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보상’은 기업 고위 임원의 높은 연봉을 정당화하는 핵심 논거 가운데 하나다. 기업의 이익을 늘리는 데 기여한 만큼 임원에게 더 많은 보수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기업의 이익과 임원 보수의 증감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13일 <한겨레>가 1998~2012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계속 상장된 기업 457곳의 지난 15년치 사업보고서를 분석해봤더니, 영업이익과 임원(사내외 이사 및 감사 포함)의 보수 간 상관관계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분석 대상 기업들의 임원 1인당 평균 연봉은 24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30% 증가에 그쳤다. 임원 보수의 증가폭이 영업이익 증가폭보다 훨씬 큰 것이다.
이들 기업에서 지난해 영업이익이 2011년에 견줘 줄어든 곳은 242곳인데, 이 가운데 임원 1인당 평균 보수가 늘어난 곳은 138곳에 이른다. 다시 말해 100개사 가운데 57곳이 영업이익이 줄었는데도 임원 1인당 보수는 늘렸다는 것이다. 이는 임원 보수가 꼭 영업이익에 연동돼 증감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뒷받침한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2011년에 견줘 영업이익이 3분의 1로 줄었는데도 1인당 임원 보수는 2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경우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는데도, 1인당 임원 보수는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에스케이하이닉스 쪽은 “지난해 임원 보수 지급총액에 지난해 임기만료 또는 임기 중 퇴임한 사외이사의 보수가 포함돼 있고,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을 받는 사외이사의 수가 2011년보다 줄면서 이사 전체의 1인당 평균 지급액이 크게 증가한 것처럼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신세계와 에스케이씨(SKC)도 이익이 줄었지만 1인당 임원 보수는 2배 이상 늘었다.
주주총회 의안 분석 전문업체인 서스틴베스트가 지난 5월 발표한 ‘2013년 주주총회 분석 보고서’를 보면, 분석 대상인 시가총액 상위 179개사의 지난해 평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4.2%, 0.5% 줄어들었는데도 임원 1인당 보수 한도는 평균 2.3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급액이 아닌 주총에서 안건으로 상정된 임원 보수의 한도를 기준으로 했지만, 기업의 이익과 임원 보수의 상관관계가 적다는 것을 보여준다.
당기순이익이 줄어든 기업(99곳) 가운데 임원 1인당 보수 한도를 높인 곳은 24곳, 유지한 곳은 67곳으로 나타났다. 보수 한도를 낮춘 곳은 8곳에 불과했다. 서스틴베스트는 보고서에서 “상장기업의 경영 성과와 이사 보수 한도에는 특정한 상관관계가 없으며, 주주총회에서 대다수의 기업이 경영 성과와 무관하게 이사 보수 한도를 전기(전년 사업연도)와 동일하게 유지하거나 증가시켰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류이근 김경락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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