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인회의는 지난 1일 서울 종로구의 독립책방 ‘위트 앤 시니컬’에서 ‘동네책방과 출판사가 함께하는 도서정가제 좌담회’를 열었다. 한국출판인회의 제공
정부가 기존의 도서정가제 개편에 나서면서 출판사와 서점단체 등 출판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도서정가제 개선안’에 도서전 및 장기 재고 도서의 도서정가제 적용을 제외하는 내용을 포함하면서 출판 생태계가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주요 단행본 출판사 490개가 소속된 한국출판인회의는 8일 발표문을 내 “정부 ‘개선안’은 도서정가제 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하고 출판 생태계 파탄을 야기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한국작가회의와 100여개 서점들의 모임인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도 도서정가제 개편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냈다.
2003년 처음 시행된 도서정가제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 따라 3년에 한번씩 타당성 재검토를 하게 되어 있다. 15% 할인을 골자로 하는 현행 도서정가제는 2014년부터 유지돼왔다. 출판계는 도서전과 장기 재고 도서에 도서정가제를 적용하지 않으면 신간은 사라지고 구간 할인도서가 득세할 것이라 우려한다. 전집류나 스테디셀러 목록을 많이 가지고 있는 일부 대형 출판사만 혜택을 보고 신간 기획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할인폭이 늘수록 영세한 동네책방보다 10~20% 싸게 많은 물량을 받는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의 쏠림 현상도 심화될 수 있다. 실제로 현행 도서정가제가 도입되기 전 몇년 동안 대형 서점 분점이 늘고 온라인 서점이 성장하면서 동네서점이 급속도로 사라졌다. 반면 15% 할인 규제가 도입된 뒤인 2014년 이후 동네책방의 맥을 잇는 독립 서점은 2015년 97곳에서 2019년 551곳으로 6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단행본 출간 종수도 50%나 늘었다. 그만큼 다양한 콘텐츠들이 생산되었다는 의미다. 특히 독립 서점들은 책읽기 모임, 북토크 등을 운영하며 동네 문화사랑방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도서정가제 개편 논의는 책값이 비싸 독서 인구가 줄어든다며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지난해 말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일면 타당해 보이지만 책은 일반 공산품처럼 가격 경쟁력이라는 단순한 시장논리를 적용할 수 없는 문화상품이자 지적 재산이다. 두달여 남은 타당성 재검토 기간 동안 정부는 공청회 등 다양한 통로를 마련해 출판계와 독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이를 통해 단순한 경제논리가 아니라 한 사회의 정신적 자산인 출판문화를 성숙시키는 방향으로 결론을 도출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