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공대 학살의 범인으로 밝혀진 한국 교포학생 조승희.
23살 미 영주권자…33명 사망 15명 부상
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 일어난 미국 역사상 최악의 학원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은 이 대학에 다니는 한국인 미국 영주권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현지 경찰은 17일 33명이 숨진 이번 사건의 범인이 한국 국적의 조승희(23·영문학과 4년)씨라고 발표했다. 조씨는 8살 때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으며, 현재 영주권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조씨의 부모는 현재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센터빌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이날 밤 비공식 회견에서 “사건 용의자는 1992년 미국으로 이민 가 그곳에서 계속 살아온 한국계 영주권자인 조승희씨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주한 미국대사관 쪽에서 17일 오후 외교부에 ‘미 국토안보부가 이 용의자가 한국계 영주권자인 것으로 믿고 있다’고 알려왔다”며 이렇게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밤 “미국 버지니아공과대학에서 발생한 비극적 사건이 한국인 영주권자에 의해 일어났다는 사실에 대해 다시 한번 형언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며 “한국민들과 함께 이번 사건의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 그리고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미국 국민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재차 표한다”고 밝혔다고 윤승용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또 “이번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은 동포사회가 미국민과 함께 이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길 당부한다”고 밝혔다.
조씨가 거주한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는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워싱턴 주변의 대표적인 한인거주지역이다. 대학당국은 조씨가 기숙사 생활을 해왔다고 밝혔다.
범행 동기는 여자친구와의 다툼으로 전해졌다. 대만 출신 학생 첸차하오는 대만 <시티아이>(CTI) 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범인이) 기숙사에서 여자친구와 크게 싸운 뒤 여자친구를 쐈고, 달려온 기숙사 사감도 쐈다”고 말했다. 기숙사에서는 여학생 에밀리 힐셔와 학생 사감 라이언 클라크가 숨져, 이 증언을 뒷받침하고 있다.
생존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조씨는 힐셔를 죽인 뒤 그와 사귄 남자친구를 찾아다녔던 것으로 보인다. 한 생존자는 조씨가 “(총기를 난사하기 전) 강의시간 초반에 마치 누군가를 찾는 것처럼 두 번이나 힐끔거렸다”고 말했다. 조씨의 기숙사 방에 남겨진 노트에는 ‘기만적 허풍쟁이들’ 등 독설과 불만에 가득 찬 글이 발견됐다고 <시카고트리뷴>이 보도했다. 그는 또 최근 기숙사 방에 불을 지르고, 여학생을 스토킹했다고 수사 소식통은 전했다.
이번 사건으로 버지니아공대에 재학중인 500여명의 한국인 유학생을 비롯한 한국인 동포들은 미국 내에서 큰 곤란을 겪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특별성명을 통해 희생자 가족과 대학에 애도를 표한 뒤 “신성하고 안전한 배움의 전당이 돼야 할 대학에서 끔찍한 범죄가 발생해 모든 미국의 교실과 시민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 사건을 “끔찍한 비극”이라고 표현했다. 미 의회는 회기 중 희생자들을 기리는 묵념을 했다. 17일 오후 2시(현지시각)에 열린 추모식에는 부시 대통령 내외가 참석했다. 블랙스버그(버지니아주)/류재훈 특파원, 김순배 신승근 기자 marcos@hani.co.kr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난 블랙스버그
참담 16일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버지니아주 버지니아공대 학생들이 사건 현장인 노리스홀 부근의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추도식에 참석해 울먹이고 있다. 블랙스버그/AP 연합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특별성명을 통해 희생자 가족과 대학에 애도를 표한 뒤 “신성하고 안전한 배움의 전당이 돼야 할 대학에서 끔찍한 범죄가 발생해 모든 미국의 교실과 시민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 사건을 “끔찍한 비극”이라고 표현했다. 미 의회는 회기 중 희생자들을 기리는 묵념을 했다. 17일 오후 2시(현지시각)에 열린 추모식에는 부시 대통령 내외가 참석했다. 블랙스버그(버지니아주)/류재훈 특파원, 김순배 신승근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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