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성읍민속마을 ‘구경하는 집’
20세기 초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는 집을 살기 위한 기계로 정의하였다. 지역이나 문화에 따라 형태는 다를 수 있지만 집은 살기 위해 만들어진다. 그러나 모든 집이 그런 것은 아니다. 민속촌의 ‘구경하는 집’은 스쳐 지나가는 관광객들의 호기심에 찬 시선을 만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지고 보존된다. 낯선 지역의 과거를 경험하려는 시선의 욕망을 현재의 시공간에서 상영하는 과거가 달랜다. 그것은 단순히 재현된 과거, 혹은 살아남은 과거가 아니다. 실재하는 가상이고 입체로 이루어진 평면 이미지다. 그 이미지는 매력적이다. 하지만 때로는 참을 수 없을 만큼 공허하다. 지붕을 손질하는 이의 부지런한 몸짓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것은 ‘뜨거운 삶’이 아니라 ‘차가운 바라봄’에 호소하고 있기 때문일 터이다.
오창섭 건국대 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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