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납치됐다가 26일 만에 풀려난 김경자(맨 왼쪽)씨와 김지나씨가 13일 가즈니시 부근에서 적신월사 관계자로 추정되는 사람들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가즈니/AP 연합
외교통상부 대변인 “우리쪽에 인도…동의·다산부대 옮길 것”
8월13일 밤에 석방된 김경자(왼쪽)·김지나씨
탈레반에 납치됐다 13일 풀려난 김경자씨와 김지나씨가 적신월사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가즈니/AP 연합
적신월사 직원 보자 눈물 쏟아…동의부대 옮겨 긴급 건강진단 “난 괜찮아요. 우린 한국인이에요. 우린 둘이에요. 우린 괜찮아요.” 피랍 26일째인 13일 탈레반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한국인 여성은 이렇게만 말했다. 김경자씨인지 김지나씨인지 확인되지 않은 피랍자는 적신월사 차량을 타고 가즈니시로 이동하면서 <아에프페>(AFP) 통신과 휴대전화로 연결됐지만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석방 예정시간인 이날 오후 4시(한국시각 저녁 8시30분)에 맞춰 인계지점에는 탈레반의 연락을 받은 몇몇 외신 기자들이 부랴부랴 도착했다. 김경자와 김지나씨는 예정시간을 넘겨 한국과 탈레반 협상단이 미리 약속한 가즈니주 안다르 지역 아르주 마을의 길가에 도착했다. 짙은 회색 도요타 코롤라 승용차가 이들을 싣고 왔다. 이번 석방 협상에 구실을 한 지역 원로 하지 자히르와 함께 도착한 이들은 급히 승용차에서 내린 뒤 기다리던 적신월사(적십자사) 직원들을 보자 눈물부터 쏟아냈다. 현장에 나간 <파지와크 아프간 통신> 기자는 이들이 “눈물을 뚝뚝 흘렸다”고 전했다. 탈레반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피랍자들의 동영상에 나온 모습대로 머리에 히잡을 쓴 채였다. 등에는 배낭을 메고 있었다. 앞서 탈레반한테서 안다르주의 한 장소에서 이들을 넘겨받은 자히르는 두 사람과 함께 적신월사가 보낸 2대의 구급차 중 한 대에 올랐다. 자히르는 “이들의 건강은 괜찮다”고 말했다. 10㎞ 가량을 이동해 5시20분께 가즈니시의 미군 지역재건단 시설에 도착한 이들은 동의부대 의료진한테서 긴급 건강진단을 받았다. 정부는 이후 이들을 한국군 동의부대가 주둔한 바그람기지로 옮겨겨 건강을 다시 확인한 뒤 귀국시킬 방침이다. 이틀 전 2명의 우선석방을 약속하고도 “석방했다”와 “취소했다”는 말을 번갈아 해대며 애를 태운 탈레반 때문에 노심초사하던 정부 당국자들 얼굴에서도 이날 밤 작은 안도의 표정이 묻어났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나머지 우리 국민도 빨리 풀려날 수 있도록 움직이고 있다”며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이번 협상에 중재자 구실을 한 국제적십자사 카불지부는 성명을 내어 “인질 2명이 석방돼 가족을 다시 만나게 된 점에 안도한다”며 “우리는 추가 석방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본영 이제훈 기자 ebon@hani.co.kr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납치됐다가 26일 만에 풀려난 김경자(맨 왼쪽)씨와 김지나씨가 13일 가즈니시 부근에서 적신월사 관계자로 추정되는 사람들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가즈니/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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