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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집착 혹은 몰입’ 아스퍼거 증후군 음악치료

등록 2015-02-16 18:06수정 2015-02-16 18:06

아인슈타인·세익스피어·모짜르트 등도 “환자”
리듬 매개로 다른 사람들과 몸으로 대화 가능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좋아한다고 알려진 러시아 밴드 ‘류베’의 공연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Ma6U8zlJ9O8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좋아한다고 알려진 러시아 밴드 ‘류베’의 공연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Ma6U8zlJ9O8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발달장애, 자폐증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로 추정 된다는 미국 국방부의 보고서가 공개돼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오스트리아 의사 한스 아스페르거가 처음으로 학계에 보고하면서 알려진 ‘아스퍼거’는 그 원인이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증후군으로서, 정상 수준의 지능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이 약해 사회성이 떨어지고 의사소통과 신체 능력이 부족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영국의 가수 수전 보일이 스스로 ‘아스퍼거’임을 밝힌데 이어 챨스 다윈, 갈릴레오, 벤자민 프랭클린, 앨버트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 셰익스피어, 제인 오스틴 같은 문학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짜르트 같은 음악가들도 아스퍼거 증후군이었다는 주장이 있어 새삼 더 주목을 하게 됩니다.

수전 보일의 ‘브리튼즈 갓 탤런트’ 출연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RxPZh4AnWyk
수전 보일의 ‘브리튼즈 갓 탤런트’ 출연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RxPZh4AnWyk

미국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노엄 레진은 미국의 제3대 대통령인 토마스 제퍼슨에 대한 책(Diagnosing Jefferson: Evidence of a Condition that Guided His Beliefs, Behavior, and Personal Associations)에서 제퍼슨이 대통령 사저인 ‘몬티첼로’의 건축과 재건축에 54년간이나 집착했던 사실 등을 예로 들며 그가 ‘아스퍼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위 책의 인기에 힘 입어 출간한 ‘아스퍼거와 자기존중’ (Asperger‘s and Self-Esteem: Insight and Hope Through Famous Role Models)이라는 책에서는 아인슈타인과 모짜르트 같은 위대한 인물 중에도 ‘아스퍼거’의 특징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주장하죠.

이와 같은 주장은 아스퍼거 증후군의 사람들이 특정한 주제나 사물에 비정상적으로 집착하고 과도하게 몰입하는 성향 또한 보이기 때문에 나온 것입니다. 실제로 이 증후군을 보이는 사람들 중에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 않고 방에 콕 틀어박혀 자기 관심 분야의 일에만 몰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물리학이나 수학, 컴퓨터 프로그래밍, 음악에 완전히 빠져드는 사례도 드물지 않아서 어떤 사람들은 빌 게이츠나 사토시 타지리(포켓몬을 만든 일본 게임 디자이너)도 아스퍼거 증후군이라 주장하기도 하죠. 사람들과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때로 몸을 앞뒤로 이상하게 흔드는 등 상황에 안맞는 행동을 보이는 점을 추가적인 증거로 들며 말입니다.

위에서 언급된 사람들이 만약 의학적으로도 정확히 ‘아스퍼거’로 진단된다면, 아스퍼거 증후군은 다른 사람들과 세상살이의 관점과 행동양식이 조금 다를 뿐인, 또다른 장점을 지닌 사람들로 생각될 여지가 많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아스퍼거 증후군은 그들만의 또다른 아픔 또한 지니고 있습니다. 이른바 ‘심리탈진(melt down)’을 겪는 것이 그 아픔 중의 하나인 것이죠. ‘심리탈진’은 단일하지 않은 환경적 요인들에 대한 감정적 반응을 통제하지 못하는 현상인데, 소리와 빛에 유독 민감한 경우에도 자주 나타난다고 합니다.

마치 마구 흔들어진 캔 속의 콜라처럼 일단 한번 감정이 쏟아져 나오면 여기저기 아무데나 흘러넘쳐 스스로 제어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본인이 편하게 느끼는 장소에 혼자 두거나, 잠을 자게 하거나, 목욕을 하게 하거나, 음악을 듣게 해야 비로서 안정을 되찾게 된다고 하죠.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와 같은 차분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숨을 한껏 들이켰다가 공간 한 가득 내뱉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증상이 가라앉는다고 하는 임상사례도 있습니다.

세로토닌 호르몬의 중대한 감소가 아스퍼거 증후군의 원인이라고 보는 연구도 있습니다. 그러한 연구들에 따르면 세로토닌의 감소가 사람들과의 교류와 소통에 대한 어려움과 연관이 있다고 합니다. 클래식과 같은 음악을 들을 경우 세로토닌의 분비가 자극되어 ‘아스퍼거’가 ‘심리탈진’에 빠질 경우 어느 정도 효과를 볼수가 있다고 하는 것이죠.

음악치료학계에 따르면 음악에 있어서 특히 리듬 부분이 사람의 청각 및 지각, 운동 감각 시스템을 증강시킨다고 합니다. 음악은 언어적 방법이 아닌 직접적인 소통을 가능케 하기 때문에, 사회성과 언어적 소통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아스퍼거 증후군들도 음악 리듬을 매개로 다른 사람들과 몸으로 대화를 나누고 느끼는 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음악에 맞춰 볼을 던지거나 막대기, 심벌 등을 사용해 소리를 조절하게 하고, 자신이 맡은 악기와 남이 맡은 악기를 교환하여 연주하게 하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동작을 취하게 하며, 음악 소리를 입으로 따라하게 해서 ‘아’, ‘우’ 같은 음소를 경험하고 모방하게 하고, ‘반짝반짝 작은 별’, ‘빙고’ 등 짧고 쉬우며 친숙한 노래를 통해 이 닦기나 목욕과 같은 일상적 행동의 완성을 돕는 등 여러 감각들을 동시에 사용하게 하는 방법들이 아스퍼거와 같은 자폐증 계열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음악치료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이런 음악치료들을 행하다 보면 언어 활동이나 사교적 행동에 있어서 긍정적인 결과들이 발견되곤 한다는 것이지요. 악기를 가르치다 보면 어떤 경우 절대음감을 발견하게 되는 등 특별한 재능을 찾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빌 게이츠가 좋아한다고 알려진 밴드 위저의 노래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ENXvZ9YRjbo.
빌 게이츠가 좋아한다고 알려진 밴드 위저의 노래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ENXvZ9YRjbo.

일각에서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주장하는 아인슈타인이나 다윈은 모짜르트나 바흐와 같은 클래식 음악에 심취했다고 하죠. (’앱으로 여는 음악세상‘ 지난 회 참조=>http://plug.hani.co.kr/appsong/1691494, =>http://plug.hani.co.kr/appsong/1762995) 빌 게이츠는 미국의 얼터너티브 인디록 밴드 위저와 영국의 세계적 밴드 유투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스웨덴 그룹 아바와 러시아 밴드 류베(Lyube)를 좋아했다고 하구요.

그들이 실제로 아스퍼거 증후군인지 아닌지 의학적으로 진단되진 않았지만, 그들 또한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음악을 통해 (오락적 의미에서든 치료적 의미에서든) 무언가를 얻고, 어떤 음악을 듣는다는 것을 알리는 행위를 통해 세상과 모종의 소통을 하고 있다는 사실 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김형찬기자 chan@hani.co.kr

김형찬의 앱으로 여는 음악세상 http://plug.hani.co.kr/appsong/2107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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