:26수정 2014-07-15 17:27

노래 부르는 새는 일반 새와 뇌 구조 달라
자료출처:  과학학술지 ’네이처“  http://www.nature.com/nrn/journal/v7/n5/fig_tab/nrn1904_F2.html
자료출처: 과학학술지 ’네이처“ http://www.nature.com/nrn/journal/v7/n5/fig_tab/nrn1904_F2.html

중국 고대의 사상가이자 도가(道家)의 시조인 노자(老子)는 대음희성(大音希聲), 음성상화(音聲相和) 즉 “커다란 음악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음악과 소리는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커다란 음악(大音)은 문자 그대로 소리가 안 나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이지 않은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음악으로서, 인간이 의미를 부여한 소리(聲)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 말한 것이죠. 음악과 소리에는 우주의 섭리가 숨어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음악은 인간들 속에서도 자연 속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든 쉽게 들을 수 있는 그 음악들 속에는 적게는 수만 년에서 많게는 수십억 년에 걸쳐 켜켜이 쌓여온 우주와 자연의 원리가 들어있는 것입니다.

최근 ’유진 구스트만‘이라는 13세 소년의 지능을 가진 컴퓨터가 인공지능 판별 테스트로 알려진 ‘튜링 테스트(Turing Test)’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5분간의 대화를 통해 33%의 심사위원단이 진짜 인간이라고 판단하게 만드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하죠. 하지만 거꾸로 뒤집어 보면 수십여 년에 걸친 컴퓨터 과학의 성과를 집대성해 만든 인공지능 ’유진 구스트만‘에 대해 67%의 심사위원단은 자연인이 아닌 인위적으로 만든 가짜 인간이라고 판단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즉, 사람들과 맥락에 맞게 대화한다는 건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현상을 자연이 아닌 인간의 손으로 재연하는 것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 셈이죠.

컴퓨터로 하여금 대화가 아닌 새로운 노래, 더 나아가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노래를 만드는 일은 아마 훨씬 더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새의 뇌 속에서 노래가 어떻게 생성되고 어떻게 불려지게 되는지 밝힌 ’노래 부르는 새‘의 뇌 신경회로 구조 연구를 한번 살펴보면, 사람이 노래를 지어 부르는 컴퓨터를 만드는 것은 고사하고, 노래 부르는 뇌 구조를 분석하는 일 자체가 앞으로도 갈 길이 까마득히 멀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금화조(Zebra finch)와 같은 새들은 단순히 부모의 노래를 흉내 낼 뿐만 아니라 새로운 노래를 만들어 부르며 배우자로 눈여겨 본 새들에게 구애의 노래를 부릅니다. 이러한 새들을 일컬어 ‘노래 부르는 새 (SongBird)’라고 합니다.

‘노래를 부르는 새’ (SongBird)와 일반적인 새는 겉으로 보기엔 큰 차이가 없어 보일지 몰라도 뇌 신경회로 구조에서는 커다란 차이점을 보입니다.

위의 왼쪽 그림에서 보듯(’X‘ 영역이 보이는 쪽이 새의 부리와 가까운 쪽입니다) ‘노래를 부르는 새’들은 상호연결된 정교한 앞뇌 세포핵의 연결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연결망은 청각 입력정보와 음성 출력정보 사이의 인터페이스를 만듭니다. 청각 입력정보는 위 그림에서 L지점에 모이게 되는데 이 L지점은 조류의 앞뇌에 있는 원천적 청각 투사 기능을 맡고 있습니다. 음성 출력은 조류의 발성기관인 시링크스에서 맡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새들도 L지점을 가지고 있고 시링크스를 통해 발성을 할 수 있지만, 노래를 부르는 새들이 가진 정교한 앞뇌 세포핵 연결망을 가지고 있지는 못합니다.

자료출처:미국 매사츄세츠 윌리엄스대학 생물학과 웹페이지 http://web.williams.edu/Biology/Faculty_Staff/hwilliams/Finches/circuits.html
자료출처:미국 매사츄세츠 윌리엄스대학 생물학과 웹페이지 http://web.williams.edu/Biology/Faculty_Staff/hwilliams/Finches/circuits.html

위의 그림은 ’노래 부르는 새‘의 뇌 회로 구조도입니다.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 용어들로 설명이 되어 있으니, 그림에 그려진 파랑, 초록, 보라, 빨강, 오렌지, 회색의 색깔별로 나누어 보시면 조금이나마 이해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파랑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노래가 나오도록 하는 노래하는 새의 뇌신경 경로입니다. 위 경로를 통해 조류 특유의 발성기관인 시링크스가 통제됩니다. HVC (High Vocal Center 고도의 음 통제 영역)을 지나 RA (Robust nucleus of the Arcopallium 학습능력과 관련된 부분인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세포핵)을 연결한 뒤, DM (dorsomedial nucleus of the midbrain nucleus intercollicularis 중간뇌 세포핵 경계 둔덕의 깊숙한 안쪽 영역 세포핵)과 연결되고 다시 nXIIts (tracheosyringeal portion of the nucleus hypoglossus 제12번째의 뇌신경으로 모든 혀 근육에 분포하는 운동성 신경핵들이 일부 포함된 기관지 유스타키오관)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바로 그것입니다. 성숙한 노래 부르는 새들은 이러한 경로에 신경 초점을 맞추면서 노래를 조절합니다.

초록색으로 표시된 부분을 보면 시상하부((視床下部)의 세포핵인 Uva (포도처럼 생긴 세포핵)는 여러 지점에서 투사되는 투사정보를 받아 뉴런 세포체에서 뻗어나온 긴 돌기인 액슨 (Axon)들을 다시 NIF(조류에서 좀 더 고차원적 인식 실행기능을 담당하는 부위의 세포핵 인터페이스 nucleus interface of the nidopallium)와 HVC로 보냅니다. NIF에서도 역시 액슨들을 HVC로 보내구요.Uva → Nif→ HVc로 이어지는 뇌신경 회로는 불려진 새의 노래에서 노래의 짧은 단위들을 규정 짓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보라색으로 표시된 경로는 노래를 부르는데 필요한 호흡활동을 조직화하는 역할을 맡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RAm(nucleus retroambiguus 후의문핵(後疑問核))과 PAm( Para-ambiguus ; 기생의문핵 (寄生疑問核))은 위에서 언급한 새의 학습능력과 연관된 부분인 RA와 DM 영역으로부터 정보를 입력 받고, 그 정보를 척수에 있는 들숨과 날숨 뉴런으로 투사합니다. RAm은 이것을 nXIIts에 있는 새의 발성기관 시링크스의 운동뉴런으로 다시 투사하고, DM과 UVA에 있는 뇌 깊숙한 안쪽 측면의 숨뇌 말단(the ventrolateral medulla terminate)으로부터의 반복적인 투사를 받아서 다시 투사합니다.

빨강색으로 표시된 앞쪽 앞뇌의 반복되는 고리모양의 경로는 X영역(area X)과 DLM(nucleus dorsolateralis anteriors 앞쪽 배내측 세포핵) 그리고 LMAN (lateral magnocellular nucleus of the anterior nidopallium 조류의 고차원적 인식기능 실행을 담당하는 부분의 앞쪽 측면 시각분야를 담당하는 거대 세포층의 핵들)을 경유하여 HVc를 RA에 연결합니다. 이 연결은 LMAN에서 X영역으로 가는 이차적인 투사이기 때문에 반복적인 고리모양의 경로로 나타납니다.

빨강색으로 표시된 앞쪽 앞뇌의 반복되는 고리모양의 경로 안에서의 세포핵에 대한 초점 맞추기는 노래의 발전에 영향을 끼칩니다. 하지만 어른 새의 노래 생산에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닙니다.

오렌지색으로 표시된 부분들은 빨강색으로 표시된 경로와 나란하지만 좀 더 안쪽의 세포핵들 (DMP, the medial extension of area X, and medial MAN X영역이 내부로 확장된, 조류의 고차원적 인식기능 실행을 담당하는 부분의 앞쪽 측면 내부의 시각분야를 담당하는 거대 세포층의 핵들)로서 HVc(고도의 음통제 영역, High Vocal Center)를 경유하여 노래가 출력되는 경로로 연결됩니다.

X영역은 조류의 대뇌 백색질의 깊은 심부에 있는 회색질인 기저핵 안에 위치해 있습니다, 종족유지에 필요한 본능적 욕구와 직접적 관계를 가지고 있는 기저핵을 구성하는 한 요소로서 중뇌에 위치한 흑질인 SNc(substantia nigra)와 복측피개영역이라 불리는 AVT (ventral tegmental area)로부터 도파민 활성화 정보를 입력받습니다. 부모 새의 노래를 정확히 따라부르거나, 노래를 불러 짝이 될만한 새의 관심을 얻는데 성공하게 되면 도파민이 분비되어 노래 부르는 새가 더 열심히 노래를 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뇌 신경회로 구조인 셈이죠.

회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청각 영역입니다. 후뇌와 중뇌의 청각영역은 포유류의 그것과 흡사해 보입니다. 달팽이관 세포핵(the cochlear nucleus, CN)과 큰 올리브라 불리는 측면 뇌신경 섬유다발 (superior olive, SO, lateral lemniscus, LL)은 조류의 하위 세포핵 둔덕 상동기관( MLd, the avian homolog of the inferior colliculus)으로 모두 투사되는 데, 이것들은 번갈아가며 시상(視床)의 청각전달 세포핵 (the thalamic auditory relay nucleus, Ov)으로 투사됩니다.

시상(視床)의 청각전달 세포핵 투사의 궁극적 목표지점인 ‘L’지점은 여러 가지 세부 구획으로 나뉘어 있는데, ‘L‘지점으로부터 CMM(caudal medial mesopallium 대뇌피질과 그 바로 밑의 백질층 중간 부분 안쪽의 꼬리모양 부분)과 NCM(caudal medial nidopallium 조류의 고차원적 인식기능을 실행하는 부분 안쪽의 꼬리모양 부분)으로 투사 됩니다. NCM은 그 속의 뉴런들이 노래 부르는 새 자신의 동족들의 노래에 조율되고, 새로운 노래에 재빨리 맞춰지는 부분이기 때문에 매우 주목해서 보아야 할 부분입니다.

강한 청각반응을 가진 영역은 HVc(High Vocal Center 고도의 음 통제 영역)과 RA (Robust nucleus of the Arcopallium 학습능력과 관련된 부분인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세포핵)의 노래 회로 세포핵 인근에서 금방 발견됩니다. 청각 반응은 거의 모든 노래 회로 세포핵에서 녹음 될 수 있으며 이러한 청각 반응들은 정확하게 말하자면 노래하는 새 자신의 노래의 조율에 맞춰지는 것입니다.

김형찬기자 chan@hani.co.kr

▶김형찬의 앱으로 여는 음악세상 http://plug.hani.co.kr/appsong/1837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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