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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클래식 음악, 범죄 지킴이

등록 2014-12-18 09:38수정 2014-12-18 09:38

서울시, 어두운 골목길 등에 방송 추진
캐나다에서 먼저 시작, 미·영 효과 확인
영국 런던 지하철역에서 방송되는 모차르트 소나타 K448. 동영상 출처https://www.youtube.com/watch?v=J8acnfeL_pU
영국 런던 지하철역에서 방송되는 모차르트 소나타 K448. 동영상 출처https://www.youtube.com/watch?v=J8acnfeL_pU

우범지역에서 클래식을 틀면 과연 범죄와 반사회적 행동이 줄어들까요? 서울시가 어두운 골목길이나 지하보도 등 치안 사각 지역에 클래식 음악을 방송하는 ‘음악으로 지키는 안전한 우리 동네’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지하철역에 클래식 음악을 틀어 의미 있는 효과를 봤다고 합니다. 이러한 시도는 캐나다에서 가장 먼저 시작되었습니다. 1990년대에 몬트리올 지하철역들에서 처음 테스트 된 이래, 미국 뉴욕시에서는 지하철 전동차에 그려지는 낙서와 부정승차 등 1980~1990년대에 기승을 부리던 대중교통 범죄가 절반가량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또 오레곤주 포틀랜드에서는 2010년 시범방송 기간 동안 경찰 신고 건수가 대략 40% 줄었다고 하네요. 또 2003년 클래식을 방송한 영국 런던 40여 개 지하철역 중 엘름파크역에서는 18개월간 강도 33%, 승무원 공격 25%, 기물 파손 37%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런던 지하철역 전체적으로는 2005년 젊은 사람들에 의한 육체적, 언어적 희롱 행위가 1/3가량 줄어들었다는 보고도 있구요.

클래식 음악방송은 골목길이나 교실, 버스 정류장에서도 효과를 봤습니다. 2001년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에서는 길거리 범죄가 드라마틱하게 감소했고, 영국 더비의 한 학교에서는 2010년 벌칙 대신 한 시간가량 클래식 음악을 듣게 한 결과 반항과 부정행위가 50% 가까이 줄었다고 합니다. 2005년 영국 더럼 카운티의 스탠리 버스 정류장에서는 교통 시스템에 대한 공격행위가 25%, 범죄에 의한 손해가 20% 감소했다죠.

기원전 300여년 전부터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음악은 도덕법칙”이라는 말이 전해져 왔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외국에서는 도대체 어떤 클래식 음악들을 틀어줬길래 위와 같은 도덕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들이 발생하게 된 걸까요?

런던 지하철에서는 모차르트, 베토벤, 바흐, 파바로티의 음악들을 자주 튼다고 합니다. 런던 동쪽 노선에서는 비발디, 헨델, 라흐마니노프, 무소르그스키를 많이 방송하구요. 주로 18세기~19세기 클래식 음악들이 많이 울려퍼진다고 합니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레이크 스트리트 라이트 레일 역에서도 베토벤, 바흐, 모자르트, 헨델을 틀어준다고 합니다. 캐나다 토론토의 케네디 지하철역에서는 쇼팽도 틀어줬다고 하네요.

영국 런던 지하철역에서 방송되는 말러의 ‘1번 교향곡’.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dP1Ndx2p14Q
영국 런던 지하철역에서 방송되는 말러의 ‘1번 교향곡’.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dP1Ndx2p14Q

우범지역에서 클래식 음악의 범죄예방 효과는 심리학 실험을 통해 정립된 ‘깨진 창’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는 데요. 창문이 안 깨진 자동차보다 창문이 깨어진 자동차의 물건들이 훨씬 쉽게 빨리 도난 당한다는 것이 이 이론의 내용인데요. 이 이론을 지하철역에 적용시켜보면 클래식 음악이 ‘창문’의 역할을 하여 부정승차나, 낙서, 그 밖의 비행을 저지르려는 사람이 멈칫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처음으로 지하철역에 클래식을 방송한 캐나다에서 태어난 워싱턴 포스트 기자 출신 작가 말콤 글래드웰에 따르면 이렇게 부정승차와 낙서 등의 자잘한 범죄가 클래식 음악에 의해 줄어들면 더 죄질 나쁜 범죄로의 ‘중대 전환점’도 감소하게 되는 효과를 본다고 하네요.

또 다른 클래식 음악의 범죄예방 이론으로는 ‘클래식 음악의 우범 청소년 구축 이론’과 ‘어른들은 들을 수 없는, 젊은이에게만 들리는 고주파음 이론’이 있습니다. 전자는 지하철역 등에서 비행을 저지르는 청소년들은 클래식 음악이 듣기 싫어 지하철역에 덜 가게 되니 자연스레 범죄가 줄어든다는 이론이고, 후자는 지하철에는 25살 이하 젊은이들만 들을 수 있는 고주파음이 발생하는데, 이 고주파음이 젊은이들을 자극하여 범죄를 일으키니 이를 상쇄시키기 위해 클래식 음악을 튼다는 이론입니다.

실제로 보통의 어른들은 20Hz~16000Hz 주파수대의 소리만을 들을 수 있는데 반해, 25살 이하의 젊은이들은 이 주파수대를 넘어서는 모기의 17400Hz 고주파음까지도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담임 선생님이나 교감 선생님 같은 어른들은 들을 수 없는 이러한 고주파음을 휴대전화 벨소리로 만들어 수업시간 중 채팅할 때 사용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하네요). 같은 나이의 젊은이라도 클래식을 공부하거나 자주 듣는 젊은이들은 이러한 고주파음에 면역이 생겨 자극을 덜 받기 때문에, 지하철역에서 클래식 음악을 틀면 젊은이들에 의한 범죄가 예방이 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러한 클래식 음악방송을 통한 범죄예방 프로젝트에는 얼마의 비용이 들까요?

클래식 음악은 연주한 실연자와 연주한 음을 고정한 음반제작자에게는 저작권과는 별도로 저작인접권이 부여되어, 음원을 사용하려면 어느 정도 비용이 들지만. 작곡가가 사망한 뒤 70년이 지나면 저작권이 소멸하기 때문에(2013년 7월 1일 시행 이전에 보호 기간이 만료된 저작물의 보호 기간은 저작자 사후 50년간 존속) 저작권 관련 해서 지불되는 비용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합니다. 직접 연주하고 녹음하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기도 하구요. 2012년 미국 미니애폴리스 레이크 스트리트 라이트 레일 역에서는 대략적으로 150달러(원화로 16만4천원가량) 정도의 비용으로 음원을 사용했다고 하네요.

서울시는 내년 초 최소 5곳의 대상 지역을 선정해 한 곳당 500만 원을 들여 ‘음악으로 지키는 안전한 우리 동네’ 프로젝트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어두운 골목길이나 지하보도 등 여러 치안 사각 지역에서 울려퍼지는 클래식 음악들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과연 얼마만큼의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지 매우 궁금해집니다.

김형찬기자 chan@hani.co.kr

김형찬의 앱으로 여는 음악세상 http://plug.hani.co.kr/appsong/2047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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