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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큐레이터조선령의상상공장] 무감각한 욕망의 기록

등록 2009-09-23 18:39

함경아, <museum display>(일부), 설치, 2009(함경아 개인전 ‘욕망과 마취’, 2009년 8월22일~10월25일, 아트선재센터)
함경아, (일부), 설치, 2009(함경아 개인전 ‘욕망과 마취’, 2009년 8월22일~10월25일, 아트선재센터)
금속과 유리로 잘 꾸며진 박물관 진열장. 하지만 그 안에 고대의 유물들처럼 가지런히 놓여 있는 것은 포크, 칼, 후추통 같은 평범한 요즘 물건들이다. 전시장 가운데 크게 설치된 이 진열장의 다른 쪽 편에는 수건, 찻잔 등이 정성스럽게 진열되어 있다. 이 물건들은 작가 함경아가 세계 각국의 호텔이나 커피숍에서 슬쩍 훔쳐온 것들이다. 때로는 훔친 찻잔을 또다른 커피숍에서 새 찻잔과 바꿔치기하기도 한다. 절도의 결과물을 고급스럽게 진열하는 이런 행위를 통해 작가는 수많은 서구 박물관들이 쌓아온 탈취의 역사를 풍자하고 재해석한다. 박물관, 나아가서 문화의 역사는, 이 전시의 제목처럼, 마취 상태에서 유지되어온 욕망의 역사임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다.

조선령 백남준 아트센터 어소시에이트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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