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케이, 롯데, 한화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본사 및 계열사가 마천루처럼 서 있는 서울 중심부의 모습.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배당은 적게 급여는 많이’ 작전
다른 주주들과 공평분배 회피
비상장사 총수 연봉은 ‘고무줄’
다른 주주들과 공평분배 회피
비상장사 총수 연봉은 ‘고무줄’
“허허. 한 분이 많이 받죠, 저는 아닙니다.”
4대 그룹 전직 부회장 ㅇ씨는 연봉으로 20억원은 받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손사래를 쳤다. 그는 재직 당시 회사에서 등기임원 서열 2위였다. 사업보고서상 등기임원 4명에게 지급된 1인당 평균 보수는 17억원이 조금 넘었다. 그는 “13억원 정도 됐을까. 밑에 사장들은 그 이하죠”라고 말했다.
서열 2위 부회장 연봉이 등기임원 평균치에도 미달한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이 회사의 서열 1위인 회장이자 총수가 받는 연봉은 최소한 40억원은 넘는다는 말이 된다. ㅇ씨는 “하지만 오너 연봉은 회사에서 아는 사람이 재무담당 임원 말고는 없다고 봐야죠. 추정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 그룹의 총수는 3개 이상의 계열사에서 임원을 맡고 있다. 그룹에서 받는 보수 총액은 더 불어난다는 의미다.
총수의 월급은 신성불가침이다. 얼마나 받는지 알 수 없고, 얼마를 받든지 누구도 간섭을 할 수 없는 영역이다. 통신·에너지 업종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한 주요 그룹의 전직 부회장도 ㅇ씨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를 했다. 2000년대 중후반에 퇴직한 그는 “요즘은 월급쟁이 사장들도 월급이 많이 올랐다고 하던데, 오너와의 (보수) 차이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라고 밝혔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금융감독원의 한 국장은 “수년 전 한 금융회사의 감사가 오너에게 과다 보수 문제를 지적하는 바람에 잘린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임원 보수 문제는 미국이나 영국 등 다른 나라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미국 등에선 임원 보수 논의는 ‘대리인 비용’(주주를 대신해서 회사를 경영하는 경영진에게 지급되는 보수 적정성 문제)이란 틀 속에서 이뤄진다.
이정연 미국 캔자스대 교수(경영학)는 “최고경영자 과다 보수에 대한 연구와 논의는 주로 매니저(경영자) 파워와 포지션(지위) 파워에 따른 최고경영자 보상체계 왜곡이라는 접근법 아래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시각에 맞서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최고경영자 보수가 결정된다거나, 최고경영자의 높은 보수가 기업 내 효율성을 높인다는 시각도 팽팽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시각을 국내 기업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최고경영자가 곧 대주주인 매우 독특한 기업 지배구조를 우리나라는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한 헤드헌팅 업체 대표는 “재벌 총수들은 마치 배당처럼 월급을 받아간다”고 꼬집었다. 배당을 많이 가져갈 경우 다른 주주에게도 높은 이익이 돌아가는 만큼 배당은 줄이고 월급은 많이 가져가는 전략을 재벌 총수들이 선호한다는 것이다.
외부 정보 공개 수준이 낮은 비상장사의 경우엔 이런 총수 보수 문제는 좀더 두드러진다. 국내 5대 패션회사의 최대주주 겸 회장이 받는 연봉은 30억~60억원으로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한다. 회장 비서팀 관계자는 “오너 연봉은 그때그때 달랐다. 기업 실적과는 별 상관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회사 본사 사옥 소유주로서 받는 임대료와 배당금까지 합하면 한때 총소득이 140억원에 이른 적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총수들이 이와 같은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니다. 한 예로 한국투자금융그룹의 최대주주이자 부회장인 김남구씨를 들 수 있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지주와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에서 모두 11억원가량의 연봉을 받았는데, 한국투자증권의 전문경영인 유상호 사장의 보수(연 12억7000만원)보다 낮다.
김경락 류이근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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