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재계·산업 10대뉴스
코로나 흔적 뚜렷했던 올해 산업 풍경…재계 세대 교체도 뚜렷
코로나 흔적 뚜렷했던 올해 산업 풍경…재계 세대 교체도 뚜렷
<한겨레> 산업부가 꼽은 2020년의 10대 산업계 뉴스 가운데 5건은 코로나19 확산과 직접 관련된 이슈였다. 코로나가 대면 서비스를 위주로 하는 영세 소상공인과 항공업계에 큰 생채기를 남겼다면, 비대면 중심의 정보통신기술(ICT) 및 연관 업계는 코로나 ‘특수’ 업종이 됐다. 국내 재벌 대기업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미래 먹거리를 두고 이들의 합종연횡도 나타났다. 2021년의 산업계 풍경이 어떤 모습일지 예감케한 2020년이었다.
코로나19는 대면 영업이 필수인 식당, 노래방 등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계를 위협했다. 한국신용데이터의 자료를 보면, 전국 소상공인은 지난해 100원을 벌었다면 올해는 68원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12월 현재 피시(PC)방은 전년도 매출의 43%, 노래방은 6%에 머무는 등 업종에 따른 충격은 크게 달랐다. 소상공인 10명중 7명이 폐업을 고민 중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연매출 4억원 이하 영세 자영업, 집합금지·제한업종 소상공인에 대한 경영안정자금과 확진자 방문 휴업점포 등에 대한 보조금, 2%의 긴급대출 지원 등이 시행됐으나 임대료 지원은 진전이 없었다. ‘착한 임대료 운동’은 좀처럼 확산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뼈아프다”고 말했다.
항공산업은 전례없는 위기로 내몰렸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며 항공 수요는 좀체 회복되지 않았다. 오래된 부실 경영과 출혈 경쟁은 화를 키웠다. 국적사 아시아나항공은 매각 불발에 이어 대한항공과의 통합 결정으로 1년 내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채권은행과 대한항공이 마련한 통합 방안은 한진그룹 총수 일가 지원책이라는 반발도 일었다.
수년간 난립해온 저비용항공사(LCC)은 통폐합 수순에 들어갔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으로 각각 거느리던 3개 저비용항공사도 통합된다. 지난 9월 제주항공과의 매각 계약이 결렬된 이스타항공은 존폐 위기로 내몰렸다.
코로나19 확산이 기회가 된 기업·업종도 있었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는 비대면 수요 증가로 서버용 반도체 매출이 부쩍 늘어 1~3분기 모두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이어갔다. 상반기에 주춤했던 가전·스마트폰 부문도 하반기 억눌린 수요가 폭발했다. 생활가전·티브이(TV)가 주력인 엘지(LG)전자도 3분기에 코로나 특수를 만끽했다.
게임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부문도 역대급 성장을 보였다. 넥슨은 국내 게임사 최초로 연간 매출 3조원을 넘보고 있다. 넷플릭스는 공중파 티브이가 외면당하고 있는 시대에 최대 수혜자로 꼽혔다. 지난 9~11월 매달 방문자가 700만명을 웃돌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3배 가까운 성장세다.
양대 포털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 한해 ‘코로나 특수’를 마음껏 누렸다. 메신저, 전자상거래, 콘텐츠 등 서비스 사용량이 큰 폭으로 늘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냈다. 비대면 문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주가도 크게 올랐다. 2013년에 이미 시가총액 기준 10위권에 진입했던 네이버는 물론 1월까지만 해도 22~23위에 머물렀던 카카오도 지난 5월 현대차를 제치고 10위권에 진입했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폭발적 성장은 사회적 감시와 견제 강화로 번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9월28일 플랫폼 기업이 입점업체에게 수수료, 광고비를 과도하게 요구하는 등 갑질을 할 경우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라인플랫폼법) 제정안을 내놨다.
코로나19는 유통 시장의 구조 변화 속도를 가속화했다. 쿠팡 등 전자상거래업체의 폭풍 성장 속에 대형 유통업체들도 ‘온라인 전환’에 사활을 걸었다. 전환에 뒤늦은 롯데는 올해 100곳이 넘는 점포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배달 시장은 급격히 커졌다. 1~9월 누적 시장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7배 남짓 성장했다. 배달의민족 등 배달 플랫폼 기업은 ‘라이더’ 구인난을 겪을 정도였다. 돈이 몰리자 쿠팡 등 전자상거래업체도 배달 시장에 뛰어들어 시장을 잠식해갔다. 택배 업체들에선 일감이 몰려 노동자 여럿이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했다. 열악한 노동환경 폭로와 제도 개선 목소리가 뒤따랐다.
재벌 대기업마다 최고경영자들의 세대교체가 뚜렷했다. 수십년간 그룹을 이끈 2~3세대 회장들이 세상을 떠나거나 경영에서 물러났다. 1월에 신격호 롯데 회장이 별세한데 이어 10월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며칠 뒤 6년간 병석에 있던 이건희 삼성 회장도 세상을 떠났다. 60대 나이의 그룹 2인자들도 속속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은 회장 취임을 목전에 두고 있고, 현대차는 정의선(50) ‘회장’ 체제가 시작됐다. 구광모(42) 엘지 회장은 삼촌인 구본준 고문의 계열분리로 4세 독자 경영을 본격화했다. 주요 그룹 경영진은 회장·부회장과 같은 세대(1960~70년대생)를 중심으로 재편됐다.
‘전기차 시대’의 원년이었다. 지난 7월 미국 테슬라는 일본 도요타를 제치고 자동차 기업 중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가 현대자동차와 미국 포드 등을 제치고 시총 10위권에 진입했다.
4대 그룹 총수가 연쇄적으로 ‘배터리 회동’을 가지는 보기 드문 장면도 연출됐다. 완성차 회사(현대차)를 중심으로 배터리를 각각 만들어온 삼성·에스케이·엘지까지 모두 전기차와 여기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 장면이다. 엘지화학은 배터리 사업부문을 엘지에너지솔루션으로 분사시키며 ‘1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엘지화학과 에스케이이노베이션 간 영업비밀 소송은 배터리 기술 주도권을 둘러싼 신경전으로 번지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 출범 3년만의 지각 입법이다. 평가는 엇갈렸다. 정부·여당은 ‘재벌개혁 입법의 첫 성과’라고 자평한 반면, 기업들은 ‘기업 옥죄기법’이라며 반발했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은 입법 과정에서 원안이 크게 완화한 점을 들어 반쪽 입법이란 후한 평가를 내놓지 않았다.
공정경제 3법 처리 직후 정부는 벤처기업의 창업주에게 1주당 의결권을 최대 10개까지 발행할 수 있도록 복수의결권주를 허용하는 벤처기업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소수 주주의 이익이 침해되고 추후 안전장치가 제거돼 창업주가 편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데이터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정보주체의 동의 없는 가명정보 활용도 가능해졌다. 8월5일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다. 지난 2018년 11월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정부·산업계와 시민사회가 규제완화와 정보인권 보호를 두고 격렬히 부딪히다 1년여 만인 올 1월에서야 국회를 통과했다.
‘개인정보 정책의 컨트롤타워’라며 권한과 위상이 강화된 통합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지난 8월 출범한 것은 데이터 3법의 또 다른 한 축이다. 여러 부처에 흩어져있던 개인정보 보호 기능을 통합하고, 독립된 예산권과 인사권을 확보했다. 출범 수개월만에 또다른 데이터 거버넌스 기구 신설이 논의되는 등 산업 부처의 공세 속에 개인정보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새해를 앞두고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인도 마힌드라가 쌍용차의 대주주 지위를 포기하겠다고 밝힌 지 8개월 만이다. 2017년 이후 매년 적자를 내는 등 경영 악화가 지속된 탓이다. 결정타는 만기가 돌아온 차입금(1650억원) 연체였다. 쌍용차와 마힌드라, 채권자들은 3개월 시한을 갖고 채무 처리 방안 논의에 들어갔다.
쌍용차의 회생절차 신청은 11년여 만이다. 2009년 1월 당시 대주주 중국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차의 경영권을 포기하고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후 노동자 2646명이 해고 통보를 받고, 평택공장은 77일간 점거 파업으로 문을 닫았다. 최근 마힌드라는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홀딩스와 지분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다.
산업부 종합
① 코로나에 영세 자영업자의 한숨

연합뉴스
② 항공사 구조조정

대한항공 제공
③ 반도체·게임·OTT…비대면 특수 업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 넷플릭스 갈무리.
④ 날개 단 플랫폼

네이버,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 화면 갈무리
⑤ 더 빨라진 유통업 재편

부천시 쿠팡물류센터.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⑥ 재벌 3·4세 세대교체

지난 1월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 신년합동인사회에서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왼쪽 둘째)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맨 오른쪽)이 악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광모 엘지(LG) 회장, 최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이 부회장. 청와대사진기자단
⑦ 도요타 이긴 테슬라

⑧ 반쪽 그친 재벌 제도 개혁

12월9일 국회 본회의에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공정거래법 개정안)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⑨ ‘데이터 3법’ 통과…새 시대의 ‘밑불’

윤종인 초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5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정보 보호 관련 정책 수립과 감독을 총괄하는 장관급 중앙행정기관으로 이날 공식 출범했다. 연합뉴스
⑩ 쌍용차 11년 만에 회생절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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