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추이
광공업서 상위50대 기업 비중 39.7% 사상최고
자동차·정유는 독과점 심화…“지배력 남용 우려”
자동차·정유는 독과점 심화…“지배력 남용 우려”
국내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및 독과점 정도가 외환위기 때보다 더욱 심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일 ‘광공업 시장구조 조사’ 결과, 제품 출하액 기준으로 상위 50대 기업이 전체 광공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일반집중도’가 2004년에 39.7%로 2003년의 37.8%에 비해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이는 조사가 시작된 198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 종전 최고치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38.4%였다. 일반집중도는 외환위기 직후 부실기업 퇴출과 대규모 인수합병 증가로 일시 높아졌다가 완화되기 시작했으나 2002~2003년부터 다시 높아지고 있다. 상위 100대 기업의 출하액 비중도 2004년 46.4%로 2002년 43.8%를 기록한 이래 계속 상승세다.
집중도가 높다는 것은 상위 대기업들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이날 발표된 경제력 집중의 심화는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없애는 대신 계열사간 순환출자 금지를 추진하는 공정위의 방침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권오승 공정위원장은 “출총제를 폐지하면 당장은 대기업들이 좋아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중소기업들은 점점 발 붙일 곳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해왔다.
공정위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이 다시 심해진 이유로 “외환위기 이후 기업구조조정으로 계열사 매각과 분사가 늘고 정보통신 분야를 중심으로 한 벤처기업이 활기를 띠다가 2002년 이후 벤처 붐이 꺼지고, 대기업-중소기업의 양극화가 심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공정위는 특히 삼성, 현대차 등 수출 주도형 대기업은 고성장을 한 반면, 나머지 기업들의 성장은 정체된 것을 꼽았다.
산업별 시장점유율 상위 3개 업체들의 독과점 정도를 보여주는 산업집중도(CR3)도 2003년의 43%를 바닥으로 해서 2004년에는 44%로 높아졌다. 산업집중도는 해당 산업의 시장규모가 클수록 집중도가 낮아지는 게 일반적인데, 1조원 이상의 대형시장에서는 집중도가 오히려 높아지는 게 우리나라의 특징이다. 이는 거대 시장일수록 대기업들의 독과점이 심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연간 시장규모가 5조원 이상인 20개 산업 중에서 자동차, 정유, 철강, 반도체, 조선 등 5개 산업은 상위 3개 기업의 비중이 75% 이상이다. 이상승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산업집중도가 높아질 경우 일반적으로 상위 기업들의 시장지배력 남용 우려가 커지고 담합이 쉬워지는 등 독과점 폐해가 커질 수 있다”며 “하지만 기술개발 등으로 산업집중도가 높아진 경우 제품가격 인하 등을 통해 소비자 혜택이 커질 수도 있어 좀더 정확한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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