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기된 국민은행장 강정원 국민은행장(가운데)이 23일 오후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계약 파기 통보에 대한 국민은행 쪽 입장을 밝히려고 서울 여의도 본점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외환은행 계약파기 왜?
3자 물색·당분간 보류 ‘두 갈래길’
3자 물색·당분간 보류 ‘두 갈래길’
론스타가 23일 검찰 수사를 이유로 외환은행 매각계약 파기를 일방적으로 발표하자, 그 배경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앞으로 외환은행의 새 주인이 누가 될 것인지에 금융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왜 매각계약 파기했나?=검찰 수사로 외환은행 매각 작업이 지연되자, 론스타가 투자자금 조기 회수를 위해 새로운 인수자를 찾으려고 계약을 파기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이영원 푸르덴셜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사모펀드인 론스타로서는 빠른 시일 안에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게 중요했을 것”이라며 “이 경우 해외 쪽의 제3자로 관심을 돌릴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 공방이 지루하게 이어질 경우 국민은행으로부터 매각대금을 받기까지는 앞으로 몇개월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서둘러 다른 대안을 찾아나섰다는 얘기다. 지난 5월 본계약 체결 당시 국민은행은 검찰 수사는 물론,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등 정부의 승인이라는 선행 조건이 충족돼야 매각대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단 바 있다.
하지만 검찰 수사 발표가 다음주로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론스타가 단순히 검찰 수사 지연 때문에 계약을 파기했다고 보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상 9월 본계약 만료 이후 론스타와 국민은행 사이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며 “검찰 수사 결과에 부담을 느낀 론스타가 수사 발표에 앞서 계약 파기라는 강수를 내던짐으로써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론스타로서는 일단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놓고 배당이라는 실리를 챙기면서 사태 추이를 지켜봐도 큰 손해는 아니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환은행은 어디로?=외환은행 매각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금융권에서는 앞으로 시나리오와 관련해 두가지가 유력하게 얘기되고 있다. 우선 론스타가 제3의 인수 후보자 물색을 빨리하는 것이다. 이 경우 국내 은행보다는 외국계 금융회사에 관심이 모아진다. 금융권에서는 애초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이나 에이치에스비시(HSBC) 등이 입에 오르내린다. 이들 외국계 은행들은 국내 여론의 압박에서 자유로운 만큼, 서둘러 대금을 회수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외국계 은행들은 2003년 당시에도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은 바 있어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다음으로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로스타가 1~2년 정도 외환은행 지분을 더 보유하면서 새로운 인수자를 여유있게 찾는 것이다. 이미 론스타는 외환은행에 배당을 청구해 1조원이 넘는 실리를 챙기겠다는 뜻을 드러낸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우량자산을 매각해 추가적인 이익을 챙길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국민은행과의 재협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론스타로서는 국민은행만큼 매력적인 인수자를 찾기 쉽지 않은데다, 국민은행도 외환은행 인수에 여전히 큰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외환은행 되찾기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시민단체와 학계 등을 중심으로 향후 ‘범국민 인수추진위원회’를 만들어 국민여론 수렴과 공청회 등 관련 활동을 국내외에서 대대적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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