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8월28일 오전 울산 이화산업단지에서 열린 현대모비스 친환경차 부품 울산공장 기공식에서 발파를 마친 후 현장을 나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한 해 전세계는 전기차 시대를 향한 기대감으로 들썩였다. 각국 정부와 기업이 앞다퉈 미래차 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놨지만, 미래차의 등장과 함께 사회가 겪게 될 성장통은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다. 자동차산업 전반의 구조조정과 전통적인 노사관계의 해체는 아직 펼쳐보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다. 미래차가 우리 사회에 일으키고 있는 균열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전기차의 주요 부품을 맡게 된 현대모비스는 현대자동차그룹의 핵심 생산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사내하청 100%’에 가까운 현대모비스의 특성상 앞으로 고용 형태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현대모비스 노사 양쪽의 설명을 들어보면, 현대차그룹의
E-GMP 전기차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은 모두 현대모비스 울산·대구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배터리팩과 배터리관리시스템(BMS), PE 모듈 조립은
울산에서, 모터와 제어기는 대구에서 맡는다. 내연기관차라면 현대차·기아 공장에서 주로 만들었을 파워트레인 부품을 이 두 곳에서 생산하는 것이다. 파워트레인은 부품 원가에서 절반가량의 비중을 차지한다.
현대차그룹의 핵심 생산기지가 현대차·기아에서 현대모비스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현대모비스는 빠르게 몸집을 불리는 중이다. 4년 동안 공장 3곳이 새로 문을 열었다. 2017년
충주공장이 친환경차 파워트레인 생산기지로서는 처음으로 가동을 시작했고, 울산과 대구는 지난해 말부터 시범 생산을 하고 있다. 경기도 평택에 짓고 있는 포승공장도 기아 화성공장에 납품할 전기차 PE 모듈을 생산할 예정이다. 포승공장이 완공되면 현대모비스의 친환경차 생산기지는 모두 4곳으로 늘어난다.
문제는 이들 4곳이 모두 사내하청 방식이라는 점이다. 충주공장의 경우 그린이노텍, 동우에프씨, 화인텍 등 하청업체 3곳이 들어와 있다. 고용 규모는 1800여명으로 모두 비정규직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진천 등 일부 공장에 한해서 회사가 직접 고용한 정규직 생산직이 있다”며 “친환경차 관련해서 새로 짓는 곳은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모두 사내하청”이라고 설명했다. 고용 형태를 둘러싼 노사분쟁이 예상되는 이유다.
이미 현장에서는 갈등의 조짐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양재동 가이드라인’을 둘러싼 다툼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양재동 가이드라인은 현대차를 정점으로 한 현대차그룹 노조의 서열 질서를 가리키는 업계 용어다. 금속노조 현대모비스 지회 10곳은
지난해 현대차 노사가 합의한 ‘임금 동결’을 거부하면서 본격 반기를 들었다. 결국 노사는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호봉제를 도입하고, 공장마다 개별 교섭하던 기존 방식 대신에 10개 지회가 공동 교섭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 노조도 못한 걸 현대모비스 노조가 한 것”이라며 “이미 완성차 중심의 위계질서가 해체됐다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노사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는 과정에서 진통이 클 것으로 예측한다. 현대모비스가 핵심 부품의 생산을 맡으면서 노조의 요구사항도 늘고 있는 반면, 비정규직 중심의 노조 특성상 자체 교섭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박태주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현대모비스 노조가 자체적인 힘만으로는 문제를 풀지 못할 것”이라며 “회사가 형식적으로는 노조를 포섭하면서 실질적으로는 배제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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