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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대통령의 노래 취향, 정치색과 얼마나 닮았을까

등록 2015-02-06 09:59수정 2015-02-06 10:00

이승만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제각각…박근혜 대통령은 ‘빙고’
조지 부시는 반부시 가수 노래도 애청곡…클린턴과 같은 애호곡도

2012년 백악관 공연에서 버디 가이 앙상블의 연주에 맞춰 ‘스윗 홈 시카고’의 소절 일부를 노래하는 오바마. https://www.youtube.com/watch?v=wpkx0tO_99g
2012년 백악관 공연에서 버디 가이 앙상블의 연주에 맞춰 ‘스윗 홈 시카고’의 소절 일부를 노래하는 오바마. https://www.youtube.com/watch?v=wpkx0tO_99g

대통령들은 어떤 음악들을 즐겨 듣고 부를까요?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이 소통 문제로 이런저런 비판들을 많이 받는데 반해,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아주 사적인 부분에 속하는 자기 음악 취향까지 국민들에게 밝히곤 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 음악전문지 ‘롤링 스톤’과의 인터뷰에서 스티비 원더, 존 콜트레인, 밥 딜런, 마일즈 데이비스 같은 거장들의 음악은 물론 몇몇 래퍼들의 것까지 포함해 자신의 아이팟에 2000여 곡의 음악이 들어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음악매체의 인터뷰에까지 응하며 소통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몬드리안의 구성을 이용하여 국민들에게 예산을 알기 쉽고 투명하게 설명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이 결코 우연하게 나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2012년 대선자금 모금 행사에서 소울 가수 앨 그린의 노래를 부르는 오바마.  https://www.youtube.com/watch?v=y6uHR90Sq6k
2012년 대선자금 모금 행사에서 소울 가수 앨 그린의 노래를 부르는 오바마. https://www.youtube.com/watch?v=y6uHR90Sq6k

오바마는 2012년 1월 뉴욕에서 가진 대선자금 모금 행사에서 소울 가수 앨 그린의 ‘렛츠 스테이 투게더‘의 한 소절을 멋지게 불러 청중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죠. 같은 해 2월 백악관에서 있었던 공연에서는 블루스 음악의 전설 버디 가이와 비비 킹, 믹 재거 등과 함께 어울려 자신의 정치적 고향 시카고가 노래 이름에 들어간 ‘스윗 홈 시카고’를 열창하기도 했습니다.

백악관에서 열린 공연을 볼수 있는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 http://www.whitehouse.gov/performances
백악관에서 열린 공연을 볼수 있는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 http://www.whitehouse.gov/performances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 브리핑룸 항목에는 아예 ‘음악과 예술 공연’ 코너가 따로 있어서 백악관에서 열리는 문화예술 공연을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정치인으로서 선거 캠페인이나 대중 친화적 이미지 향상을 위해 음악을 이용하는 것이야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만,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좀 더 빈번하게 음악인들과 만나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음악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의 이러한 ‘음악 친화적’ 활동은 음악을 좋아하는 국민들에게 친근감을 주는 한편, 그 음악들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음악인들의 입장에서도 또 음반 산업 차원에서 살펴봐도 여러 가지 면에서 ‘땡큐’인 것이죠.

부시의 애호곡인 더 낵의 ‘마이 샤로나’.  https://www.youtube.com/watch?v=g1T71PGd-J0
부시의 애호곡인 더 낵의 ‘마이 샤로나’. https://www.youtube.com/watch?v=g1T71PGd-J0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었던 부시도 좋아하는 노래들을 밝혔습니다. <워싱턴 타임즈>에 따르면 아들 부시 대통령은 2005년 자기 아이팟에 250곡의 노래가 있다고 얘기하며 죠지 존스, 앨런 잭슨 같은 컨트리 가수들을 좋아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즐겨듣는 음악으로는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더 낵의 ‘마이 샤로나’와 존 포저티의 ‘센터필드’ 밴 모리슨의 ‘브라운 아이드 걸’과 같은 노래들을 꼽았다고 하네요.

부시의 애호곡 존 하이애트의 ‘서클 백’. https://www.youtube.com/watch?v=FrbDNvOfWkY
부시의 애호곡 존 하이애트의 ‘서클 백’. https://www.youtube.com/watch?v=FrbDNvOfWkY

그는 존 하이애트의 ‘서클 백’과 같은 빠른 템포의 로큰롤 음악도 좋아했는데, 2004년 대선 선거운동을 하면서 도넛츠를 너무 많이 먹어서 찐 살을 빼려고 자전거를 타는 동안 듣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재미난 점은 그가 좋아한 노래들 중에는 그를 싫어한 뮤지션들의 곡들도 포함돼 있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그의 애청곡 ‘센터필드’를 부른 존 포저티의 경우 “변화를 위해 투표하자”고 외치며 부시에 반대하는 전국 콘서트를 다녔으니까요.

1992년 ‘아르세니오 홀 쇼’에서 ‘하트 브레이크 호텔’을 색소폰으로 연주하는 빌 클린턴. https://www.youtube.com/watch?v=Xxa3S7DPhpg
1992년 ‘아르세니오 홀 쇼’에서 ‘하트 브레이크 호텔’을 색소폰으로 연주하는 빌 클린턴. https://www.youtube.com/watch?v=Xxa3S7DPhpg

음악을 좋아한 것은 물론 그것을 정치적으로도 아주 잘 활용한 미국 대통령으로 빌 클린턴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그는 멋진 색소폰 연주 실력을 가지고 있었죠. 1992년 대선 기간 중 유명한 미국의 방송 토크쇼인 ‘아르세니오 홀 쇼’에 출연하여 엘비스 프레슬리의 ‘하트 브레이크 호텔’을 프로 연주자 못지않게 연주하여 유권자들, 특히 젊은층에게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고교시절 재즈 트리오에서 활동하며 색소폰 연주에 자신이 붙어 존 콜트레인 같은 대가가 되볼까하는 생각까지 했다는 그답게 훌륭한 연주였죠.

클린턴은 음악인들과의 친분도 두터워서 1993년 그를 위한 MTV ‘로큰롤 인오규럴 볼’에서는 1990년대 최고 뮤지션들이었던 유투, 알이엠(R.E.M) 등이 참여했고, 나중에 그의 이름을 딴 재단이 창립 10돌을 맞이했을 때엔 유투의 보노, 레이디 가가, 어셔 등 내로라하는 음악인들이 공연에 참석했다고 합니다. 그는 조앤 바에즈의 ‘윈즈 오브 디 올드 데이즈’ 엘튼 존의 ‘필라델피아 프리덤’ 사이먼 앤 가펑클의 ‘브릿지 오버 트러블드 워터’ 등의 노래를 좋아했습니. 그의 애호곡 중 플리트우드 맥의 ‘돈 스톱’은 대선 캠페인 주제가로 쓰이기도 했죠.

밴 모리슨 브라운 아이드 걸. https://www.youtube.com/watch?v=kqXSBe-qMGo
밴 모리슨 브라운 아이드 걸. https://www.youtube.com/watch?v=kqXSBe-qMGo

밴 모리슨의 ‘브라운 아이드 걸’도 좋아했는데, 묘하게도 이 노래는 그가 속한 민주당과 앙숙인 공화당 출신 아들 부시 대통령의 애호곡이기도 합니다. 클린턴은 대통령 임기 중에도 백악관 행사 때 재즈 연주를 즐겨 퇴임 뒤 ‘제즈 올스타 갈라쇼’에서 평생 재즈에 공헌한 사람들에게 주는 명예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밖에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컨트리 음악을 즐겼다고 하구요, 카터 대통령은 밥 딜런을 좋아했다고 하네요. 레이건 대통령은 프랭크 시나트라의 ‘낸시’를,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은 영국 민요 ‘그린슬리브스’를 좋아했다고 합니다. 트루먼과 닉슨 대통령은 피아노를 아주 수준급으로 잘 쳤다고 하죠.

우리나라 대통령들의 애호곡들도 조금이나마 알려져 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희망가’, ‘타향살이’를 즐겼다고 합니다. 윤보선 대통령은 ‘유정천리’를 가끔 불렀다고 하구요. 박정희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작사한 ‘새마을 노래’와 ‘잘 살아보세’ 등을 자주 노래했다고 합니다. 당시 금지곡이었던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를 좋아했다는 얘기도 전해지죠. 최규하 대통령은 ‘비내리는 고모령’, ‘울고 넘는 박달재’, 전두환 대통령은 ‘방랑시인 김삿갓’, ‘38선의 봄’, 노태우 대통령은 ‘베사메 무초’, 김영삼 대통령은 ‘아침이슬’, ‘매기의 추억’, 김대중 대통령은 ‘목포의 눈물’, ‘선구자’, 노무현 대통령은 ‘상록수’, ‘임을 위한 행진곡’, ‘부산 갈매기’, ‘작은 연인들’, 이명박 대통령은 ‘만남’, ‘사랑이여’를 즐겨 노래했다고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솔리드의 ‘천생연분’과 거북이의 ‘빙고’ 등 비교적 최근의 노래들을 부르기도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정치적 소통은 물론 사회 문화적 소통의 의미에서 전·현직 대통령들, 아니 앞으로의 대통령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들을 알려 국민과 함께 즐겨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한번 해봅니다.

김형찬기자 chan@hani.co.kr

김형찬의 앱으로 여는 음악세상 http://plug.hani.co.kr/app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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