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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큐레이터 조선령의 상상공장] 밤의 서재

등록 2009-03-18 18:43수정 2009-04-01 10:13

이영민, 〈L박사의 밀실〉, 영상, 혼합재료, 가변크기, 2009 (‘이영민 개인전’, 2009년 3월6일∼4월5일, 금호미술관)
이영민, 〈L박사의 밀실〉, 영상, 혼합재료, 가변크기, 2009 (‘이영민 개인전’, 2009년 3월6일∼4월5일, 금호미술관)
큐레이터 조선령의 상상공장
전시장에 들어갔을 때 제일 먼저 내 눈에 띈 것은 초록색 갓을 씌운 저 스탠드였다. 앗 이건? 영화 <토탈 이클립스>에도 나오는, 런던 대영박물관 도서관에 있다는 그 스탠드,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쓸 때도 사용했을 그 스탠드인 거야? 시야를 옮겨본다. 이 이상한 공간에 드리운 상상의 베일을 풍부하게 만들어 주는 물건들. 성냥개비, 면봉, 나체의 남자 드로잉, 확대경, 피 뽑는 기구, 빨대. 박사는 방금 전까지 극비 인체실험을 하다 잠시 자리를 뜬 것 같다. 이 자리에 몰래 서 있는 우리는 남의 환상 공간을 엿보았을 때의 은밀한 쾌감과 스릴을 잠시 느낀다. “이건 무슨 뜻입니까?”라고 묻지 말고, 그냥, 그것을 느껴 보시라. 스탠드는 켜져 있으니.

조선령 독립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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