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현장취재
쓰촨성 전역서 강도 4 넘는 여진만 145차례
“집에 있으면 불안” 노숙하거나 차에서 보내
홍수 대피령에 산으로 도시로 피난민 행렬 17일 밤 11시 30분께 중국 쓰촨성 대지진의 주요 피해지역인 청두의 주부 뤄징(37)은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갑자기 침대가 마구 흔들리면서 머리맡에 있던 전등이 넘어져 얼굴을 때렸다. 옆에 누운 남편을 깨워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집밖으로 뛰쳐나갔다. 쓰촨성 대지진의 여진이 계속되고, 손상된 댐과 둑의 붕괴 위험이 고조되면서 대도시 청두를 비롯한 쓰촨성 일대는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청두 주변에서도 강도 6.1의 여진이 발생하더니, 17일엔 5.9의 여진이 청두 시내까지 닥쳤다. 17일엔 여진과 더불어 강풍·폭우가 몰아쳐, 시민들은 가슴을 졸여야 했다. 쓰촨성 전역에서 17일까지 강도4 이상의 여진은 145차례에 이른다. 청두의 밤은 여진의 공포를 피하려는 사람들로 곳곳에 작은 피난촌을 낳았다. 청두 시내를 흐르는 강 주변엔 집에서 나와 노숙을 하는 천막촌이 길게 늘어섰다. 도로 중앙선 양옆에는 승용차에서 잠을 자는 ‘피난민 캠핑족’도 생겨났다. 아파트 밀집지역의 주민들은 밤마다 밖으로 나와 잠을 청한다. 육교 밑이나 교차로 중앙에 있는 잔디밭에선 이불을 들고 나와 노숙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일부 회사는 업무용 트럭이나 출퇴근용 버스를 주택가 주변에 세워두고 직원들이 임시 숙소로 쓰게 한다. 택시 기사 샤오민궈(43)는 “어젯밤 식구들과 함께 회사에서 대형버스 안에서 잤다.”며 “여진이 닥칠 때마다 혹시나 하는 불안 때문에 집에서는 도저히 잠을 잘 수 없다.” 계속되는 여진은 지진으로 지난 12일 첫 대지진 때 손상된 댐과 둑의 붕괴 위험을 더욱 높여, 주민들의 공포를 더하고 있다 현재 쓰촨성의 댐 6천여곳 가운데 800여곳이 금이 가고 부서졌다. 곳곳에서 둑이 무너졌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산사태로 산에서 쓸려온 흙과 돌덩이가 저수지 바닥에 쌓이면서 물의 압력이 높아진 탓이다. 봇물이 터진다는 경고·대피령이 나올 때마다 주민들은 황망히 달음질치고 있다. 중국 쓰촨성 베이촨현 차핑마을의 피해현장에서 17일 갑자기 터져나온 홍수 대피령에 사람들은 갑자기 높은 지역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이 방송 취재진이 촬영하던 구조대는 몇시간 동안 매몰자 한명을 구출하고 있었으나, 대원들은 먼저 살기에 바빠 구조작업을 중단하고 말았다. 취재진은 “구조대, 군인, 의료진, 지역주민 할 것 없이 모두가 내달렸다”고 당시 위급한 상황을 전했다.
저수지 둑 일부가 무너져 16일 오후 대피령이 내려진 펑저우의 첸장 상류에서도 피난민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하류의 펑밍후(저수지) 수위도한때 위험수위에 올라 주민들은 더욱 긴장하고 있다. 펑밍후에서 펑저우 시내로 들어가는 산길도로는 소를 끌고 걸어가는 주민들과 가재도구와 옷가지를 가득 실은 오토바이의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냉장고를 싣고 오토바이를 몰던 한 주민은 “지진 때문에 집을 잃고도 버텼지만 물난리가 날까 무서워 시내로 들어가려 한다”며 “마을 사람들도 이미 대부분 다 내려갔다” 고 말했다. 당국은 저수지의 물을 계속 아래로 흘려보내 저수지의 압력을 줄이고 있다. 펑밍후의 수위도 점차 안정을 찾고 있다. 중학교 교사인 셰진장(41)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모두 시내로 대피하도록 했다”며 “언제 학교가 다시 문을 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청두 펑저우/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집에 있으면 불안” 노숙하거나 차에서 보내
홍수 대피령에 산으로 도시로 피난민 행렬 17일 밤 11시 30분께 중국 쓰촨성 대지진의 주요 피해지역인 청두의 주부 뤄징(37)은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갑자기 침대가 마구 흔들리면서 머리맡에 있던 전등이 넘어져 얼굴을 때렸다. 옆에 누운 남편을 깨워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집밖으로 뛰쳐나갔다. 쓰촨성 대지진의 여진이 계속되고, 손상된 댐과 둑의 붕괴 위험이 고조되면서 대도시 청두를 비롯한 쓰촨성 일대는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청두 주변에서도 강도 6.1의 여진이 발생하더니, 17일엔 5.9의 여진이 청두 시내까지 닥쳤다. 17일엔 여진과 더불어 강풍·폭우가 몰아쳐, 시민들은 가슴을 졸여야 했다. 쓰촨성 전역에서 17일까지 강도4 이상의 여진은 145차례에 이른다. 청두의 밤은 여진의 공포를 피하려는 사람들로 곳곳에 작은 피난촌을 낳았다. 청두 시내를 흐르는 강 주변엔 집에서 나와 노숙을 하는 천막촌이 길게 늘어섰다. 도로 중앙선 양옆에는 승용차에서 잠을 자는 ‘피난민 캠핑족’도 생겨났다. 아파트 밀집지역의 주민들은 밤마다 밖으로 나와 잠을 청한다. 육교 밑이나 교차로 중앙에 있는 잔디밭에선 이불을 들고 나와 노숙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일부 회사는 업무용 트럭이나 출퇴근용 버스를 주택가 주변에 세워두고 직원들이 임시 숙소로 쓰게 한다. 택시 기사 샤오민궈(43)는 “어젯밤 식구들과 함께 회사에서 대형버스 안에서 잤다.”며 “여진이 닥칠 때마다 혹시나 하는 불안 때문에 집에서는 도저히 잠을 잘 수 없다.” 계속되는 여진은 지진으로 지난 12일 첫 대지진 때 손상된 댐과 둑의 붕괴 위험을 더욱 높여, 주민들의 공포를 더하고 있다 현재 쓰촨성의 댐 6천여곳 가운데 800여곳이 금이 가고 부서졌다. 곳곳에서 둑이 무너졌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산사태로 산에서 쓸려온 흙과 돌덩이가 저수지 바닥에 쌓이면서 물의 압력이 높아진 탓이다. 봇물이 터진다는 경고·대피령이 나올 때마다 주민들은 황망히 달음질치고 있다. 중국 쓰촨성 베이촨현 차핑마을의 피해현장에서 17일 갑자기 터져나온 홍수 대피령에 사람들은 갑자기 높은 지역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이 방송 취재진이 촬영하던 구조대는 몇시간 동안 매몰자 한명을 구출하고 있었으나, 대원들은 먼저 살기에 바빠 구조작업을 중단하고 말았다. 취재진은 “구조대, 군인, 의료진, 지역주민 할 것 없이 모두가 내달렸다”고 당시 위급한 상황을 전했다.
저수지 둑 일부가 무너져 16일 오후 대피령이 내려진 펑저우의 첸장 상류에서도 피난민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하류의 펑밍후(저수지) 수위도한때 위험수위에 올라 주민들은 더욱 긴장하고 있다. 펑밍후에서 펑저우 시내로 들어가는 산길도로는 소를 끌고 걸어가는 주민들과 가재도구와 옷가지를 가득 실은 오토바이의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냉장고를 싣고 오토바이를 몰던 한 주민은 “지진 때문에 집을 잃고도 버텼지만 물난리가 날까 무서워 시내로 들어가려 한다”며 “마을 사람들도 이미 대부분 다 내려갔다” 고 말했다. 당국은 저수지의 물을 계속 아래로 흘려보내 저수지의 압력을 줄이고 있다. 펑밍후의 수위도 점차 안정을 찾고 있다. 중학교 교사인 셰진장(41)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모두 시내로 대피하도록 했다”며 “언제 학교가 다시 문을 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청두 펑저우/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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