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렉트콜
청소년들, 휴대전화 정액제 해결책으로 애용
통화료 최대 33% 비싸…가족간 갈등 빚기도
통화료 최대 33% 비싸…가족간 갈등 빚기도
고등학교 1학년인 이아무개(16)군은 월 2만5천원짜리 정액요금제에 가입해 이동전화를 쓰고 있다. 집이나 부모님께 전화를 걸 때는 ‘외상전화’(청소년들은 수신자 요금부담 전화를 이렇게 부른다)를 이용한다. 정액요금에 포함된 통화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다. 통화시간이 바닥난 뒤에는 친구들에게도 외상전화를 이용한다. 받아주기로 약속이 돼 있다. 여자 친구가 생긴 뒤부터는 정액 통화시간이 더 빨리 떨어져, 외상전화 이용량이 늘었다.
이아무개(46·회사원)씨는 아들의 고등학교 입학 선물로 이동전화에 가입시켜줬다. 통신비 부담을 최소화하려고 월 2만5천원짜리 정액요금제에 가입하게 했다. 그런데 언제인가부터 아들이 수신자 요금부담 전화(콜렉트콜)로 전화를 걸었다. 처음에는 휴대전화를 놔두고 나왔나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늘 수신자 요금부담 전화를 이용한다. 더욱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들이 이동전화를 쓰기 시작한 뒤 이씨 부부와 집 전화요금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월 2만5천원을 넘지 않을 줄 알았던 아들의 이동전화 요금도 콜렉트콜 통화료 증가로 계속 늘어, 지난달에는 12만원 가까이 나왔다.
청소년들이 통화료를 수신자에게 부담시키는 콜렉트콜 서비스를 이용해 이용해 이동전화 ‘정액요금제’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문제는 요금이다. 청소년들이 콜렉트콜로 통화시간 상한 규제를 피하는 ‘비법’을 터득하는 순간부터, 부모들은 자녀의 콜렉트콜 이용으로 쌓이는 요금 부담에 허리가 휜다. 이동전화 통화료는 10초당 18~20원(표준요금 기준)인 데 비해, 휴대전화 콜렉트콜 통화료는 10초당 24원으로 업체별로 많게는 33%까지 비싸다. 통신비를 줄이자고 정액요금제에 가입시켰는데, 콜렉트콜 때문에 더 비싼 통화료를 물고 있는 셈이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콜렉트콜 이용은 통화시간 상한 규제를 피하는 ‘비법’으로 전수되고 있다. ‘외상전화 품앗이’까지 성행한다. 콜렉트콜을 받아준 횟수만큼, 상대 것도 받아주는 것이다. 중학교 3학년 정아무개양은 “누구에게 외상전화 몇 번 빚졌다고 메모해두는 애들도 있다”고 말했다. 대신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경우도 있다. 엄청나게 나온 요금 때문에 부모와 자녀가 갈등을 하고, 그 결과로 자녀가 요금 독촉 전화에 시달리는 사태까지 발생한다. 실제로 청소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부모가 요금 납부를 거부하거나 요금을 내지 못해 이동전화 이용이 정지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용이 정지된 상태에서도 콜렉트콜 사용은 가능해, 자녀 스스로 절제하지 않는 한 통화료는 계속 발생한다.
청소년들이 요금 독촉 전화에 시달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요금이 연체되면, 이동통신 업체들은 해당 이동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요금 납부를 독촉한다. 근무시간에 전화를 하다 보니, 청소년들은 학교 수업시간이나 친구들 앞에서 요금 독촉 전화를 받게 된다. 고등학교 2학년 정아무개군은 “반 친구가 요금 독촉 전화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나도 그렇게 될 것 같아 휴대전화를 부모님께 맡겼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이동전화 사용을 절제하지 못한 탓에 빚어진다. 하지만 통신업체들의 상술도 문제다. 에스케이텔레콤 쪽은 “콜렉트콜이 꼭 필요한 위급상황도 있을 수 있는데, 어떻게 막느냐”고 주장했다. 케이티에프는 “콜렉트콜은 유선전화 회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라 이동통신 업체는 간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4일 현재 정액요금제에 가입한 청소년은 400여만명이며, 콜렉트콜 매출은 연간 2천여억원에 이른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급할때 ‘콜렉트콜’, 1초만 써도 3분 요금 ‘바가지콜’
▶이상한 국제전화 빨리 끊는 게 상책
▶급할때 ‘콜렉트콜’, 1초만 써도 3분 요금 ‘바가지콜’
▶이상한 국제전화 빨리 끊는 게 상책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