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드라마로 만들어졌던 <홍루몽>의 남녀 주인공 가보옥과 임대옥
‘청조 비판 완화하려고 결론 조작’ 중국 작가 주장
‘조작 주장은 책 팔아먹으려 상술’ 반박도
‘조작 주장은 책 팔아먹으려 상술’ 반박도
중국 고전문학의 백미로 꼽히는 <홍루몽>의 새로운 비밀이 중국 대륙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청나라 때 작가 조설근이 이 소설을 ‘80회’까지 쓰고 죽자, 훗날 고악이라는 문관이 뒤를 이어 ‘120회’로 정리했다는 통설을 뒤집는 파격적인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조설근은 애초 이 소설을 ‘108회’로 완성했으나, 고악이 청 왕조에 대한 비판적 함의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80회’ 이후 ‘28회’를 ‘40회’로 늘리면서 의도적으로 결론을 왜곡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유명 작가 류신우가 최근 내놓은 이 주장은 <홍루몽>의 결말이 당시 청 왕조의 ‘사상 탄압’에 의해 왜곡됐다는 얘기여서, 원작의 ‘사라진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키고 있다. 류는 한 텔레비전 강론에서 “<홍루몽>은 왕조시대 귀족들의 도덕적 타락을 보여주면서 그 결말을 비극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당시 사회의 총체적인 파탄을 암시했다”며 “청 왕조가 이런 불온성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고악을 ‘대리작가’로 투입했다”고 주장했다.
“조설근의 <홍루몽>은 고악에 의해 왜곡됐다.”
류는 요즘 <중국중앙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되고 있는 ‘백가강단’이란 프로그램에서 <홍루몽>은 청나라의 관헌 고악에 의해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지금 중국인들이 보고 있는 <홍루몽>은 조설근의 원작과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홍루몽>이 조설근과 고악의 공저라는 오류는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며 “조설근은 <홍루몽>을 108회로 완성했으나, 고악이 훗날 이를 정리하면서 80회 이후 28회를 재구성하고, 나머지 12회는 직접 지어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홍루몽>의 결론이 왜곡됐다“며 “고악은 청 왕조를 대신해 <홍루몽>의 반봉건성을 희석시켰다”고 비판한다. 고악은 청 왕조의 지배를 공고히 하기 위해 대중의 사상을 통제한 궁중문인으로서, 그가 손을 댄 40회는 진짜 <홍루몽>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고악은 <홍루몽>을 개작 혹은 창작하면서 원작의 내용을 삭제하고 흐름을 바꿨다”며 “<홍루몽>의 원모습을 복원하기 위해선 조설근과 고악을 반드시 갈라놓아야 한다”는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홍루몽>의 결말은 지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비극적이다. 남자 주인공 가보옥의 집안은 비참하게 몰락하고, 그와 사랑을 나눴던 여자 주인공 임대옥은 호수에 뛰어들어 자살한다. 가보옥은 임대옥이 죽은 뒤, 또다른 여자 주인공인 설보채와 결혼하나, 설보채 역시 곧 병에 걸려 죽는다. 임대옥은 이어 또다른 여자 주인공 사상운과 만나 거지처럼 처참하게 살아가다 사상운이 굶어 죽자 인생의 무상함을 깨닫고 출가해 승려가 된다.
류의 이런 주장이 알려지자 곳곳에서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의 주장이 기존 <홍루몽>에 대한 해석을 완전히 뒤집었기 때문이다. <홍루몽> 연구자 천린은 “고악이 <홍루몽>의 40회를 왜곡했다는 류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홍루몽> 연구자들이 그의 해석을 참고한다면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비판한다. 일각에선 류의 주장을 책을 팔기 위한 장사꾼 심보에서 나온 것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류는 “나의 해석은 전적으로 <홍루몽>에서 나온 것”이라며 <홍루몽>을 더 꼼꼼히 읽으라고 받아친다.
한편에선 조설근의 사라진 결론을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인터넷 포탈에선 누리꾼들이 연명해 조설근의 사라진 원본 28회를 완성해달라고 류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류는 이에 대해 “<홍루몽>을 복원하는 것은 창작보다도 더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이 늙은 몸을 바쳐 한번 해볼 지도 모른다”고 여운을 남기고 있다. 그는 “<홍루몽>은 <레미제라블>보다 더 위대한 걸작”이라며 “나의 해석이 <홍루몽>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홍루몽이 뭐길래?
<석두기> <금옥연> 등으로도 불리는 <홍루몽>은 등장인물의 세밀한 성격 묘사와 기복이 넘치는 구성으로 중국을 대표하는 고전문학으로 꼽힌다. 1792년 초간된 이래 100여종의 간본과 30여종의 속작이 나왔을 정도로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도 작자와 등장인물에 대한 평론이 속출해 ‘홍학’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로도 여러 차례 만들어졌다. 중국 정부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맞춰 새로운 <홍루몽> 드라마를 내보낼 계획이다.
난징의 귀족 가씨 집안을 주무대로 펼쳐지는 <홍루몽>에는 무려 500여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인물 하나하나가 뚜렷한 개성을 뽑내면서 거대한 대하소설을 이룬다. 옥을 입에 물고 태어났다는 남자 주인공 가보옥과 총명하지만 병약한 그의 사촌 누이동생 임대옥, 그리고 가정적이며 건강한 설보채의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최근 연구는 이를 조설근 자신의 얘기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가보옥의 삶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하다. 가보옥은 설보채에 대해서도 호감을 느끼지만, 임대옥과 결혼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집안의 실권을 쥔 할머니 사태군은 임대옥의 몸이 허약하다며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할머니의 계략에 속은 가보옥이 설보채와 결혼하던 날, 임대옥은 쓸쓸히 숨을 거둔다. 인생무상을 느낀 가보옥은 과거장에서 몰래 도망간다. 훗날 나루터에서 아버지를 만나지만, 목례만 남긴 채 스님과 도사들과 함께 구름 속으로 사라진다.
류신우는 누구인가
류류와 자오좡한이라는 필명을 쓰는 류는 1042년 스촨성 청두에서 태어났다. 1961년 베이징사범대를 졸업한 뒤 중학교에서 15년 동안 교편을 잡았다. 1976년 베이징 출판사의 편집자가 된 그는 다음해 단편 <교실을 맡은 한 교사>를 펴냈다. 이른바 ‘상흔문학’의 출발로 간주되는 이 소설은 그해 우수단편상을 받았다. 이후 <사랑의 위치> <일어나라> <동생> <나는 모든 푸른 잎을 좋아한다> 등의 소설을 잇따라 출판했다.
그는 매우 박학다식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축구광이고, 중국의 고대 건축물에 대해서도 조예가 깊다. 컴퓨터로 글을 쓴 최초의 중국 작가군에 속한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솜씨가 뛰어나, 집에 손님이 오면 부모들이 그에게 손님의 얼굴을 그려달라고 부탁하곤 했다고 한다. 8살 이후 베이징에 살고 있는 베이징 토박이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홍루몽’은 원래 108회였다는 새로운 해석으로 파문을 일으킨 류신우
한편에선 조설근의 사라진 결론을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인터넷 포탈에선 누리꾼들이 연명해 조설근의 사라진 원본 28회를 완성해달라고 류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류는 이에 대해 “<홍루몽>을 복원하는 것은 창작보다도 더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이 늙은 몸을 바쳐 한번 해볼 지도 모른다”고 여운을 남기고 있다. 그는 “<홍루몽>은 <레미제라블>보다 더 위대한 걸작”이라며 “나의 해석이 <홍루몽>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홍루몽이 뭐길래?
‘홍루몽’ 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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