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렬'을 선언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6일 국민의힘과의 합당 협상 결렬을 공식 선언했다. 안철수 대표는 “정권교체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합당을 말씀드렸다”며 “그러나 합당을 위한 합당은 정권교체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야권 통합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안철수 대표를 비난했다. 국민 기대가 언제부터 두 정당의 통합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통합을 하든 안 하든 그건 두 정당이 알아서 결정할 사안이다. 다만, 가치와 비전을 내버린 채 오로지 ‘선거 승리’라는 정치공학적 계산만으로 이뤄지는 통합 시도가 얼마나 허망한지를 이번 일이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씁쓸하기 짝이 없다.
이런 식의 정치공학이 어디 국민의힘-국민의당 통합 협상뿐이겠는가.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 벌어지는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후보 간의 갈등 역시 가치와 비전, 노선의 공유를 망각한 채 ‘무조건 통합’만 외친 결과일 터이다. ‘경선 버스는 제시간에 출발한다’며 윤석열 후보의 입당을 압박한 이준석 대표나, 국민의힘과 거리두기를 하다 지지율이 떨어지자 갑작스레 입당한 윤석열 후보나 도대체 두 사람이 어떤 기준과 원칙에서 한 버스에 올라타고 갈 수 있는 건지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한 적이 없다. 그렇게 서로 추구하는 바에 대한 논의나 공감대 없이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반문재인’만 외치는 통합을 추구한 결과가 지금 제1야당 대표와 지지율 1위 후보 간의 볼썽사나운 다툼으로 나타나는 것 아니겠는가.
선거를 앞두고 정치세력들이 힘을 합쳐 함께 권력을 추구하겠다는 걸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통합이든 후보 단일화든 최소한의 가치 공유와 원칙의 공감이 있어야만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다. 그렇지 못한 통합은 권력을 탐한 정치적 야합 또한 담합이나 다름없으며 그 종착역은 필연적으로 아름다울 수가 없다.
이번에 합당 결렬을 선언한 안철수 대표를 비롯해 윤석열·최재형 후보나 이준석 대표 모두 ‘정권교체’를 외치는 것 말고는 국민에게 어떤 공통된 비전과 가치,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누군가를 반대하고 비판할 수는 있지만, 단지 그것만으로는 그들이 그렇게 염원하는 권력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기 힘들다는 점을 가슴에 새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