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국악 교가, 학생들 뇌에 어떤 영향 줄까?

등록 2015-08-21 16:36

김형찬의 음악세상

서울 지하철 환승 음악 ‘얼씨구야’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bi3uW24_Wnc
서울 지하철 환승 음악 ‘얼씨구야’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bi3uW24_Wnc

최근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군가식 교가를 국악 장단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한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광복 70돌을 맞아 학교 내 일제의 잔재를 지우고 학생들이 국악에 더 친숙하게 다가가도록 하기 위한 사업으로서 전남문화재단이 진행하고 전남도교육청이 비용을 댄다고 합니다. ‘쿵짝 쿵짝’ 2박자 계통의 리듬인 교가를 ‘덩기덕 쿵덕’ 3박자 계통의 국악 장단으로 바꿔 학생들이 부르면서 저절로 어깨를 들썩거리도록 하겠다는 것이죠.

국악 장단에 맞추어 만든 교가가 과연 빠른 템포의 리듬에 간단한 선율을 가진 군가식 교가보다 더 효과적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할 수가 있겠습니다. 이미 사람들의 귀에 익숙해진 서울 지하철 환승역 알림 음악을 떠올려보면 아주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백찬 작곡가가 만든 서울 지하철 환승 음악은 ‘얼씨구야’라는 노래인데요. 대금, 해금, 피리, 가야금 네 가지 악기에 흥겨운 느낌을 낼 때 쓰는 ‘자진모리’ 장단을 사용하여 만든 것입니다.

자진모리 장단은 12/8박자로서 점4분 음표(♩.)가 한마디에 4번 들어가는 형태의 리듬입니다. 산술적으로 8분 음표(♪)는 12번이 들어가는 셈이죠. 자진모리 장단에서 점4분 음표는 보통 ‘4분 음표+8분 음표’ 묶음으로 표현됩니다. 일반적으로 “떵~덕쿵덕~/ 쿵~덕쿵덕~”하는 입소리로 나타냅니다. 입소리에 음표를 붙이면 “떵(♩) 덕(♪) 쿵(♪) 덕(♩) / 쿵(♩) 덕(♪) 쿵(♪) 덕(♩)”으로 표시됩니다. 점4분 음표가 1분 동안의 시간에 96~138회 연주되도록 하는 빠르기의 장단이죠.(♩.=96~138) 4분 음표를 기준으로 하자면 ♩=64~92, 다시말해 4분 음표가 1분 동안의 시간에 64~92회 연주되는 정도의 빠르기입니다. 자진모리 장단은 8분 음표 세 개를 묶은 3연음(점4분 음표 ♩.와 길이가 같다)으로 연속해서 표현하는 12/8박자 느린 템포의 ‘슬로우록’ 리듬(아래 그림)과도 비슷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국내용뿐만 아니라 국외용 음악 리듬으로 쓰여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여기에 9/8박자로서 점4분 음표가 한마디에 3번 들어가는 형태의 리듬인 ‘세마치’ 장단도 국악 교가로 쓰이기에 적절할 것 같습니다. (물론 산술적으로 이 세마치 장단 한 마디에 8분 음표는 9번 들어갑니다) 입소리로 나타내면 “덩(♩.) 덩(♩) 덕(♪) 쿵(♪) 덕(♩)”으로 표시되는 세마치 장단은 4분 음표가 1분 동안의 시간에 60~72회 연주되는 정도의 빠르기(♩=60~72)로서 조금 느린 듯하지만 그만큼 교가의 가사가 선명하게 귀에 들어올 수 있는 장점을 지닌 장단입니다. 전통민요 아리랑에서 주로 쓰이는 장단이기도 하죠. 어떻게 보면 교가를 국악 리듬으로 바꾸는 게 뭐 그리 대단한 효과를 본다고 이리도 야단법석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뇌 줄무늬체(striatum 빨강 부분) 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뇌 줄무늬체(striatum 빨강 부분) 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하지만 MIT 맥거번뇌연구센터 수석 연구원이자 뇌인지과학과 교수인 A.M. 그레이비얼 등의 ‘습관학습은 뇌 줄무늬체에서의 주파수 진동의 주요한 이동과 그에 동조화된 급격한 뇌 활성화와 연관되어 있다’라는 연구를 보면 그런 생각이 조금 바뀌게 될지도 모릅니다. 리듬은 학교 교가의 느낌을 확 바꾸기도 하지만 학습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이 연구에서는 뇌파의 리듬 변화를 통해 학습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그 과정을 밝혀낸 것입니다.

우리 몸에서는 세포들이 전기적 활동을 일으키기 때문에 그 전기신호인 주파수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심장 주파수를 측정하는 심전도(ECG :Electrocardiogram)나 근육의 주파수를 측정하는 근전도(EMG : electromyogram), 뇌의 주파수를 측정하는 뇌전도(EEG :electroencephalography)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레이비얼 연구진은 그 중에 뇌파 리듬의 변화를 살펴본 것입니다. 습관을 통한 학습이 이뤄지는 뇌 속에서 델타, 세타, 알파, 베타, 감마파 리듬들이 어떤 비율로 어떻게 조합을 이루며 진동하는지를 알아본 것이죠. 그레이비얼 연구진은 실험쥐들로 하여금 미로를 빠져나오도록 학습시키는 실험을 통해 쥐들의 뇌파가 빠르고 혼돈스러운 리듬에서 느리고 규칙적인 리듬으로 바뀌도록 조절하는 뇌의 영역이 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빠른 뇌파리듬과 느린 뇌파 리듬 사이에는 스위치가 있는 데, 그 스위치는 미로를 빠져나오는 방법을 완전히 터득할 때 켜지고 이는 학습습관이 완성되었음을 뜻한다는 것이죠.

그레이비얼 교수에 따르면 학습습관의 형성에 있어 기저핵 [basal ganglia; 대뇌반구에서 뇌간에 걸쳐 존재하는 회백질성 신경핵군)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습관은 특정한 행동을 취해 어떤 이익을 얻었을 때 생기는 것인데, 계속 반복되다 보면 몸에 배게 되고 더 이상 보상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지속되게 됩니다. 기저핵의 제일 밑부분에 있는 뇌의 배쪽줄무늬체(ventral striatum)는 아픔이나 기쁨 그리고 중독과 연관되어 있는 부분입니다.

그레이비얼 교수팀은 이 실험에서 실험쥐들이 T자형의 미로에서 소리를 듣고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방향 전환을 하도록 했습니다. 제대로 방향 전환을 해서 미로의 끝에 도달했을 때엔 그 보상으로 초콜렛 우유를 먹게 했죠. 처음 몇 번 미로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쥐들의 뇌속 기저핵은 폭발적인 활동량을 보였는 데요. 이때 고도의 집중상태에서 나타나는 감마파 (70~90헤르츠)가 발생했습니다. 뇌세포들은 그 불규칙한 감마파의 리듬에 동조화 되었구요. 하지만 쥐들이 미로의 끝에 어떻게 도달하고 또 어떻게 보상을 받게되는지 알게 된 때, 즉 미로의 끝에 착오 없이 도착하게 되었을 때 감마파는 사라지고 좀 더 낮은 주파수대의 베타파(15~28 헤르츠)가 뇌에서 짧게 발생되었는 데, 이때 기저핵 전체의 뇌 리듬은 굉장히 규칙적인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레이비얼 교수팀은 또 위에서처럼 뇌파가 변환되는 기저핵의 뉴런 활동까지 살펴봤습니다. 기저핵에는 뇌파와 협업하는 두 종류의 뉴런 그룹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중 출력뉴런은 기저핵과 뇌의 나머지 부분의 소통을 조절하는 역할을 담당했는데 감마파와 베타파가 절정일 때 급격하게 활동했습니다. 출력 뉴런과 다른 종류의 기저핵 속 뉴런인 억제뉴런은 출력 뉴런의 활동을 억제하는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강력한 뇌파 리듬이 발생할 때, 이 두 종류의 뉴런은 반대방향으로 활동한다는 것이죠. 기저핵 속의 출력 뉴런은 쥐들이 미로를 학습할 때 나머지 뇌 부분들에게 신호를 보내 초콜렛 우유를 얻어먹을 수 있는 새로운 행동을 배우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학습습관이 형성되면 출력 뉴런의 신호는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돼 억제뉴런에 의해 억제되고 그 과정에서 낮은 주파수대의 베타파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학습이 완료되면 출력뉴런은 더 이상 신호를 보내지 않는데 그 신호로부터 자유로워져야만 다른 새로운 학습습관들을 형성하게 되고 더 좋은 생각들을 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학습활동에서의 뇌파 리듬에 대한 연구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고 있는 뇌와 리듬의 관계에 관한 연구도 있습니다. ‘리듬과 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A. 가잘레이 박사의 연구가 바로 그것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신경생리심학과 교수이자 신경과학 이미지센터장인 A. 가잘레이 박사는 리듬이 전 우주에 걸친 근본적인 것이며 지구의 모든 생명체에 중요한 기반으로 작용한다고 말합니다. 뇌 기능 자체도 복잡한 뇌파 리듬에 의존하는 것이며, 뇌신경망들을 형성하는 뇌의 각 영역들간의 상호작용 또한 이 뇌파 리듬에 좌우된다는 것이죠. 가잘레이 박사는 리듬이 지각능력과 집중력, 기억력, 학습과 언어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말합니다. 그는 리듬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여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환자들과 같이 뇌기능에 문제가 생긴 사람들의 치료는 물론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신경조절, 리듬 훈련, 비디오게임 훈련, 신경피드백 등 뇌파 리듬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새로운 시도들을 하고 있는 것이죠.

A. 가잘레이 박사와 함께 ‘리듬과 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미키 하트가 소속되어 있던 미국의 히피 록밴드 ‘그레이트풀 데드’의 노래 ‘리플’ 공식 뮤직비디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JT8zLTaKxeE
A. 가잘레이 박사와 함께 ‘리듬과 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미키 하트가 소속되어 있던 미국의 히피 록밴드 ‘그레이트풀 데드’의 노래 ‘리플’ 공식 뮤직비디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JT8zLTaKxeE

가잘레이 박사는 그래미상을 수상한 타악기 연주자이자 민족음악학자이며 저 유명한 미국의 1960년대 히피 록 밴드‘그레이트풀 데드’의 멤버 출신으로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미키 하트와 작업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음악이 인간의 뇌에 미치는 신비한 힘의 비밀을 풀어 인간의 삶을 힐링하겠다고 말하는 하트는 ‘음악의 신경학적 기능 연구센터’의 이사이기도 합니다. 이들의 연구는 한마디로 음악과 뇌 과학이 리듬이라는 광활한 공통분모 위에서 여러모로 의미를 가진 용틀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 전통 국악장단들이 샤머니즘의 정신적 전통에서 처음 비롯된 것임을 감안하면, 정신과 리듬의 관계를 밝히려고 하는 가잘레이 박사 등의 ‘리듬과 뇌 프로젝트’는 비록 미국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긴 해도 그 결과가 우리 국악장단의 가치와 의미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교가를 국악 리듬으로 만드는 작업에 더해 가사에서도 좀 더 다양하고 창의적인 시도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습니다. 서울 한성중학교 권혜인 교사, 고려대 교육학과 한용진 교수의 ‘중학교 교가 가사의 교육적 가치 탐구’(2013년) 연구를 보면, 서울시 소재 269개 중학교 교가 가사에 도덕 가치와 정신적·종교적 가치가 98% 이상 반영되어 있고, 그 다음으로 진리 가치(92%), 사회적·건강적 가치(89%), 물질 가치(84%) 등이 나타나고 있는 반면, 심미 가치가 교가에 반영된 학교는 67%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물론 교가 속에 건학 이념이 들어가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좀 더 미학적이고 입에 착착 감기는 말로 가사를 지으면 학생들이 부르기에도 좋고 음악, 국어 학습이나 그밖의 교육 영역에도 더 긍정적 영향을 주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김형찬기자 chan@hani.co.kr
김형찬의 앱으로 여는 음악세상 http://plug.hani.co.kr/appsong/2361491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