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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큐레이터 조선령의 상상공장] 깊이와 표면

등록 2009-02-18 18:12수정 2009-02-18 21:40

성지연, <뜨개질하는 여인>, 람다 컬러 프린트, 100×86㎝, 2006
성지연, <뜨개질하는 여인>, 람다 컬러 프린트, 100×86㎝, 2006
큐레이터 조선령의 상상공장
회색의 벽과 탁자, 연회색의 뜨개실, 검은 옷과 머리. 의자에 살짝 들어 있는 붉은색을 빼고는 화면 전체가 무채색으로 가라앉아 있다. 여인은 뜨개질을 하던 손을 잠시 멈춰 바깥을 본다. 누군가가 왔기 때문일까? 그렇다고 보기엔 눈빛이 너무 멀리를 향해 있다. 이 사진은 시간과 공간의 흐름에서 벗어난 세계의 한 조각을 보여준다. 일상의 풍경인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현실은 저런 색채와 구도를 갖고 있지 않으니까. 마치 어떤 이야기가 들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이 정지된 세계는 그 실꾸리를 숨겨버린다. 깊이와 표면의 이 이중주에서 제임스 휘슬러의 <회색과 검정의 배열>을 떠올린 건 나만은 아닐 듯하다.

조선령 독립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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