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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마돈나의 거침없는 성(聖) 혹은 성(性)

등록 2015-03-16 11:12수정 2015-03-16 11:13

13번째 새 앨범 ‘레블 하트‘, 만국음악박람회
다양한 혼합장르로 때론 느리게 때론 빠르게
마돈나 ‘메시아’.  https://www.youtube.com/watch?v=YAxM5ivYO-A
마돈나 ‘메시아’. https://www.youtube.com/watch?v=YAxM5ivYO-A

“강해져라, 자유와 신을 믿고 너 자신을 사랑하라”

여기까지만 읽으면 역사속 성현들의 이름이 숱하게 머리 속을 오갈 것이기 때문에, 이게 과연 누구의 훌륭하신 말씀인지 도무지 알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너의 성적 취향을 이해하고, 유머 감각을 가지며, 자위를 하라. 종교와 피부색, 성적인 버릇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것이며, 너와 너의 가족을 사랑할지어다”라는 나머지 구절을 읽는다면 대충 발설자가 누구인지 감이 올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성녀’ 마돈나가 13번째 정규 앨범 ‘레블 하트(Rebel Heart)‘를 가지고 세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여기서 ‘성녀’의 ‘성’자가 ‘성(性)’인지 ‘성(聖)’인지는 독자들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마돈나는 스스로도 말했듯 언제나 자기 의지대로 새롭고 다양한 캐릭터를 추구하고 또 만들어가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모호한 호칭이, 가장 정확한 호칭인 것이죠.

아니나다를까 카니예 웨스트, 나스, 니키 미나즈, 아비치, 디플로 등 유명 프로듀서와 뮤지션들이 ‘리듬, 선율, 사운드의 연금술’에 참여하여 다양한 혼합장르의 음악들을 때론 느리게 때론 빠른 비트로 귓가에 사정없이 쏟아 붇습니다.

낮은 주파수의 둔중한 베이스와 강력한 드럼, 둔탁하고 느린 템포와 사운드로 무장한 일렉트로닉 하위장르 덥스텝을 뒤섞은 ‘비치 아임 마돈나’, 도입부에 핵주먹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의 목소리를 오려 넣은 미디엄 템포의 힙합 댄스곡 ‘아이코닉’, 밝은 댄스 클럽 리듬에 기분 좋은 코러스가 어우러진 ‘리빙 포 러브’, 고고리듬의 일렉트로 발라드 ‘고스트 타운’, 서남아시아 계열 기타 리프가 리듬을 이끌어가는 일렉트로 포크 ‘보디 샵’, 발라드풍의 피아노 전주가 인상적인 ‘하트브레이크 시티’, 컨트리풍 리듬에서 인도풍 레이브 스타일 전자음악으로 옮아가는 장르 트랜스포머 ‘데블 프레이’ 등 마치 듣는 사람의 달팽이관 속으로 만국 음악 박람회가 찾아온 느낌까지 주는 것이죠.

여기에 더해 가사를 깊숙이 살펴보면 ‘성(聖)과 속(俗)’의 총망라가 따로 없습니다.

“나는 약속입니다

당신이 지킬수 없는

당신이 뿌린 것을 거두고

당신이 좇는 것을 찾아냅니다

나는 여자마법사

깊은 곳의 아래

나는 대지

당신의 발 아래

난 나만의 빛이 없는 달

당신은 당신의 왕좌를 수호하는 태양

천사가 내게 속삭이는 소리를 듣네

신호를 보라고

그가 바로 유일한 존재라고

어둠속에 촛불을 켜고

나의 길을 가네

당신의 마음 속으로

당신이 되돌릴 수 없는 주문을 걸며

당신이 깨어나 당신이 날 사랑한단 걸 알게될때까지”

-마돈나 ‘메시아’ 중에서

빠른 아르페지오 주법의 피아노 반주로 보컬 선율을 뒷받침 해가는 ‘메시아’의 가사를 듣다보면, 그녀가 아프리카 빈곤국 말라위의 아이들을 위해 벌이는 일들이 생각납니다. 말라위에서 두 아이를 입양한 마돈나는 ‘레이징 말라위’ 재단을 설립하여 현지에 학교를 10곳 세우고 에이즈 예방 캠페인에 나서는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죠. 그런 모습들과 같은 맥락 속에서 그녀 내면에 쌓인 종교적 미립자들이 ‘메시아’ 가사로 뭉쳐져 드러나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돈나 ‘조앤 오브 아크’.  https://www.youtube.com/watch?v=Uv40WdbfVw8
마돈나 ‘조앤 오브 아크’. https://www.youtube.com/watch?v=Uv40WdbfVw8

“그들이 사진을 찍을 때마다

난 내 양보할 수 없는 부분들을 잃어가

숨고 싶어, 여기선 울분을 참을 수 없어

그들이 험한 악담을 써댈 때마다

내 영혼은 더러움 속으로 질질 끌려가

죽어버리고 싶어

(중략)

강철로 만든 심장조차 무너져 버릴 수 있는 걸

넌 항상 나의 전사가 되어줘

내가 기대어 의지할 수 있는

(하략)”

-마돈나 ‘조앤 오브 아크’ 중에서

한편, 도입부에서 D(레 ,파#, 라), F#m(파#, 라#, 도#), A(라, 도#, 미), E(미, 솔#, 시)와 같은 단순한 어쿠스틱 기타 코드에 맑은 느낌의 보컬을 수놓아 가사의 메시지를 고스란히 전달해 나가는 ‘조앤 오브 아크’에서는 파파라치나 악플러들 때문에 상처받는 마돈나의 심경을 느낄 수 있습니다.

‘조앤 오브 아크’는 프랑스를 구한 쟌다르크를 부르는 별칭인 데요. 마돈나는 거침없이 일상적 금기를 깨트리는 자신의 예술적 사회적 행위에 대해 공격하는 사람들로부터 느끼는 고통속에서, 고국 프랑스를 구하고도 마녀로 몰려 화형 당한 잔다르크를 떠올린 것입니다.

무대 위에서 남성은 강하고 여성은 약하다는 인식을 깨뜨리는 수많은 퍼포먼스를 하고, 성에 대한 진보적 모습을 당당히 과시하며 페미니즘적 행동을 보여주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솔직한 성 담론을 주창하는 등 선구적인 ‘팝 사상가’로서 지금은 핍박당하지만 후대에 영원한 이름을 새기고 싶은 욕망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죠.

마돈나의 ‘홀리 워터’.  https://www.youtube.com/watch?v=4yg_YdbKxMk
마돈나의 ‘홀리 워터’. https://www.youtube.com/watch?v=4yg_YdbKxMk

“너에게 다 주기 전에 니가 가봐야 할 곳이 있지

그건 마약처럼, 불법임에 틀림없어

더 아래로 내려가

거기서 내 고귀한 알콜을 마셔

넌 목말라 보여, 그게 필요할 거야”

-마돈나 ‘홀리 워터’ 중에서

빠르고 강한 비트로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신디사이저 베이스의 강렬한 사운드속에서, 더 이상 번역하기 무서울 정도로 민망한 단어 범벅들을 요부의 음성으로 잘게 씹어 뱉어내는 노래 ‘홀리 워터’에서는, 성에 대한 그녀의 적나라한 생각들이 말 그대로 감정의 핵폭발을 일으킵니다. 방사능 낙진만 없다 뿐이지 듣는 내내 얼굴이 후끈후끈 온통 익어버릴 지경입니다.

노래 부르는 동작을 생각만 하고 있어도 뇌의 1차 감각운동 영역인 대뇌 중심열구(中心裂溝 대뇌 중심의 홈처럼 파인 곳)가 활성화 되어 노래 부르는 신체동작과 관련된 신경세포들이 활동을 시작한다는 영국 에모리 대학 신경연구센터 그레고리 번스 박사의 연구결과가 다른 방향으로 확인되는 느낌입니다. 그녀의 가사들을 듣다보면 가사가 묘사하는 신체동작과 관련된 신경세포들이 자기도 모르게 활동하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밀교에서는 진언(만트라)이라고 하여 마음 속의 깊고 지극히 함축된 뜻을 지닌 신비롭고 진실된 말들을 외우고 읊으면 신성한 존재와 합일에 이른다고 하죠. “언감생심”, “말이 씨가 된다”, “말하는 대로 이루어 지리라”는 말들도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현실이 되는 경우를 심심찮게 경험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 말마따나 성(聖)스러운 것을 말하고 노래 부르면 성(聖)스러운 존재가 되고, 성(性)스러운 것을 말하고 노래 부르면 성(性)스러운 존재가 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에 앞서 있는 엄연한 사실은 인간은 그 모든 것들의 씨앗을 자기 안에 가지고 있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 사실을 마돈나는 솔직히 까놓고 성(聖)스러운 것과 성(性)스러운 것들을 모두 말하고 노래합니다.

마돈나는 도대체 어떤 존재가 되려고 이러는 것일까요?

김형찬기자 chan@hani.co.kr

김형찬의 앱으로 여는 음악세상 http://plug.hani.co.kr/appsong/2139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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