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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중 사이 ‘널뛰기 행보’…박근혜 외교, 길을 잃다

등록 2015-10-18 21:29수정 2015-10-19 01:00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뉴스분석 한-미 정상회담 이후
청와대는 ‘한국이 중국 쪽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미국 쪽의 우려(중국 경사론)를 해소했다며 이를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실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한국이 중국과 아주 좋은 관계(strong relationship)를 맺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18일 “한-중 관계 강화에 대한 (미국 쪽의) 확고한 지지 입장 재확인은 큰 의미”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박 대통령의 처지를 고려해 한-미 동맹이 굳건함을 강조하려는 외교적 수사에 가깝다.

시진핑엔 “통일 위해 중국과 협력”
오바마엔 “한미동맹 한반도 확대”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발언 논란

“중 국제규범 어기면 목소리 내야”
오바마 ‘갈등땐 우리편 들라’ 압박
청 “중국경사론 해소” 자찬 불구
G2사이 풀기 힘든 숙제 떠안아

오바마 대통령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다른 것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한테 요청한 유일한 한가지는, 우리는 중국이 국제규범과 (국제)법을 준수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그런 면에서 실패한다면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미국이 그렇게 하는 것처럼”이라고 말했다. 미-중이 대립·갈등할 때 한국이 미국 쪽으로 ‘확실하게 줄을 서라’는 뜻이다.

이를테면 중국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의 한 섬을 인공적으로 넓히고 군사시설을 설치하는 문제를 두고 미-중 양국이 대립·갈등하고 있는데, 이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대중국 압박에 동참해야 한다는 공개 요구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미 지난 8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계기에 “남중국해의 최근 상황 전개를 우려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중국과 동남아 관련국이 이미 합의한 ‘행동선언’(DOC)의 완전한 이행과 조속한 ‘행동수칙’(COC) 체결이 중요하다”는 정부의 기존 중립 방침에서 중국 압박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이다. 그런데도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이고 강경하게 대중국 압박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한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내친김에 속내를 좀 더 직설적으로 드러냈다. 기자회견에서 “한국 바로 옆의 중국의 (영토 등의) 크기를 고려할 때, 중국이 제멋대로 행동하며 (국제)법을 무시한다면 한국에도 좋지 않다. 그게 경제든 군사 이슈든”이라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한국은 전략적으로 중국이 아니라 미국 쪽에 줄을 서야 한다는 ‘조언’ 형식을 빌린 ‘경고’로 읽힌다.

결국 박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 경사론’ 불식이라는 외교 성과를 거뒀다기보다, 오히려 ‘확실하게 미국 쪽에 서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요구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는 난해한 외교적 숙제를 떠안았다고 할 수 있다.

방미 기간 박 대통령이 보인 ‘널뛰기 행보’는 더욱 위험하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질의응답 과정에서 “한국은 미국의 아·태 재균형 정책의 핵심 파트너”라며 “통일한국은 평화의 산파가 될 것이다. 한·미 동맹의 기적의 역사를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미 동맹의 확장을 통한 통일전략이다. 비유하자면 주한미군이 북-중 국경지대인 압록강·두만강변까지 진출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인데, 중국이 결코 용인할 수 없는 상황 전개다. 박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북한엔 노골적인 ‘흡수통일 기도’로, 중국 쪽엔 한국 정부가 미국 쪽에 확실하게 서려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전직 정부 고위 인사는 “박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지난달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난 뒤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중국과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는 발언과 양립이 불가능하다”며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의 병행·발전이라는 박근혜 정부 외교노선의 진정성을 중국이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짚었다.

이제훈 최혜정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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