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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빚 장기상환 바꾸고 생활비 아껴 ‘흑자’ 전환

등록 2006-04-12 07:02수정 2006-04-12 13:30

미래로 가는 가계부
이젠, 재무 설계다

(3) 탈출! 빈곤층의 재무위기

신용불량자 회생기

경기도 안산에서 식당 조리사로 일하는 손아무개(35·남)씨의 한달 소득은 200만원이다. 그리 적은 소득은 아니지만, 손씨는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여서 빈곤층에 가깝다. 사정이 악화되기 시작한 건 모시고 사는 어머님이 당뇨로 쓰러진 1년 전부터다. 할인점 비정규직이었던 아내마저 해고된 뒤 어머니 병수발에 발이 묶였다. 올해 초등학교 5학년, 2학년,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 3명을 포함해 여섯 식구가 손씨의 월급에 의지해 산다. 어머니 병원비까지 더해져 적자생활이 반복됐고, 돌려막고 있던 카드마저 막히면서 신용불량 상태에 빠지게 됐다. 손씨는 “카드사 채권추심업자한테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지경까지 되다보니,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털어놨다.

개인의 재무위험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빚이 많아 이자에 허덕이거나 △소득이 끊기거나 △자신이나 가족의 사고나 질병으로 큰 지출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재무 위험은 보통 소득이 없어지거나 큰 돈이 나갈 일이 생기면 다시 빚을 떠안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손씨도 가족의 병이 아내의 맞벌이를 막아 소득이 줄었고, 다시 적자생활과 빚으로 연결되는 전형적인 구조다. 소득이 적은 계층일수록 이런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하지만 최근엔 손씨보다 소득이 많은 사람도 투자 실패와 빚보증, 사기 등으로 어려움에 빠지는 일이 많아졌다. 무리하게 신용대출을 받아 이를 활용하는 잘못된 습관 때문이다.


‘살다보면 나아지겠지’, 그런 일 없다

상황이 나빠지기 전에 손씨 가족은 큰 걱정없이 지냈다. 저축을 거의 못했지만 빚지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긴 것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문제의 시작은 적은 소득이 아니라 미래설계에 대한 손씨 부부의 의식 때문일 수도 있다. 손씨는 지금껏 ‘소득이 적다’는 생각에 저축을 늘 미뤄왔다. 그러다보니 보증금 1500만원, 월세 40만원에 살고 있으면서도 아직 전셋집 마련조차 못했다. 막연히 ‘나아지겠지’라고 낙관하며 매주 만원씩 꼬박꼬박 로또는 샀지만, 한푼두푼 모아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손씨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신용카드빚 뿐이었다.

‘묻지마 보험’, 정작 도움 안돼

재무설계 상담을 받은 손씨의 대차대조표에는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 소득이 적은데다 고정지출 외에 변동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많았다. 우선 어머니가 이사람 저사람에게 하나씩 들어준 보험료가 문제였다. 매월 45만원씩 보험료가 나가지만 어머니의 상해보험과 아이들 보험이 대부분이어서, 정작 필요한 어머니의 건강보험과 가장의 사망보험 등은 제대로 설계되지 않았다. 어머니가 병원신세를 지게 됐는데도 그 보험상품에서 지급된 보험금은 3일 초과 하루당 2만원씩 나온 게 전부였다.

소득 200만원의 30%가 월세와 보험료로 빠져나가고 있던 것이다. 결국 처음 병원비로 나간 카드값 270만원이 연체된 상태에서 이자가 불어나고, 은행에서 빌린 400만원의 마이너스 대출에도 발목이 잡혔다.

‘신용회복, 저축, 소득향상, 3마리 토끼 잡기’ 가능하다

상담을 받은 손씨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일단 신용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시행 중인 신용회복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 부채를 리모델링했다. 손씨는 다행히 부채의 규모가 크지 않고 사채가 없어, 금융기관과 협의를 통해 매월 10만원씩 내는 장기상환(8년) 방식으로 부담을 최소화했다. 신용회복 프로그램의 도움으로 매일 시달리는 채권추심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고, 마음도 편해졌다.

상담을 통해 최대한 효율적인 지출구조도 만들었다. 생활비도 10만원 정도 줄이고 불필요한 보험료도 없애고 나니, 적자에서 매월 30만원씩 저축도 가능해졌다. 손씨는 “일단 저축을 하기 시작하니 좀더 벌어야겠다는 욕심도 생겼다”고 말했다. 술을 줄이는 대신 어머니 간병을 돕고, 대신 부인이 다른 부업을 찾아보는 방법도 고민하게 됐다. 손씨는 재기를 자신하고 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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