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우르수아
‘매몰광부’ 우르수아 리더십
최초 17일 식량 등 나눠…구조도 마지막 차례로
최초 17일 식량 등 나눠…구조도 마지막 차례로
“내 동료들은 다른 자질과 품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정말 탁월한 사람들이다.”
칠레 산호세 광산에 매몰된 33명 광부들의 리더인 작업반장 루이스 우르수아(54·사진)는 구조작업을 하루 앞둔 12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과의 비디오폰 인터뷰에서 동료들을 칭찬했다. 하지만 그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69일간의 지하생활이었다. 특히 광부들의 생존이 외부에 알려지기 전인 초기 17일 동안 그의 역할은 결정적이었다. 그는 부족한 식량으로 전원이 버틸 수 있도록 이틀에 한번 참치 몇스푼과 과자 몇조각 정도를 동료들에게 배분했고, 불안한 상황에서도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광부들의 질서있고 규칙적인 생활도 큰 몫을 했다. 광부들은 세 조로 나뉘어 생활하며 각 조 리더의 지시를 따랐다. 아침 8시30분 아침식사, 낮 12시 기도, 오후 1시 점심식사, 오후 6시 기도 및 회의, 밤 9시 저녁식사 등으로 생활도 규칙적으로 했다. 도미노와 카드 게임을 하기도 했으며, 전기가 공급되면서 축구 경기도 봤다.
우르수아는 “우리는 강해져야만 했다. 광부들 모두 역할을 나눠 각자 몫을 했다”고도 말했다. ‘의사’라고 불린 요니 바리오스(50)는 당뇨병이 있는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배운 의학기술을 동료들에게 활용했다. 다니엘 에레라(27)는 ‘간호사’ 몫을, 전기기술자인 마리오 세풀베다(40)는 ‘대변인’ 노릇을 했다. 최연장자 마리오 고메스(63)는 정신적 버팀목 구실을 했다.
바깥에서도 도움은 이어졌다. 우주조종사와 정신과 의사들은 고립된 곳에서 생활하는 광부들과 상담을 했다. 애플의 시이오(CEO) 스티브 잡스는 최신 아이팟을 선물했고,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보낸 묵주, 축구 스타 다비드 비야의 티셔츠도 전달됐다. 담배와 술도 내려보냈는데, 담배는 피웠지만 술은 마시지 않았다고 <데페아>(DPA) 통신은 전했다.
그렇지만 마지막까지 광부들 모두를 지지하는 몫을 하는 이는 우르수아였다. 그는 이번 구조작전 때 가장 마지막에 구조되는 순서를 받았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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