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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이번엔 화가 지드래곤, 공감각 창의력

등록 2015-07-10 14:30수정 2015-07-10 14:31

국내외 현대미술 작가 12명과 함께 작품 전시회
색깔로 노래하고 소리로 그림 그리는 공감각증
지드래곤. 한겨레 자료사진
지드래곤. 한겨레 자료사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비쥬얼은 쇼크남들보다는 빠른 걸음
차원이 다른 젊음 얼음얼음얼음
HOLD UP 나나나나나
네 심장소리에 맞게 뛰기 시작해
막이 끝날 때까지 YEAH
I CAN’T BABY DON’T STOP THIS”
-지드래곤 작사 빅뱅 노래 ‘판타스틱 베이비’ 중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피스마이너스원 : 무대를 넘어서’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대중음악 스타가 대표적인 공공 미술관과 협업하여 전시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상당히 드물고 실험적인 시도로서 미술계, 대중문화계는 물론 일반 사람들의 관심도 동시에 끌고 있는 것이죠.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비쥬얼은 쇼크’라고 읊는 위 노래의 가사에 걸맞게, 공연무대와 방송, 뮤직 비디오 등에서 뛰어난 패션 감각을 자랑하고 있는 지드래곤은 마이클 스코긴스, 제임스 콜라, 권오상, 박형근 등 국내외 현대 미술 작가 12명과 함께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 대중음악스타 기획전 지드래곤의 ‘피스마이너스원’에 전시된 작품 중에서 거울을 배경으로 창을 든 천사와 밑에 깔린 악마의 상으로 지드래곤의 이중적 면모를 형상화한 권오상 작가의 사진 조각상.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시립미술관 대중음악스타 기획전 지드래곤의 ‘피스마이너스원’에 전시된 작품 중에서 거울을 배경으로 창을 든 천사와 밑에 깔린 악마의 상으로 지드래곤의 이중적 면모를 형상화한 권오상 작가의 사진 조각상. 한겨레 자료사진

사실 음악 하나만 하기도 상당히 어려운 법인데, 이렇게 미술에까지 재능을 보이는 지드래곤 같은 사람들을 보면 상당히 부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지드래곤처럼 음악을 하면서 다른 분야에서도 재능을 뽐내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싱어송라이터 이현우, 일본 시부야계 일렉트로닉 음악의 대표주자인 재일교포 토와 테이는 디자인 학교 출신으로 앨범 표지 미술 등에서 솜씨를 뽐내고 있고, 헤비메탈 밴드 바세린에서 기타를 맡고 있는 박진은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가수 조영남, 전설적 재즈 음악가 마일즈 데이비스, 영국의 록스타 데이비드 보위, 밴드 비틀즈의 멤버 폴 매카트니, 존 레논, 미국의 포크 가수 밥 딜런, 조니 미첼 등은 빼어난 그림 실력을 보여주기도 했죠. 미국의 래퍼 카니예 웨스트, 힙합 뮤지션 퍼렐 윌리엄스는 의류 제품 디자인을 직접 맡아서 하는 등 패션 사업에서도 맹활약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미술과 음악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어서 하나를 잘하면 다른 하나도 잘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요? “건축은 얼린 음악”이라고 표현한 독일의 대문호 괴테와 “음악에서의 악기는 그림에서의 색채와 같다”고 주장한 프랑스 낭만주의 작곡가 베를리오즈의 말에서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음악에도 건축과 같은, 넓게는 미술에서와 같은 아름다운 구조미가 필요하고, 미술에서도 다양한 악기 소리 같은 색깔들이 다채롭게 조화를 이뤄야 하기 때문인 것이죠.

음악과 미술의 융합적 관계는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김광균의 ‘외인촌’), “흔들리는 종소리의 동그라미”(정한모 ‘가을에’)와 같은 시의 공감각적 표현에서도 잘 드러나 보입니다. 만약 이렇게 소리에서 색깔이나 형태를 느끼는 공감각을 실제로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들의 예술적, 예술 외적 능력은 과연 어떻게 표현될까요?

다음과 같은 공감각증(사이네스테시아 synaesthesia)을 가진 유명 인사들의 사례를 통해 그 양상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러시아 출신의 미국 소설가이자 시인 겸 곤충학자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프랑스의 전위적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 러시아 출신의 추상미술 태두 바실리 간딘스키, 민족적 소재의 교향시로 유명한 핀란드의 작곡가 얀 시벨리우스, 미국의 재즈 피아노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듀크 엘링턴, 팝스타 빌리 조엘, 래퍼 카니예 웨스트, 힙합 뮤지션 퍼렐 윌리엄스, 양자전기역학의 재규격화 이론을 완성한 업적으로 1965년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 등이 공감각증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근래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해피’라는 노래로 잘 알려진 미국의 힙합 뮤지션 퍼렐 윌리엄스는 ABC방송 ‘나이트라인’ 인터뷰에서 “나는 내가 듣는 것을 시각화 할 수 있죠. 그래요 그 건 항상 이상한 색깔들이었어요”라고 말했죠. 또 오프라 윈프리의 ‘O’ 매거진에서 “나는 음악에서 색깔을 본다. 그것 없이는 음악을 못 만든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 생리학과 교수가 쓴 ‘천재의 불꽃 ; 세상에서 가장 창조적인 사람들의 13가지 생각의 도구’를 보면 노벨상을 수상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나는 방정식 기호들에서 색깔을 봅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독일 수학자) 잔케와 엠데의 책에서 베셀함수 속 희미한 그림을 보는 데요, 황갈색의 ‘j’와 푸르스름한 보랏빛 ‘n‘과 어두운 갈색 ‘x’가 주위를 날아다닙니다. 그리고 이게 도대체 학생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기만 합니다”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그의 공감각증이 양자 상호작용을 시각화하여 노벨물리학상을 받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죠.

공감각증은 뇌 신경망이 다르게 연결되어 있거나 또 다른 여분의 연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영국 이스트 런던 대학의 공감각증 연구자이자 심리학 교수인 M. 스필러 박사는 공감각증은 정신건강의 문제가 아니며 또 심리적인 것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자기공명영상을 통해 공감각증을 가진 사람들의 뇌를 살펴보면 그들이 단어나 음악을 들으며 색깔을 본다고 말할 때 그들의 뇌에선 진짜로 색깔을 보는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것입니다. 공감각증은 감각이 뭉쳐있는 것으로서 뇌의 신경망이 합쳐지거나 또 다른 별도의 신경회로가 있어서 느껴지는 것으로 생각되는 데, 종종 유전적 요소도 관찰된다고 합니다. 또 부모가 공감각증을 자녀에게 물려주기도 하지만 항상 같은 종류의 공감각증이 대물림 되는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한 공감각증은 다음과 같이 다양한 종류로 나타납니다.

공감각증을 가진 어떤 사람들은 숫자에서 맛을 느끼기도 하고 월요일, 화요일 등 요일을 나타내는 글자에서 색깔을 보기도 합니다. 1월, 2월 등 달을 나타내는 문자에서 선, 나선, 원 등의 모양을 보기도 하죠. 알파벳 A에서 빨강을 B에서는 파랑을 보기도 합니다. 월요일은 하얗고 숫자들은 모양을 가지며 10 X 5와 같은 곱셈식을 보는 경우 10개의 블록이 보이고 그 블록들은 다섯 개의 구획으로 나뉘어져 보인다고 하는 것이죠.

공감각증을 가진 사람들끼리도 같은 자극에 다른 반응을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알파벳 A를 노랑색으로 보는 공감각증이 있는가 하면, 보라색으로 보는 공감각증도 있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건드려지는 것을 보면 자기 또한 건드려지는 것을 느끼는 ‘거울’ 공감각증도 있고, 촉각을 색깔로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불규칙해 보이지만 개별적 사례로 들어가 보면 의식 상태에서 자동적으로 일관성 있게 공감각 증상을 보인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알파벳 A를 노랑색으로 보는 공감각증을 지닌 사람의 경우 일관되게 A를 노랑색으로 본다고 하는 것이죠.

크로메스테시아(chromesthesia)는 비시각적인 자극을 시각적 색깔로 받아들이는 공감각의 일종입니다. 소리에서 색깔을 보는 색청(色聽)은 이 크로메스테시아의 한 종류라고 하죠. 미국 캔사스 대학 음악심리학과 R.E. 라도시 교수 등의 ‘크로메스테시아 사례 연구’에서는 음악 성조에서 일관된 관계를 가지고 색깔들을 보는 여성 예술 교사의 사례를 체계적으로 연구했습니다. 이 사례에서 그녀는 높은 옥타브에서 밝은 색깔을 보고, 낮은 옥타브에서는 어두운 색깔을 본다고 했습니다. 빠른 장조 코드들이 연속되면 색깔들이 빠르게 섬광처럼 스쳐지나간다고 했죠. 마치 불꽃놀이를 보는 듯 하다는 것입니다. 미국 예일대학교 공공보건대학 환경과학 심리학 교수 L.E. 마크스 교수의 ‘사이네스테시아와 그 경계에서’ 연구에 따르면 크로메스테시아인 사람들은 ‘아~’가 들어가는 소리들에서는 빨강과 노랑 색깔을 보고 ‘우~’가 들어가는 소리들에서는 파랑, 갈색, 검정 색깔을 보기도 한다고 합니다.

문자의 최소 단위가 색깔로 보이는 공감각증을 가진 사람이 공감각적 지각을 할 때 교차적으로 활성화 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뇌 부위 이미지. 위키피디아
문자의 최소 단위가 색깔로 보이는 공감각증을 가진 사람이 공감각적 지각을 할 때 교차적으로 활성화 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뇌 부위 이미지. 위키피디아

영국 서섹스 대학 심리학과 줄리안 심너 교수 등의 ‘공감각증은 주로 여성들의 특성인가?’라는 연구에 따르면 영국인 1~2%가량이 이러한 공감각을 체험한다고 합니다. 남녀에서 비슷한 비율로 발생하구요. 특히 문자의 최소단위에서 색깔을 느끼는 공감각증은 영국 인구의 1.39%가량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공감각증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예술적인 면이나 예술 외적인 면에서 성공을 거둘 확률이 높은 것일까요? 또 후천적 노력을 통해 공감각 지각능력을 향상 시킬 수도 있는 것일까요?

우선 공감각증은 학습을 통해 일시적이지만 습득될 수 있는 것 같다고 합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교 심리학과의 올림피아 콜리졸리는 ‘글자에 색깔이 칠해진 책 읽기를 통해 얻어지는 의사 공감각증’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자기 자신이 공감각증을 가진 올림피아 콜리졸리는 공감각증이 아닌 실험 참가자들로 하여금 알파벳 중에서 E, T, A, S는 색깔을 입히고, 다른 알파벳들은 검정색으로 그냥 두어 읽게 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공감각증을 지니지 않은 사람들도 글자와 색깔의 관계를 익히게 됐고 그리하여 그냥 검은색 알파벳 글씨들을 읽어도 글씨의 색깔들을 기억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뒤 그렇게 글자와 색깔과의 관계를 기억하게 된 사람들에게 원래의 색깔과 다른 색깔을 알파벳에 그려 보여주었더니 인지 지연(cognitive delay) 현상을 보이더란 것입니다, 예를 들어 빨강색 A였던 것을 파랑색 A로 색깔을 바꿔 보여주었더니 그 알파벳이 A인 것인지 확인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더란 것이죠. 하지만 이러한 후천적 공감각증은 계속 훈련되지 않으면 몇 개월 뒤엔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공감각증을 가진 사람들이 후천적 경험을 통해 글자와 색깔, 모양의 연관관계를 갖게 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도 제시했습니다. 알파벳에서 색깔과 형태를 보는 어떤 공감각증을 가진 사람이 오랜만에 자기가 다니던 초등학교 교실에 가보니 그 교실 벽에 걸린 글자의 색깔과 모양이 자기가 느끼는 글자와 색깔, 모양의 그것과 일치하더란 것입니다. 또 11명의 공감각증을 가진 사람들을 살펴보니 그들이 느끼는 글씨와 색깔의 관계가 1972년~1989년 사이에 출시된 ‘피셔 프라이스’의 냉장고 부착용 자석 알파벳 색깔 세트의 글씨들과 놀랍게 일치하더란 것이죠.

또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심리학과 S. 팔머 교수 등의 ‘음악과 색깔의 관계는 감정에 의해 매개된다’라는 연구를 보면 공감각증을 가지지 않은 일반 사람들도 소리에서 색채를 보는 것까진 아니지만 적어도 소리에서 색깔을 느낄 수는 있다고 합니다. 팔머 교수에 따르면 모차르트의 장조 음악과 같이 빠르고 밝은 느낌의 음악을 들으면 밝은 노랑, 오렌지색깔을 느낀다고 하는 것이죠. 그와는 반대로 블루스곡들과 같이 느린 단조의 노래들을 들으면 말 그대로 ‘블루’, 어두운 푸른 색을 느낀다고 합니다.

이렇게 장조와 단조, 빠르고 느린 음악에서 밝고 어두운 색깔을 느끼는 것은 개개인을 넘어선 문화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대략 95%의 정확성으로 음악과 색깔의 관계를 맞출 수가 있다는 것이죠. 팔머 교수 연구진은 미국 샌프란시시코 만 주변의 남녀 50명가량과 멕시코 과달라하라 지역의 남녀 50명가량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요한 세바스찬 바하,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자르트, 요하네스 브람스의 18가지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고 37가지의 색깔 표본에서 각각의 음악에 가장 어울리는 색깔을 고르도록 했습니다. 그랬더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빠르고 들뜬 분위기의 노래들에는 따뜻한 색깔을, 우울한 분위기의 노래들에는 더 어둡고, 회색빛의 푸르죽죽한 색깔이 어울린다고 답했다는 것이죠. 팔머 교수 연구진은 또 음악에 걸맞는 얼굴 표정을 짓게 하는 실험도 진행했습니다. 실험 대상자들은 장조의 기쁜 느낌의 음악에는 행복한 얼굴 표정을, 침울한 분위기의 곡조에는 슬픈 얼굴 표정을 지었다고 합니다. 위에서처럼 콜리졸리, 팔머 교수 연구진의 사례를 통해 볼 때 공감각증 또는 그와 유사한 공감각적 인지능력은 학습 또는 문화를 통해 습득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보이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러한 선천적, 후천적 공감각증은 과연 예술적, 예술 외적 창조성에 영향을 끼치는 것일까요? 그것은 경우에 따라서, 또 환경적 요인과 개인의 노력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자폐증 스펙트럼과 공감각증의 관계를 살펴보면, 자폐증 스펙트럼의 사람들에게서 공감각증이 나타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 National Health Service)의 조사에 따르면 뇌에 충격이 가해지는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자연적 공감각증의 경우, 자폐증을 지닌 성인이 공감각증을 가진 비율은 17~19%, 자폐증이 아닌 성인이 공감각증을 가진 비율은 2% 정도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공감각증을 가진 사람이 자폐증 스펙트럼일 가능성이 일반 사람들보다 높은 것은 아니라고 하죠.

또 마약을 사용하면 공감각 능력이 향상되어 창의성을 높일수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물론 공감각증은 LSD 같은 마약에 의해서도 경험 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얻어진 공감각증은 마약 효력이 떨어짐과 함께 사라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약을 통해 얻어진 공감각증을 통해 뛰어난 예술 작품이나 예술외적 성취가 이뤄진다는 과학적 인과관계는 여러 가지 이유로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심신을 무자비하게 파괴시키는 마약의 폐해를 그 어떤 예술적, 비예술적 성취로 정당화 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죠.

어떤 사람들은 공감각증을 가진 사람들을 향해 추상적인 것들을 시각화할 수 있는 참 특별한 능력을 선물 받은 것이라고 부러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공감각증이 꼭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만은 아닙니다. 성인이 되어서 갑자기 공감각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 데요, 이런 경우는 뇌졸중이나 시각 청각의 소실과 관련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꼭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뇌졸중으로 인해 공감각증을 가지게 된 어떤 사람은 제임스 본드 영화 주제곡에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흥분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또 공감각증이 사람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병원에 찾아온, 매우 드문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운전을 할 때 교통신호와 표지판을 정말로 집중해서 봐야 하는 경우도 있고, 글자들이 모두 새로운 맛들을 느끼게 하기 때문에 책을 잘 읽지 못하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어린이의 경우 까만 글씨로 쓰여있는 문장에서 어떤 단어들은 밝은 단어로 보이기 때문에 하얀 종이 위의 그 글씨들을 지각하기 어려워 한다는 것입니다. 또 빨간 숫자와 노란 숫자를 합치는 경우 보통 사람들은 오렌지 색깔의 숫자를 보지만, 공감각증의 경우 특정 숫자에 대해 다른 색깔을 느끼기 때문에 이러한 색채 감각에 문제를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죠.

공감각증은 어린이들의 경우 더 혼란을 가져다 주는 것 같다고 합니다. 어른들의 경우 세월에 따른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이러한 혼란을 극복해 나간다는 것이죠. 미국 힙합 뮤지션 퍼렐 윌리엄스처럼 공감각증을 가진 어떤 사람들은 이것 없이는 못살겠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자기 인생에 뭐 특별히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어렸을 때는 공감각증이 있었는 데 커서 사라졌다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론은 어떻게 이 능력을 활용하느냐입니다.

스스로 공감각증(사이네스테시아 synaesthesia)을 가졌다고 말하는 미국 힙합 뮤지션 퍼렐 윌리엄스의 최근 히트곡 ‘해피’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ZbZSe6N_BXs
스스로 공감각증(사이네스테시아 synaesthesia)을 가졌다고 말하는 미국 힙합 뮤지션 퍼렐 윌리엄스의 최근 히트곡 ‘해피’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ZbZSe6N_BXs

보통 가족 중에 공감각증이 있으면 다른 가족도 이 증상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아 공감각증에 유전적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는 분석이 많습니다. 유전자가 인간의 일생을 송두리째 다 좌우하는 것이 아니듯, 공감각증의 유전적 요인이 예술적 예술 외적 창의성을 담보하는 것 또한 아닐 가능성이 많습니다.

유전자가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조차 커가면서 노출되는 여러 가지 환경 변수에 따라 다른 형질들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죠. 쌍둥이 중의 하나는 의대로 가고 다른 하나는 국문과로 가는 실제 사례가 생기기도 하는 것입니다. 공감각증 쌍둥이들이 서로 다른 종류의 공감각 현상을 체험하지만 어떤 사람은 음악가가 되고 어떤 사람은 IT 프로그래머가 되듯 말입니다. 공감각증을 가진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예술계에도 많이 종사하지만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파인만의 경우처럼 말이죠.

미국 워싱턴주립대 생물과학대학 M. 스키너 교수에 의해 촉발된 후성유전학에 따르면 유전자 DNA의 구조는 똑같다고 하더라도 음식물 등에서 섭취되는 메틸기라는 분자가 유전자에 달라붙으면 어떤 형질은 발현이 되고 또 어떤 형질은 발현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세포발생 초기 알 수 없는 환경요인으로 메틸기라는 분자가 한쪽 쌍둥이의 염색체에 있는 성장 유전자에 달라붙는 경우 그 쌍둥이의 키가 다른 쌍둥이에 비해 덜 자라게 된다는 것이죠. 메틸기 분자가 DNA에 달라붙는 정도에 따라 질병이 드러나고 안 드러나고의 차이를 만든다고도 합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정황들을 살펴볼 때, 공감각증이든 아니든 선천적 자질 못지않게 후천적 환경이나 노력에 따라 더 창조적이고 풍요로운 예술, 과학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와 함께 머리가 근질근질할 만큼 궁금한 생각이 또 한가지 듭니다. 공감각증을 가진 사람들은 ‘공감각’이라는 말에서 과연 어떤 색깔과 모양을 보고 또 어떤 소리를 들을까요? 남들은 2D로 보는 글자를 추가요금도 안내고 4D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감각증을 가진 사람이 솔직히 쬐끔, 아주 쬐끔 부럽기는 한 것 같습니다.
김형찬기자 chan@hani.co.kr
김형찬의 앱으로 여는 음악세상 http://plug.hani.co.kr/appsong/2306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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