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광고 역사상 최고로 꼽히는 1964년 린든 존슨 대통령의 ‘데이지 걸’. 들판에서 데이지 꽃을 따며 꽃잎을 세는 한 소녀, 소녀의 눈동자 클로즈업 뒤 핵폭발로 인한 버섯구름으로 이어지는 30초짜리 광고는 당시 소련과의 대결을 강조했던 공화당 배리 골드워터를 꺾고 존슨이 재선되는 데 결정적 구실을 했다. 유튜브 갈무리
핵전쟁 경고 ‘데이지 걸’ 유명
린든 존슨 대선 승리 이끌어
린든 존슨 대선 승리 이끌어
유권자 사로잡은 광고들
미국 최초의 정치광고는 1952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후보 쪽이 내놓은 ‘아이젠하워가 미국인에게 답한다’ 시리즈다. 평범한 시민들이 나와 경제·국방·사회 등에 대해 질문을 하고 아이젠하워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공약을 설명하는 방식인데, 내용보다는 아이젠하워의 자연스러운 미소가 대중들의 마음을 빼앗았다.
미국 정치광고 중 가장 유명한 것은 1964년 재선을 노리던 린든 존슨 대통령의 ‘데이지 걸’ 광고다. 당시 존슨 대통령의 경쟁자였던 공화당의 배리 골드워터 후보는 소련에 대한 강경책을 주장하며, 소련에 대한 핵공격을 공공연히 지지했다. 특히 골드워터 후보는 오늘날까지 ‘미 보수주의의 근원’으로 인식될 만큼 보수주의의 큰 획을 그은 강력한 경쟁자였다.
‘데이지 걸’ 광고는 귀여운 4~5살 소녀가 데이지 꽃잎을 하나씩 떼어내며, ‘원, 투, 스리, 포…’라며 숫자를 세어나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아홉까지 세었을 때, 갑자기 아이의 눈을 클로즈업하는데, 그 맑은 동공에 핵폭발이 일어나는 버섯구름이 피어오른다. 핵전쟁의 위험성을 아이를 통해 알린 것이다. 이 광고는 너무나 자극적이어서 딱 한 번 방영되고 말았을 뿐인데도,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존슨이 재선에 성공했음은 물론이다.
이밖에 1976년 정치적 무명이던 지미 카터를 친근한 이웃처럼 느끼도록 만들어 이후 카터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땅콩 농장’ 광고, 소련을 잠재적 위협요소로 상징해 국방력 감축 반대를 설득한 로널드 레이건 후보의 1984년 대선 정치광고인 ‘베어’ 등이 유명하다.
그러나 선거전 정치광고는 대체로 상대방을 비난하는 ‘네거티브 광고’가 일반적이고, 때론 더 효과적이었다. 1988년 대선에서 아버지 조지 부시 후보가 죄수 가석방 프로그램을 지지한 마이클 듀카키스 후보(민주)를 겨냥해 만든 ‘회전문 광고’(범죄자가 감옥에 들어오자마자 회전문으로 나간다는)는 유권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하면서 듀카키스의 지지율이 뚝 떨어지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 아들 조지 부시 후보는 2004년 대선에서 강력한 지지층인 전미총기협회(NRA) 등이 존 케리 후보(민주)의 베트남전 반전운동 전력을 문제삼아 끊임없이 내보낸 정치광고로 케리의 발목을 잡았다.
반면 버락 오바마는 네거티브 광고를 이겨낸 경우다.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 쪽은 오바마의 경험 부족을 지적하는 ‘새벽 3시에 누가 이 전화를 받기를 원하는가?’라는 네거티브성 광고를 내보냈지만 오바마는 이를 극복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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