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아는 듯한 쾌감과 빠져 드는 효과
바흐·모짜르트 등도 음 반복·변형 필수
바흐·모짜르트 등도 음 반복·변형 필수
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가요제 앨범 표지.
레레레 레레레옹 레레레옹
레레 레레레 레레
눈에 띄게 흰 피부에 입술은 피빨강
꼿꼿하게 핀 허리에 새침한 똑단발
(중략)
Shape Of My Heart
난 나잇값을 떼먹은 남자
Call Me 레옹 Call Me 레옹 Call Me 레옹
Call Me Call Call Call Call Call Call Me
(중략)
왜 그렇게 무뚝뚝하나요
상냥하게 좀 해줄래요, ma 레옹?
나도 어디서 꿀리진 않아
내 Choice는 틀리지 않아
I‘m 마, 마틸다 I’m 마, 마 마틸다
I‘m 마, 마틸타 I’m 마 I‘m I’m마 I’m마
(하략)”
- 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서 박명수, 아이유가 부른 노래 ‘레옹’ 중에서 유행하는 노래들을 듣다 보면 무심결에 특정 소절을 따라 부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다들 왕왕 있으시죠? “내가 지금 왜 이 가사를 흥얼거리고 있지?” 반문하면서도 입술은 자기도 모르게 선율과 리듬에 맞춰 달싹거릴 때가 있습니다. 심하면 하루종일 그 멜로디와 가사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빙글빙글 맴돌기도 하죠. 위에서 보듯 <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서 박명수, 아이유가 불러 음원챠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노래 ‘레옹’ 또한 반복되는 가사들이 상당히 많이 눈에 띕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음악에서의 반복은 노래의 흥행이나 듣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 것일까요? 미국 남가주대학 마샬경영대학 마케팅학과 교수 죠셉 누네스 교수팀의 ‘나는 그렇게 소리 나는 방식을 좋아한다 : 팝송 인기챠트에서 악기 편성이 끼치는 영향’ 연구를 보면 음악적 반복과 노래 흥행 사이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어 보입니다. 누네스 교수팀은 1958년부터 2012년까지 55년간 빌보드챠트에서 1위를 차지한 1029곡을 분석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90위 안에 들어가지 못한 1,451곡 또한 대조해 보았다고 하죠. 그 결과 히트곡들의 인기는 가사의 단순함과 그 가사들이 얼마나 자주 반복되는지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히트곡들과 그 곡들의 빠르기와의 상관관계보다 가사의 반복이 더 중요한 관련성을 띄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히트곡들에서는 제한된 어휘가 반복되는 경우가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것이죠. 이것은 인간의 뇌가 적은 노력으로 더 많은 결과물을 얻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반복되는 단어나 구절을 계속 들으면서 기시감(이전에 본 적이 있는 듯한 느낌), 아니 기청감(이전에 들은 적이 있는 듯한 느낌)이 생겨 “아! 나 이거 알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어”라고 말하며 처음 듣는 노래에 대해 뭔가 알아낸 것에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처음 들었지만 특정 부분이 반복되기 때문에, 한 소절에 뒤따르는 다음 소절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쉽게 알아맞힐 수 있고 또 그걸 적중시키는 데서 오는 쾌감을 즐긴다는 것입니다.
비틀즈 ‘백 인 더 유에스에스아르’.(THE BEATLES ‘BACK IN THE U.S.S.R’)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kHD5nd3QLTg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 41번 가장조’.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3UfeqOTvPI8
김형찬기자 chan@hani.co.kr
김형찬의 앱으로 여는 음악세상 http://plug.hani.co.kr/appsong/2369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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