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남 썸녀, 더 끌리면 서로 상대 목소리 톤 맞춰
말소리 속 발성, 말 내용보다 더 많은 정보 담아
말소리 속 발성, 말 내용보다 더 많은 정보 담아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소속 소유, 정기고가 부른 노래 ‘썸’의 스타쉽TV 공식 뮤직비디오. https://www.youtube.com/watch?v=Y-FhDScM_2w
확실한 표현을 원하지만
너의 미소 띈 표정에 잊어버리지 난
요즘 따라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
니꺼인 듯 니꺼 아닌 니꺼 같은 나
순진한 척 웃지만 말고 그만 좀 해
너 솔직하게 좀 굴어봐
니 맘 속에 날 놔두고 한 눈 팔지 마
너야말로 다 알면서 딴청 피우지 마
피곤하게 힘 빼지 말고 어서 말해줘
사랑한단 말야”
-소유, 정기고가 부른 노래 ‘썸’ 중에서 연인이 되기 직전의 상태, 이른바 ‘썸’을 탄다고 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호소하는 고충 중의 하나는 위의 ‘썸’에서 노래하고 있는 것, 바로 ‘희망고문’입니다. 말투나 표정, 행동으로 봐서는 분명히 자신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정작 좋아한다는 그 말 한마디를 딱부러지게 해주지 않으니 긴가민가해서 정말 미치고 팔짝 뛰겠다는 것이지요. 그런 ‘썸’타는 사람들의 답답한 가슴을 조금이나마 달래줄 음향과학 등의 연구를 한번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미국 펜실베니아주 올브라이트 칼리지의 심리학과 부교수인 진화심리학, 음성인지학자 수잔 휴즈 박사는 ‘사람들은 우리가 사랑에 빠진 것을 알아차린다: 연인과 친구들을 향한 음성샘플 차이의 증거’라는 논문에서 로맨틱한 감정을 느끼는 상대방에게 말을 걸 때 음정, 억양 등의 진화론적 의미의 변화가 있으며, 이러한 ‘썸남썸녀’들의 대화 녹음을 듣는 다른 사람들은 그야말로 귀신같이 그 ‘썸’ 타는 상태를 알아차린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제 막 누군가에게 이성적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 24명이 각각 호감을 느끼는 이성과 혹은 동성의 친한 친구들과 통화한 내용을 녹음한 것을 80명의 감별자들에게 들려주었더니 아주 짧은 시간만 듣고도 그 통화를 한 사람이 이성적 호감을 느끼는지 아닌지를 상당히 정확한 비율로 맞췄다고 하는 것입니다. “잘 지내?”, “뭐해?” 등 간단한 통화 내용 속에서도 목소리의 음정이나 억양 등이 의미 있게 달라진 것을 알아차렸다는 얘기죠. ‘이성 간의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에 초점을 맞춘 이 연구는 분석의 정확성을 위해 80명의 목소리 특징 감별자들 중에서 2명의 게이 남성과 2명의 레즈비언 여성, 성 정체성에 대해 말하지 않은 3명을 제외하고 진행되었습니다. 그 결과 동성의 친구에게 말할 때와 호감 가는 이성에게 말할 때 목소리가 달라지는 걸 금방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짤막한 통화내용만을 듣고도 통화를 나누는 사람이 얼마나 기쁜지, 성적으로 호감을 느끼는지, 연애감정이 얼마나 되는지, 관계의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 쉽게 알아차렸다는 것이죠. “재채기와 사랑은 숨길 수 없다”고 한 속담이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긴 속담이라는 것도 사실 일반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하며 접한 경험들 속에서 찾아낸 나름의 행동 법칙을 말로 표현한 것이란 점을 생각하면 그렇게 놀랄 만한 사실이 아닌 것도 같습니다. 휴즈 박사 연구진은 위의 음성녹음 샘플들을 스펙토그램(음파의 스펙트럼을 음파 분석기를 이용하여 사진으로 찍은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여성의 경우 이성적 호감을 느끼는 남성의 음정과 조성을 흉내 내거나 맞추려고 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 남성의 음정에 맞춰 자신의 음정을 조금 낮추는 것이지요. 반대로 남성은 호감을 느끼는 여성의 음정에 맞추기 위해 목소리 톤을 높인다고 합니다. “나는 너와 함께 한다”는 친근감과 유대감을 알리기 위한 행동이라는 것이죠. 이와 관련해 이탈리아 밀라노가톨릭대학 일반심리학과 R. 치체리 교수는 ‘유혹하는 남성의 음성형태 분석’ 논문에서 목소리를 많이 조절한 남성이 여성과의 두 번째 데이트 기회를 획득하는 성공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썸’을 부르는 소유(왼쪽)와 정기고. 한겨레 자료사진
김형찬기자 chan@hani.co.kr
김형찬의 앱으로 여는 음악세상 http://plug.hani.co.kr/appsong/2268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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