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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기타 치는 이유는 ‘권력에의 의지’ 때문

등록 2014-12-11 14:30수정 2014-12-11 14:30

멜로디와 리듬을 마음대로 통제하려는 욕구
합주하는 기타리스트 뇌파는 서로 동조화돼
노 다웃의 ‘거미줄 (No Doubt - Spiderwebs)’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6ZktNItwexo
노 다웃의 ‘거미줄 (No Doubt - Spiderwebs)’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6ZktNItwexo

기타는 도대체 왜 치려고 하는 걸까요?

밴드 기타리스트들이 현란한 손짓으로 기타를 연주하는 것이 멋져 보여서? 내가 좋아하는 스타들이 치니까 한번 따라해 보려고? 친구가 치니까 나도 지기 싫어서? 기타 소리 자체가 다양하고 오묘해서 듣기 좋으니까? 좋아하는 사람에게 은근슬쩍 잘 보이기 위해서?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항상 품게 되는 의문입니다. 어떤 학자들은 전혀 다른 차원에서 기타를 치려는 사람들의 욕구를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른바 ‘권력에의 의지’ 때문이라는 것이죠.

여기서 ‘권력에의 의지’는 니체가 말한 것과 정확히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니체는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모든 살아있는 것을 볼 때마다 권력에의 의지도 함께 발견했다”고 말합니다. 아무리 작은 존재라고 하더라도 살고자 하는 욕망, 위험을 통제하려는 욕구, 뭔가를 이루려는 내면의 충동을 가지는데 이것이 바로 ‘권력에의 의지’라는 것이죠.

많은 심리학적 연구들은 인간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때 더 행복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면, 불규칙한 간격으로 한바탕 소음이 갑작스레 나오게 하는 방 두 개에 두 그룹의 사람들을 앉아 있게 하여 똑같은 단순 산술문제를 풀게 하되, 한 그룹에겐 그 소음을 그냥 듣게 하고 다른 그룹에겐 그 소음이 너무 클 때 누를 수 있는 버튼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실제로 버튼을 누른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버튼을 쓰게 해 준 방 안의 사람들이 좀 더 상황을 견뎌낼 수 있다는 감정을 느꼈다고 합니다. 미약하나마 뭔가를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이 두 그룹에게 다른 결과를 불러온 것이죠.

위 연구사례를 통해 추론하자면 기타를 연주함으로써 멜로디와 리듬을 자기 마음대로 통제하겠다는 ‘권력에의 의지’가 바로 기타를 치게 만드는 원인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게 되는 셈인 겁니다

거미 또한 자기가 만든 거미줄을 기타 줄 튕기듯이 튕깁니다. 레이저를 사용하여 거미줄을 연구한 영국 옥스퍼드 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거미들이 거미줄을 ‘연주’할 때 상당히 넓은 대역의 주파수가 발생하여, 먹잇감에 대한 정보, 동료들에 대한 정보, 복잡한 거미줄 구조가 온전한지 등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거미가 거미줄을 기타 치듯이 튕기는 것 또한 생존을 위한 ‘권력에의 의지’라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죠. 기타를 치는 것과 거미줄을 튕기는 것이 본질적으로 비슷한 의미를 가져서인지 어떤 것인지, 우연처럼 거미와 거미줄에 대한 노래도 상당히 많다고 합니다.

전문적으로 기타를 치는 사람들의 뇌는 특이한 현상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독일 ‘막스 플랑크 인간개발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합주를 하는 기타리스트들의 뇌파는 동조화 현상을 보인다고 합니다. 듀엣곡의 서로 다른 음들을 연주하는데도, 두 기타리스트들의 뇌에서 비슷한 뇌파를 발생시키더란 얘기죠. 12쌍의 기타리스트들의 뇌를 살펴봤는데, 심지어 연주를 하기 바로 전의 뇌파도 비슷한 형태를 보였다고 합니다.

듀엣곡을 연주하는 기타리스트들의 동조화 된 뇌파. 출처: 독일 ‘막스 플랑크 인간개발 연구소’
듀엣곡을 연주하는 기타리스트들의 동조화 된 뇌파. 출처: 독일 ‘막스 플랑크 인간개발 연구소’

뇌신경 학자들은 이러한 기타리스트들의 뇌파 동조화 현상에 대해, 뇌의 오른쪽 측두엽과 두정엽 연결 부위가 ‘결정적인 순간’에 비활성화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연주를 방해할 수도 있는 자극들을 차단하고 집중력을 유지하며 기타를 치기 위해 의식에서 무의식으로 옮아간다는 것이죠.

이러한 기타리스트들의 뇌파 동조화 현상 또한 무언가를 이루려고 하는 ‘권력에의 의지’라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기타리스트가 아닌 일반 사람들도 ‘기타 영웅(Guitar Hero)‘이라는 게임에 빠져있는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 게임은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버튼을 누르면 프로 기타리스트가 연주하는 특정한 음표와 선율을 들려줍니다. 버튼을 누르는 단순한 동작만으로 마치 전문 기타리스트가 된 듯한 쾌감을 안겨주는 것이죠. 게임 사용자가 프로 기타리스트들처럼 음을 통제할 수 있다는 일종의 환상, 즉 통제 행위라는 일종의 ’권력에의 의지‘를 실현시켜주기 때문에 이 게임이 인기를 끄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김형찬기자 chan@hani.co.kr

김형찬의 앱으로 여는 음악세상 http://plug.hani.co.kr/appsong/2036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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