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아시아나항공의 ‘결별’이 눈 앞에 다가왔다. 아시아나항공을 잃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중견그룹으로 축소될 참이다. 아시아나라는 이름조차 이젠 떼어낼 수밖에 없다.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등만이 남은 금호그룹을 지키기 위한 박삼구 전 회장 등 총수일가의 총력전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핵심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면 중견그룹 규모로 줄어들게 된다.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공시 대상 기업집단 목록을 보면, 금호그룹의 자산총액은 11조4천억여원으로 전체 59개사 중 28위를 차지했다. 핵심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자산 8조1911억원)의 몫이 매우 컸다. 그러나 금호산업의 12일 발표대로 올해 안에 우선협상대상자인 에이치디씨(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산 규모는 3조원대로 줄어든다. 내년에는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된다. 이름도 아시아나를 제외한 금호그룹으로 회귀하게 된다.
재계에서는 금호그룹이 사실상 해체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 원인 중 하나로 박삼구 전 회장의 ‘무리한 경영’을 꼽는다. 박 전 회장이 금호그룹 재건 등을 주창하며 무리하게 외형을 키운 것이 오늘날의 사태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금호그룹은 2006년 적정가보다 높은 액수인 6조4천억원을 투입해 대우건설을, 2008년에는 대한통운을 4조1천억원에 인수하며 재계 순위 7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대우건설의 기업가치가 하락하면서 결국 인수 3년 만인 2009년 대우건설을 헐값에 되팔게 됐고, 무리하게 대우건설 인수에 참여했다가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된 계열사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은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승자의 저주’에 직격탄을 맞았던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박 전 회장은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도 결별했다.
2009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박삼구 전 회장은 이듬해 복귀해 또다시 계열사를 자금줄 삼아 ‘그룹 재건’에 나섰다가 결국 ‘아시아나항공 매각’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 2015년 7300억원을 들여 금호산업 재인수에 나서는 과정에서 동원된 아시아나항공은 급격히 부실해져 결국 지난 4월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별도기준)은 814%에 달했고, 그해 이자비용만 1634억원이었다. 재기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게 된 것이다.
금호그룹은 남은 핵심계열사인 금호고속과 금호산업 두 곳을 바탕으로 회복의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대금은 금호산업으로 유입된다. 이 자금으로 금호산업의 부채비율이 줄어들고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산업은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책정한 4천억원 미만의 구주 가격을 올리기 위해 협상을 시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올해 안에 매각을 성사해야 하는 금호산업의 협상력은 현대산업개발에 비해 높지 않다. 금호고속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차입금이 5099억에 이르는데다, 지난 4월에는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 차입금 1300억원을 갚을 여력이 없어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는 등 재무 상황이 좋지 않다.
박세창 아시아나아이디티(IDT) 사장과 박세진 금호리조트 상무 등 금호그룹 3세들의 거취도 불분명하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총수 일가의 ‘전횡’에서 비롯된 만큼, 박 전 회장의 자녀가 당장 그룹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는 자리로 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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