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선 중국언론 <하>
지난해 6월 홍콩 <봉황주간>은 ‘내부참고의 비밀을 공개한다’란 특집기사를 실었다. ‘내부참고’(내참)란 중국 언론기관이 당·정 간부들을 위해 발행하는 기밀매체를 말한다. <신화통신> <인민일보> <중앙텔레비전(CCTV)> 등 중앙 주요 매체는 물론 지방 매체도 모두 내참 보고 의무를 진다. 가장 체계적이고 영향력이 큰 것은 역시 국무원 직속 기관인 신화사의 내참이다.
?5c중국 언론의 이중구조=신화사의 국내부 제2편집부가 책임지는 내참은 네 가지로 나뉜다. 최고 기밀은 ‘국내 동태 청양부혈’이다. ‘청양’이란 교정원고, ‘부혈’이란 부록을 뜻한다. 이 기밀문서는 중앙정치국 상임위원과 전인대·정협·중앙군사위 주석 등 최고위층에 직접 전달된다. 폭동·시위 등 예민한 정치사안이나 홍수·기근 같은 중대 돌발사건이 보고된다.
그 다음은 ‘국내 동태 청양’과 ‘국제 참고 청양’으로, 국무원 부장과 31개 성 서기 등 장관급만이 열람할 수 있다. 다음은 지방 시위 서기와 국장급에게 배포되는 ‘내부참고’이다. 40~50쪽 분량의 내부참고는 매주 2회 발간된다. 마지막으로 현·진장과 과장급에 배포되는 ‘내참 선편’은 내부참고의 내용 가운데 민감하지 않은 것들만 추린 것이다.
중대사안이 발생하면 부혈이 실시간으로 최고위 지도자에게 전달된다. 청양은 사안에 따라 몇 시간 또는 하루 이틀의 시간차를 두고 고위 간부에게 전달된다. 사안에 따라 내참과 선편에는 실리지 않을 수 있다. 실리더라도 내용이 간단할 뿐 아니라 1~2주일의 시간차를 둔다.
중국공산당은 언론이 당의 ‘마이크’이자 ‘눈과 귀’ 구실을 동시에 해야 한다고 본다. 중국 관영 매체의 공개 보도는 당이 선전하고 싶은 내용의 마이크 구실을 하는 것이며, 당·정 간부에 차등적으로 내참을 보고하는 건 당의 ‘눈과 귀’ 구실을 하는 것이다. 적지 않은 간부들이 공개 보도는 아예 보지 않고 내참만 읽는다고 한다.
결국, 중국 언론은 공개 보도와 내참으로 나뉘는 이중구조이다. 이는 중국 언론이 진정한 여론의 대변자로 성장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최근에는 이런 이중구조를 깨뜨려야 중국 언론이 제구실을 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잔장 중국청년정치학원 교수는 “내참은 소수 특권계층의 정보매체로 전근대사회의 ‘밀정보고’ 같은 것이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전직 신화사 기자는 “내참제도가 있는 한 언론 자유는 실현될 수 없다”며 “모든 사안을 햇빛 아래 공개적으로 처리해야 법치와 여론 감독기능이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공산당 일당독재 통치의 중요한 기둥을 이루고 있는 내참제도 폐지 논의가 나오고 있다는 것 자체가 중국 언론이 갈림길에 서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5c치열한 경쟁이 변화 강요=이런 중국의 중층적 언론통제 구조도 흔들리고 있다. 국영 언론매체가 주식회사로 전환하면서 ‘홀로서기’의 무한경쟁이 벌어지는 것이 배경이다.
전국의 모든 국영 기관지들은 39개의 대형 매체집단으로 계열화됐다. 자립기반 확보가 생존을 가른다. 이들은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평균 7개 이상의 새로운 매체를 창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터넷 매체의 등장도 경쟁을 부추키고 있다. 이미 2003년부터 등장한 블로그와 인터넷 언론은 벤처자본의 투자를 받으면서 국영매체를 뒤쫓고 있다. 국무원이 펴낸 <2004~2005년 중국 매체산업 발전보고>를 보면 2005년 말 현재 블로그 서비스 업체가 300곳에 이른다. 중국 누리꾼의 11%가 매일 블로그에 들러 뉴스 등 정보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언론의 등장으로 기존 관영 언론체계 기반도 흔들리고 있다. 부혈이나 청양에서나 볼 수 있던 중대사건들이 인터넷 매체에 먼저 보도되는 ‘보도질서의 하극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공산당이 50년 동안 가꿔온 내참과 공개보도의 이중적 언론구조가 근본적인 재편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전국의 모든 국영 기관지들은 39개의 대형 매체집단으로 계열화됐다. 자립기반 확보가 생존을 가른다. 이들은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평균 7개 이상의 새로운 매체를 창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터넷 매체의 등장도 경쟁을 부추키고 있다. 이미 2003년부터 등장한 블로그와 인터넷 언론은 벤처자본의 투자를 받으면서 국영매체를 뒤쫓고 있다. 국무원이 펴낸 <2004~2005년 중국 매체산업 발전보고>를 보면 2005년 말 현재 블로그 서비스 업체가 300곳에 이른다. 중국 누리꾼의 11%가 매일 블로그에 들러 뉴스 등 정보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언론의 등장으로 기존 관영 언론체계 기반도 흔들리고 있다. 부혈이나 청양에서나 볼 수 있던 중대사건들이 인터넷 매체에 먼저 보도되는 ‘보도질서의 하극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공산당이 50년 동안 가꿔온 내참과 공개보도의 이중적 언론구조가 근본적인 재편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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