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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비틀즈와 딜런에서 ‘애플 내일’ 봤다

등록 2015-04-03 10:31수정 2015-04-03 10:32

하나보다 나은 팀- 두려움 없는 도전 ‘롤 모델’
선불교 ‘영감’도 버무려 예술과 과학기술 융합
스티브 잡스. 한겨레 자료사진
스티브 잡스. 한겨레 자료사진

“내 사업의 롤모델은 바로 비틀즈다. 네 명으로 이뤄진 비틀즈는 각자 다른 성향을 유지하려 했다. 하지만 서로 균형을 아주 잘 맞췄기 때문에 비틀즈라는 그룹 전체는 단순히 그들 개개인들을 합쳐놓은 것보다 훨씬 더 위대했다. 이게 바로 내가 사업을 보는 관점이다. 사업에서 위대한 일은 결코 한 사람에 의해 이뤄지지 않는다. 위대한 일을 이루는 것은 바로 팀이다”

스티브 잡스는 비틀즈로부터 비즈니스에 대한 영감을 얻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스티브 잡스 되기’라는 이름의 잡스의 새로운 자서전이 나왔습니다. 미국 잡지 포춘의 편집장을 지낸 브렌트 쉘렌더가 전기작가 릭 테첼리와 함께 쓴 이 자서전에서 잡스는 신경질적이고 이기적인 예전 자서전의 묘사와 달리 유머 넘치고 팀워크를 중시한 인간미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팀워크를 중요시한 그의 태도는 바로 위의 비틀즈에 대한 언급에 농축되어 있는 것이죠.

비틀즈에 대해 얘기하는 스티브 잡스.  https://www.youtube.com/watch?v=1QfK9UokAIo
비틀즈에 대해 얘기하는 스티브 잡스. https://www.youtube.com/watch?v=1QfK9UokAIo

실제로 비틀즈에서 작사 작곡을 도맡아 하다시피 했던 두 멤버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는 절친한 친구이면서도 치열한 경쟁자로서 관계를 지속하며 긴장과 화합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걸출한 음악적 음악외적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매카트니가 10대 소녀 취향으로 너무 흐르면 레논이 제어하고, 레논이 너무 정신적인 부분으로 흐르면 매카트니가 덜어내곤 하면서 팀의 이미지 마케팅에 있어 균형을 유지했던 것이죠.

그러한 비틀즈 성공의 이면에는 다른 멤버 죠지 해리슨의 팀을 위한 배려도 있었는 데요. 원래 죠지 해리슨도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 작곡가였는데,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 두 명의 작사 작곡가가 쌓은 비틀즈 음악의 선명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앨범에 노래를 실을 때 많은 양보를 했던 것입니다. 잡스는 비틀즈의 화려한 영광 뒤편에서 컴퓨터 배경화면처럼 자리잡고 있는 네 멤버의 팀 플레이를 보았던 것이죠.

“나의 롤모델 중 하나는 밥 딜런이다. 나는 커가면서 그의 노래와 가사들을 배웠고 그가 단 한 번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모습을 보아왔다. 실패를 계속 감수할 수 있어야 진정한 예술가이다. 딜런은 항상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나는 이러한 아티스트들의 길이 바로 애플이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스티브 잡스는 밥 딜런의 음악도 좋아하여 기타를 치며 그의 노래를 부르기를 즐겨했다고 합니다. 애플 초창기 공동 창업자였던 스티브 워즈니악과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한 회의 와중에 기타를 치며 밥 딜런의 노래를 흥얼거렸다는 것입니다. 포크 기타로 반전 노래 ‘블로윈 인 더 윈드’를 불러 시대정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으면서도, 팬들에게서 변절자라는 비난까지 들어가며 전자기타를 잡는 변신을 하여 ‘포크록’을 탄생시키는 등 끊임없이 혁신을 이룬 밥 딜런의 예술정신을 잡스는 사랑했고 또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던 것 같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그의 아이팟에 밥 딜런의 12개 앨범, 7개의 비틀즈 앨범 노래들, 6개의 롤링스톤즈 앨범, 한때 연인이었던 조앤 바에즈의 앨범 4개를 저장해두고 있었다고 합니다.

뇌과학자들에 따르면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것은 실제로 창조적 생각을 하는 것과 관계가 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뇌의 오른쪽 반구는 꿈꾸거나 이미지를 떠올릴 때, 공상이나 상상을 하거나 할 때 활성화되는 데, 이 부분은 바로 음악적 지각과도 깊은 관련이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죠. 또 노래 가사를 발성하면서 베르니케, 브로카 영역 등 말하기와 관련된 뇌의 왼쪽 반구 또한 활성화됩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뇌 왼쪽 반구는 논리와 숫자, 언어와 분석 능력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이러한 능력들은 잡스가 컴퓨터 관련 작업을 하는 데 꼭 필요한 능력들이었던 것이죠.

비틀즈가 척 베리, 버디 홀리, 엘비스 프레슬리 등의 로큰롤을 받아들여 자기들만의 것을 만들어내고, 밥 딜런이 우디 거드리 등의 포크 음악에서 배워 다시 자신만의 장르를 창조해냈듯, 잡스 또한 비틀즈와 밥 딜런의 음악에서 얻은 영감을 통해 기존에 있던 과학기술들을 예술과 융합하여 아이폰, 아이패드와 같은 혁신적인 제품들을 만들어내게 됐던 것입니다.

리드대학교 철학과를 다니기도 했던 잡스는 일본 출신 승려로 미국에 건너가 선불교를 널리 알린 슌류 스즈키로부터도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종교란 어떤 특별한 가르침이 아니다. 종교는 어디에나 있다. 특별한 가르침에 관한 모든 것들을 잊어버려라. 무엇이 좋고 나쁜 것인지 묻지 말라. 가르침은 매순간 속에 있다. 모든 존재 안에 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가르침이다”

스치듯 지나가는 삶의 순간과 순간 사이, 언뜻언뜻 비치는 진리들을 바라보라고 말한 스즈키의 말 속에서, 밥 딜런의 음악을 흥얼거리며 비틀즈의 노래들에 심취하며 열심히 머릿속으로 뭔가를 떠올리는 잡스의 모습이 아른거립니다.

김형찬기자 chan@hani.co.kr

김형찬의 앱으로 여는 음악세상 http://plug.hani.co.kr/appsong/216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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