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 경제부 정보통신전문기자
김재섭 기자의 @어바인 통신
개인용컴퓨터 운영체제 ‘윈도’를 판매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컴퓨터 보안 프로그램 ‘노턴안티바이러스’를 공급하는 시만텍은 그동안 공생 관계를 가져왔다. 윈도의 보안 허점을 노린 바이러스나 악성 코드가 등장할 때마다 시만텍이 노턴안티바이러스에 신종 악성 프로그램들을 무력화하는 기능을 추가해 컴퓨터 사용자들을 보호해왔다. 엠에스는 시만텍 덕에 보안 허점을 가진 윈도를 팔고도 비난을 피할 수 있었고, 시만텍은 엠에스 덕에 매출을 키울 수 있었다.
잘 지내던 두 업체가 ‘원수’ 사이로 바뀌고 있다. 지난 5월 엠에스가 보안 프로그램을 내놓으면서부터다. 엠에스는 추가 보안 프로그램 공급 계획을 내놓고, 보안 전문업체 인수도 추진하는 등 보안 프로그램 시장 공략을 강화할 뜻을 분명히 했다. 윈도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보안 프로그램을 팔아온 시만텍쪽에서 보면 날벼락과 다름없다. 윈도용 응용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엠에스와 경쟁해 살아남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엠에스가 문서편집기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워드퍼펙’ 등 문서편집기 시장을 주름잡던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이후에도 인터넷 익스플로러로 인터넷 프로그램 시장에 후발로 진출해 넷스케이프를 밀어내며 시장을 장악했고, 윈도미디어플레이어로 멀티미디어플레이어 시장에 뛰어들어 리얼네트웍스를 내몰았다.
시장이 황금빛으로 바뀌는 순간 엠에스가 발을 들여놨고, 그 시장을 키워온 기존 업체들은 그 때부터 하나씩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이런 선례로 볼 때, 노턴안티바이러스가 워드퍼펙이나 넷스케이프의 처지로 몰리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시만텍의 심정이 어떤지는 이 업체가 요즘 엠에스를 상대로 벌이는 싸움의 행태에서도 잘 나타난다. 시만텍은 ‘윈도비스타’의 보안 허점을 찾아내 공개하고 있다. 윈도비스타는 2007년 발표 예정인 차기 윈도 운영체제로, 엠에스가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이다. 시만텍이 여기에 흠집을 내고 있다. 시만텍 연구원들은 지난 2월 발표된 윈도비스타의 시험판을 조근조근 분석해 윈도비스타의 보안 허점을 담은 보고서를 시리즈 형태로 만들어 내놓고 있다. 시만텍은 또 엠에스가 기술을 남용했다고 고소했다.
하지만 엠에스는 꿈쩍하지 않는 눈치다. 엠에스는 시만텍의 윈도비스타 보안 허점 보고서에 대해 “이미 다 해결했다”고 일축했다.
엠에스와 시만텍의 사례는 기업 세계에서 한 쪽이 다른 쪽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형태의 공생 관계란 오래 갈 수 없고, 따라서 의존하는 쪽에서는 이를 위험요소로 간주해 처음부터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또다시 보여준다. 시장이 황금빛을 띠기 시작하는 순간 상대가 욕심을 내기 때문이다.
엠에스를 상대로 한 시만텍의 싸움은 앞으로 더욱 처절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안철수연구소와 하우리 역시 시만텍과 같은 처지일 수밖에 없다.
김재섭 경제부 정보통신전문기자 jskim@hani.co.kr
김재섭 경제부 정보통신전문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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