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음 사운드가 먼저…방해 안되도록 맞춰
사운드에 중점 두면 표절 우려 주는 장점도
사운드에 중점 두면 표절 우려 주는 장점도
황광희, 태양, 지드래곤 방송화면 갈무리.
Give Me That 맙소사
I Love It Love It Love It 맙소사
You Love It Love It Love It
(Yeah I’m Ready) 맙소사
Since 88 태어날 때부터 Everyday가 우린 Birthday
I Go Hard 신이 날 땐 아무도 날 심판하지 못해 절대
양, 옆, 앞, 뒤 다 줄 맞춰 내가 지휘할 테니까
교양 없이 듣는 예능 Symphony 오늘은 토요일
무한대를 그려봐 Let’s Go
Boom Boom Boom 무슨 말이 필요해
Shut Up And
Drop Drop Drop The Bass
-‘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가요제’에서 황광희, 태양, 지드래곤이 노래한 ‘맙소사’ 중에서 요즘 노래들은 예전 노래들에 비해 덜 서정적이고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하며, 특히 히트하고 있는 댄스곡 등의 대중음악들 상당수는 춤과 선율과 리듬에 종속된 채 공허한 단어와 단순한 영어로 가사가 채워지고 있다는 비판들이 있습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위의 노래 ‘맙소사’ 또한 마찬가지의 비판을 피해갈 수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그 중 첫 번째는 요즘 음악에서는 다른 그 무엇보다 사운드가 중심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사보다도, 어쩌면 멜로디보다도 사운드에 더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죠. 국내외를 막론하고 근래의 대중음악들이 전자음 등의 사운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우선 좀더 다양한 음색 등을 사용함으로써 표현의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까닭입니다. 게다가 거의 모든 노래가 컴퓨터에 저장되고 인터넷으로 검색되는 디지털 시대에, 선율에 중심을 둔 음악들은 표절 위험과 그에 따른 파장이 큰 반면, 사운드에 중점을 둔 음악은 그 러한 표절 우려를 줄여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선율은 1옥타브를 평균률의 12개 반음으로 분할한 도, 도#, 레, 레#, 미, 파, 파#, 솔, 솔#, 라, 라#, 시의 12개 음만을 사용하여 만들어지지만, 신디사이저, 컴퓨터 등 전자기기를 통해 만들어내는 사운드는 1옥타브 안에서 이론적으로 무한대에 가까운 음들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표절의 위험이 적어지는 것이죠. 예를 들어, 피아노 건반 위에서 가온‘다’ 즉 4번째 높은 ‘도’ (C4. 아래 그래픽 참조)의 주파수는 261.63Hz입니다. 그리고 그보다 반음 높은 음인 ‘도#’의 주파수는 277.18Hz입니다. 여기서 사운드는 261.63Hz와 277.18Hz사이 주파수들, 즉 261.64~277.17Hz 사이의 무수한 음들의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죠. 사운드는 여기에 더해 음색도 엄청나게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표절 방지에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주파수(Hz)와와 진폭이 같아도 그 파형이 다르면 그 음색이 달라지기 때문에, 음색까지 다르게 조합하면 사운드의 종류는 더욱더 다양해지기 때문인 것이죠. 신디사이저가 나오기 전엔 비틀즈가 한 옥타브 안에서 22개의 슈루티(sruti) 즉 22개의 다른 소리를 낼 수 있는 인도 악기 시타르의 음색을 절묘하게 사용해 ‘노르웨이지언 우드(Norwegian Wood)’라는 명곡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평균률의 12음 선율을 벗어나, 서양인 입장에서 볼 때 ‘새로운 소리’인 시타르의 독특한 사운드에 주목해 만든 결과물인 셈입니다. 싸이, 지드래곤, 캘빈 해리스, 모비 등 국내외 뮤지션들이 자신들의 음악에서 큰 비중을 두고 있는 사운드는 신디사이저와 컴퓨터 음악의 발달에 따라 점점 더 형형색색의 소리 형태들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사운드가 왜 점점 다양해질 수 있는지는 신디사이저의 원리를 보면 금방 알 수가 있습니다. 신디사이저의 사운드 합성 방식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우선 주파수 변조 방식인 FM(Frequency Modulation)방식이 있습니다. 주파수 발생장치인 오실레이터와 주파수 조절장치인 모듈레이터 등을 사용하여 주파수의 합성과 변조를 통해 다양한 전자음을 만드는 사운드 합성 방식입니다. 정현파(正弦波 sine wave 아래 그림 참조)라고 하는 순수하고 단조로운 톤의 사운드 주파수의 강약과 길이, 음량을 조절하여 기계적이면서도 다양하며 신비로운 음색을 잘 구현하는 사운드 합성 방식입니다. 야마하 DX 시리즈. TG시리지. MU80 등의 신디사이저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사인파 이미지
사운드 합성 소프트웨어 ‘옴니스피어’
생생한 물방울 사운드를 편집해 넣어 만든 일본 시부야계 밴드 코넬리우스의 음악 ‘드롭’ 동영상 출처 www.youtube.com/watch?v=penAy3JrXws
‘구체 음악가’ 샤페르 동영상 출처 Pierre Schaeffer & Pierre Henry: Orphee 53 (1953) www.youtube.com/watch?v=XJq3jItducg
Halim El-Dabh - “Wire Recorder Piece” (1944) www.youtube.com/watch?v=j_kbNSdRvgo
Halim El-Dabh - “Wire Recorder Piece” (1944) www.youtube.com/watch?v=j_kbNSdRvgo
당신의 인생에서 멋진 시간을 가질 수 있어요
저 소녀를 봐요 저 모습을
춤추는 여왕에 빠져 보세요
금요일 밤 불빛은 낮게 비추는데
갈 곳을 찾아봐요
누군가 신나는 음악을 틀고 있는 곳
스윙춤을 추는 곳
당신은 왕을 찾으려 들어옵니다.
누구라도 왕이 될 수 있어요
(하략)”
- 아바 ‘댄싱 퀸’ 중에서 누구나 걸작으로 여기며 들을 때마다 어깨를 들썩거리는 아바의 ‘댄싱 퀸’의 가사는 선율과 리듬에 비해 별 다를 게 없습니다. 하지만 뛰어난 멜로디와 그 선율을 눈부시게 뒷받침 해주는 편곡과 사운드에 누구나 감탄을 금치 못하죠. 댄스곡에서는 아무래도 가사 보다는 선율이나 리듬, 사운드가 중요한 법이기 때문입니다. 핀란드 헬싱키대학에서 실험심리학, 청각인지신경학, 음악신경미학 연구를 하고 있는 엘비라 브라티코 박사팀은 뇌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을 통해 즐거운 음악을 듣는 청취자들에게는 가사보다 소리의 요소들이 더 큰 영향을 끼치고, 슬픈 노래의 경우 가사가 더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죠. 즐거운 음악의 경우 밝은 음색과 빠른 템포, 신나는 리듬의 악기 사운드가 들어간 음악들이 감정과 관련된 뇌의 변연계의 활동을 촉발시켰다는 것입니다.( 관련 글 참조: 슬픈 노래는 가사, 즐거운 노래는 멜로디에 끌린다) 이러한 여러가지 상황을 정리해보자면 댄스곡과 일렉트로닉과 발라드와 포크송과 록 등 음악에는 저마다 다른 작사 기법과 의미의 자리매김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지금까지만 말입니다. 앞으로 더 가사에 비중을 둔 댄스 음악이나 일렉트로닉 히트곡이 나오지 말란 법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예상을 깨고 더욱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바로 가사보다도 선율보다도 사운드보다도 더 중요한 ‘음악의 절대 원소’이기 때문입니다. 김형찬 기자 chan@hani.co.kr
▶김형찬의 앱으로 여는 음악세상 http://plug.hani.co.kr/app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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