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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아이돌에서 시대발언까지, 신해철의 음악 유산

등록 2014-11-14 17:13수정 2014-11-14 17:59

미·영 등 서구에 스타가수 정치적 노래 흔해
음악적으로 뿐만 아니라 상업적으로도 성공
신해철 한겨레 자료사진, 신해철의 노래 ‘굿바이 미스터 트러블’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Zd0r6xWzBlY
신해철 한겨레 자료사진, 신해철의 노래 ‘굿바이 미스터 트러블’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Zd0r6xWzBlY

신해철은 작고하기 몇 달 전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회적 발언을 하거나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게 다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와 사회와 음악이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음악이 이상해진다”고 말했습니다.

자기가 한 말처럼 신해철은 자신의 노래와 가사에 존재와 자아를 성찰하는 철학적 내용은 물론 간통죄 폐지, 동성동본 결혼 허용 주장 등의 사회적 내용과 파병반대, 서거한 대통령에 대한 추모 등 정치적 내용까지 담아냈죠. 게다가 그는 특정 대선후보를 지지하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아이돌에서 시작하여 정치적 음악인으로까지 변신해가는 그의 음악적 궤적은 한마디로 우리 대중음악사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었죠

대중음악 역사가 우리보다 오래 되어서인지, 문화가 달라서인지 서구권에는 그런 전례가 많습니다. 1969년 미국에서는 재니스 조플린, 지미 헨드릭스, 조앤 바에즈, 그레이트풀 데드 등 당대 최고의 뮤지션들이 ‘우드스톡 페스티벌’에서 평화와 반전을 노래했고, 1978년 영국에서는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록(Rock Against Racism) 페스티벌’에서 유명 음악인들이 콘서트를 통해 국민전선과 같은 극우 백인민족주의자들에 대항하는 정치적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RAR은 2002년 ‘인종주의를 싫어하는 사랑의 음악(Love Music Hate Racism)’으로 변신하여 활동을 계속했죠.

또 1985년에는 아일랜드 가수 밥 겔도프의 주도로 퀸, U2, 엘트 존, 마이클 잭슨,듀란듀란 등 슈퍼스타들이 기근에 시달리는 에티오피아를 돕기 위해 ‘라이브 에이드(Live Aid)’ 콘서트를 열었고, 2005년에는 G8 국가 정상들에게 “제3세계의 부채문제 해결에 나서라”며 세계 10개 도시에서 ‘라이브8’ 콘서트를 열어 수십억명이 중계방송을 보기도 했죠. 셀린 디옹, 스티비 원더, 마돈나, 본 조비, 안드레아 보첼리, 폴 매카트니, 엘튼 존, U2, 등 인기 가수들이 무료로 참여했습니다.

그린데이의 노래 ‘아메리칸 이디어트’ (Green Day - American Idiot)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Ee_uujKuJMI
그린데이의 노래 ‘아메리칸 이디어트’ (Green Day - American Idiot)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Ee_uujKuJMI

스타 음악인들의 좀 더 정치적인 근래의 활동 사례를 보면 미국 펑크록 밴드 그린데이는 2004년 발표한 앨범 ‘아메리칸 이디어트(American Idiot)’에서 실명만 거론 안했을 뿐이지 거의 대놓고 미국 대통령 부시를 ‘바보천치(Idiot)’라고 조롱합니다. 이 음반은 평론면에서나 상업적인 면에서나 모두 큰 성공을 거두며 2006년 기준으로 미국에서 600여만 장 세계적으로 1500여만 장이 팔려나갔죠.

존 메이어의 노래 ‘웨이팅 온 더 월드 투 체인지’ (John Mayer - Waiting on the World to Change)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oBIxScJ5rlY
존 메이어의 노래 ‘웨이팅 온 더 월드 투 체인지’ (John Mayer - Waiting on the World to Change)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oBIxScJ5rlY

대중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는 실력파 뮤지션 존 메이어도 부시 정부가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전쟁을 벌이던 2006년 발표한 노래 ‘세상이 바뀌길 기다리며 (Waiting on the World to Change)’에서 지도자들의 부정과 잘못 돌아가고 있는 세상에 대해서 자신과 자신의 세대가 침묵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합니다. 그의 앨범은 현재까지 수천만 장이 팔렸고 그 자신은 그래미상을 7번이나 받았으며, 2007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에까지 올랐습니다.

이렇듯 사회 정치적 메시지를 노래하는 서구 음악인들에 대해 서구권 팬들은 콘서트 참여, TV시청, 음반구매 등 상업적으로 폭발적인 반응 못지않게 의미있는 정치적 반응 또한 드러내 보이는데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산타바바라 캠퍼스 음악학부에서 1년에 두 번 발간하는 온라인 저널 ‘음악과 정치’에 2010년 발표된 글 ‘정치적 대중음악, 정치적 팬·음악 팬들의 블로그 내용에 대한 분석 (Political Pop, Political Fans? A Content Analysis of Music Fan Blogs)을 살펴보면,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부르는 유명 대중음악인들의 팬들은 비정치적 톱 클래스 대중음악인들의 팬들에 비해 좀 더 많은 정치적 내용의 블로그 글들을 올린다고 합니다.

이 대학 음악학부 연구자 마크 피델티와 린다 키피는 노동, 평화, 환경, 인권 활동가들에게 그들이 영향 받은 음악가들의 이름을 묻는 설문조사를 하였습니다. 또 정치토론 사이트에도 설문 참여 글을 올리고 여러 단체의 대표 구성원들에게도 이메일을 돌려 같은 내용의 조사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밥 딜런,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피트 시거, 존 레넌, 필 오크스, 우드 거스리, 밥 말리, 닐 영, 존앤 바에즈, 유투 이렇게 10명의 음악인들이 가장 영향을 많이 준 것으로 꼽혔는 데요. 그들 음악인 10명 각각의 팬 블로그 중에서 10개씩의 팬 블로그 즉 100개의 팬 블로그를 샘플로 선택하여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그 블로그 글들의 내용을 분석했다고 합니다.물론 비정치적 톱 클래스 대중음악인의 팬들이 블로그에 쓴 글들과 함께 말이죠.

‘언어 조사와 단어 계산(Linguistic Inquiry and Word Count)’ 소프트웨어를 통해 블로그 글들에서 정치적 용어 사전의 단어들에 부합되는 문장의 퍼센티지를 알아내고 ‘사회과학용 일괄 통계처리(Statistical Package for the Social Sciences)‘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각기 독립적인 블로그 글들간의 평균 차이를 검증했다고 하는 데요.

그 결과 정치적 대중음악인의 팬들이 블로그에 쓴 글들중 1.1%가 정치적 용어 사전의 단어들에 부합되는 문장들이었던 반면, 잘 나가는 대중음악인의 팬들이 쓴 글들중 정치적 용어 사전의 단어들에 부합되는 문장들은 0.5%에 그쳤다고 합니다. 정치적 메시지를 드러내는 유명 대중음악인의 팬들이 비정치적 톱 클래스 대중음악인들의 팬들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정치적 글들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죠.

만약 신해철이 불의의 사고 없이 서구권 국가들 사례에서 본 것처럼 정치적 음악활동을 계속 펼쳐나가고, 그에 영향을 받은 다른 유명 대중 음악인들도 좀더 오랜 시간에 걸쳐 비슷한 활동을 해나간다면 국내 팬들의 상업적 정치적 반응은 위와 같은 조사에서 과연 어떤 결과로 나타나게 될까요? 역사에 있어 가정은 무의미한 일이긴 하지만, 신해철이 남긴 다양성이라는 음악적 유산은 그 의미가 매우 깊은 것이기에 부질없더라도 다시 한번 물어보게 됩니다.

너무나 안타깝게도 그는 지금 우리 앞에 없지만, 그의 노래를 기억하는 팬들이 있는 한 음악인 신해철은 계속해서 한국 대중문화의 중요한 유산으로 남을 것입니다.

정치적인 음악도 대중적인 음악도 모두 신해철이 우리에게 남겨준 유산이겠죠. 그 둘의 관계는 모두 신해철의 삶에 있어 따로 떼어 분리할 수 없는 불가분의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그 둘중 어느 한쪽만을 선택하여 받아들인다면 그가 남긴 소중한 유산을 온전히 상속받는다 말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두 손 모아 다시 한번 그의 명복을 빕니다

김형찬기자 chan@hani.co.kr

김형찬의 앱으로 여는 음악세상 http://plug.hani.co.kr/appsong/1997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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