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미국·중남미

신자유주의 후유증 ‘두 개의 칠레’ 통합 고민

등록 2010-10-04 09:33

칠레 수도 산티아고의 상업지구에는 칠레의 경제적 발전을 반영하는 초고층 빌딩들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지난 8월24일, 높이 300m의 남미 최고층 빌딩 등 4개 건물이 들어서는 ‘코스타네라 센터’ 건설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칠레 수도 산티아고의 상업지구에는 칠레의 경제적 발전을 반영하는 초고층 빌딩들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지난 8월24일, 높이 300m의 남미 최고층 빌딩 등 4개 건물이 들어서는 ‘코스타네라 센터’ 건설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리더십을 찾아서] ⑥ 칠레, 20년만의 우파 정권
상위 10%와 하위 10% 소득 격차 46.2배 이르러
좌→우 정부 색깔 바뀌어도 ‘빈부격차 해소’ 최우선
“일자리가 있고 안전하잖아요. 살기 좋아요. 지진이 잦아서 그렇지….”

현대 쏘나타 택시를 모는 중년의 기사는 “칠레에서 사는 게 어떠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수도 산티아고의 도심은 곳곳의 노천카페에서 칠레인들이 한가로이 커피를 마셨다. 지난 8월24일, 서울의 명동거리와 비슷한 아르마스 광장에는 만담꾼 주위로 수십명이 몰려들어 낄낄대고 웃었다. 주택가에는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다니다 강아지 똥을 봉지에 주워담는 주민들이 눈에 띄었다. ‘칠레의 월스트리트’라 불린다는 상업지구에 들어서는 높이 300m의 남미 최고층 빌딩의 건축 현장에는 “라틴아메리카 발전의 상징”이라고 적혀 있었다.

‘남미 최고 선진국’이라는 칠레에 지난 3월11일 취임한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 정부는 칠레의 발전을 한단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지만, 중도좌파연합 ‘콘세르타시온’ 20년 집권 뒤 중도우파 정권으로 교체된 뒤에도 ‘안정 속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칠레 디에고 포르탈레스대 파트리시오 나비아 교수는 “국민들은 변화를 원해서 야당을 선택했지만 피녜라는 ‘콘세르타시온 정부의 다섯번째 대통령’이라고 지적받을 만큼 기존 정책의 연속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톨릭대 알프레도 레렌 교수도 “현 정부는 이전 정부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 등에게 신뢰를 심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독재 정권을 선거에서 물리치고 1990년 집권한 중도좌파 파트리시오 아윌린(1990~1994) 정부가 급격한 변화 없이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유지한 것과도 비교된다. 당장 피녜라 정부는 지난 2월 대지진 피해 뒤 재건이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17%에 이르는 최대 300억달러의 피해를 본 탓이다. 다행히 올해 2분기에 6.5%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빠르게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 가톨릭대 다비드 알트만 교수는 피녜라 정부의 정책 방향과 지난 6개월을 평가하는 것은 “지진복구 등 특수한 여건을 고려하면 지금은 이르고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칠레 경제성장률 및 물가상승률
칠레 경제성장률 및 물가상승률
재건의 고비를 넘고 있는 피녜라 정부의 최대 과제는 고질병인 빈부격차 해소다. 칠레는 올해 남미 최초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지만, 2009년 기준 상위 10%와 하위 10%의 소득격차는 46.2배에 이른다. ‘칠레를 이해하려면 50~100대 가문을 이해해야 한다’고 할 만큼, 소수에게 부가 집중돼 있다. 현지 가이드는 ‘15만페소(약 35만원)로 3인 가족이 먹고산다’는 말이 있다고 서민층의 힘겨운 생활을 전했다. 생필품을 빼면 산티아고의 물가는 한국과 거의 비슷했다. 7월에 인상된 칠레의 최저임금도 겨우 17만2천페소다. 산티아고 외곽을 지나던 택시기사는 1973년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이 쿠데타로 숨진 9월11일, 빈민층 등이 이곳에서 거리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칠레는 산티아고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수도에 모든 게 집중됐다지만, 산티아고도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같은 수도라고 믿기 힘들 만큼 번듯한 건물 하나 찾기 어려웠다. 의료와 교육 등 공공서비스는 ‘돈이 없으면 지옥이다’라고 불릴 정도다. 시내 한 쇼핑몰에서 만난 하비에르 카스티온(45)은 “민간부문은 번창하지만 공공부문은 엉망이다”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피노체트 이래 지속된 칠레의 신자유주의 모델은 발전의 원동력으로 여겨지지만, 과도한 민영화 등은 빈부격차와 공공서비스 저하라는 폐해를 남겼고, 중도좌파 정권도 지난 20년간 해결하지 못한 채 물러났다.

칠레에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성공신화를 낳은 ‘시카고 보이스’의 본산인 가톨릭대 경제학과의 후안 코에이만스 교수도 비스듬히 상승하지만 똑같은 간격의 두개의 선을 그려 보였다. 코에이만스 교수는 “국민들의 전체적인 삶의 수준은 향상됐지만 그 격차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며 “칠레의 발전도 가난과 빈부격차를 줄이는 데 성공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끝>

산티아고/글·사진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