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이 22일 오후, 담임 목사로 있는 서울 구로동 갈릴리교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했다. 취임 한달을 맞는 그는 한나라당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인터뷰] “해당행위” 논란부른 인명진 한나라 윤리위원장
인명진(61)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은 22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50%에 이르는 높은 지지율이 한나라당의 가장 큰 문제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고도 국민을 눈가림해 정권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4일로 취임 한달을 맞는 인 위원장은 “(당에) 들어와보니 당혹스러울 정도로 변화 의지가 없다. 오히려 내가 변해야 한다고 하더라”며 한나라당의 현 상황을 질타했다.
그는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 사이의 경선 조기과열 현상이 나타나면 단호하게 조처하겠다. 대선 주자들이 윤리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일을 해 윤리위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목사 출신인 인 위원장은 1972~84년 13년간 영등포 도시산업선교회 총무로 일하며 노동운동을 하다 4차례 옥고를 치렀다. 1987년 6월 민주화항쟁 때는 국민운동본부 대변인을 맡기도 했던 그는 지난달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으로 영입됐다.
-이제 윤리위원장을 맡은지 한 달이 됩니다. 안에 들어와서 본 한나라당의 문제점이나 안타까운 점은 뭔가요?
=난 모르겠어요, 벌써 한달이 됐는지. 오늘 있었던 참정치 출범회에서 들었죠? 강재섭 대표도 그렇고 김형오 원내대표도 그렇고. 대선에서 패하고 탄핵 이후 천막당사 들어갈 때 종아리 걷고 회초리 때려달라, 우리가 다시 잘못 안하겠다 했어요.
오늘도 한나라당이 변화와 개혁을 하지 않으면 정권을 잡을 수 없단 얘기를 계속했어요. 국민들도 한나라당이 변해야 된다, 안 변하면 안 된다고 합니다. 지지하는 사람들도 그렇습니다. 당원, 지지자들도 현재 한나라당으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정권잡기 어렵다는 얘기도 하고요. 당사자들도 그렇게 얘기해요. 그런데 제가 당에 가 보니까 변화해야 될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변화의 대상이 없어요. (웃음)
어디서 누가 뭘 변해야 되는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예요. 변화해야 한다는 구호나 말은 하는데 정작 우리 당의 누가 변해야 된다, 이게 변해야 된다, 이런 게 없어요. 말만 그럴 뿐이지. 다들 나는 아니라고 안 해요. 모두 딴 데다 손가락질하고, 정작 변해야 된다는데 변화의 대상이 없어요. 정말 재미있는 느낌을 받은 것은, 내가 변해야 된대요.(웃음)
한나라 일부 “변해야 할 사람은 인명진 목사” 변해야 될 사람은 인 목사라는 거야. 이 사람이 정치현실을 모른다는 거예요. 밖에서 들어왔기 때문에, 재야운동했고, 성직자기 때문에 현실 모른다는 거예요. “차차 변하시겠죠, 이해하시겠죠”이러면서 내가 변하길 바라는 거야. 굉장히 곤혹스러워요. “제가 변하겠습니다” 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는데 다 아니라고 점잖게 앉아 있어요. 당혹, 당혹스러워요. 들어가 보니까 당혹스러워요. 어디서부터 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김용갑 의원 사건이나 구체적인 사건으로 당 흔들어 보는 건데요, 뿌리가 굉장히 얽혀 있어서 하나 잡아 당기니까 고구마순처럼 저 끝까지 달려오는 거예요. 한나라당의 문제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에요. 잘못한 사람, 해당행위 한 사람에 대해 윤리위원회, 윤리위원장이 징계하려는 겁니다. 내가 윤리위원장의 직무를 하려는 겁니다. 이념 문제가 아니니까 그렇게 보지 마세요. 하지만 언론에 비친 실상은 이념 대결로 보고, 계파간 이해 충돌로 보고, 더 나아가서는 20년 전 있었던 얘기까지 끌고 가잖아요. 제가 20년 전 도시산업선교회 했었는데, 당시 한나라당 전신인 공화당의 유정회가 있었거든요. 그때 공화당 의장이 만든 말이 도산(도시산업선교회)가 들어가면 도산이 된다는 말을 1979년에 만들었다. (김용갑 의원은 지난 21일 성명을 내 ‘인명진 목사는 당 정체성에 맞지 않는 강한 좌파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과거 도시산업선교회를 통해 기업을 도산시킨 것처럼 한나라당을 분열시키고 도산시키기 위한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며 당에 인 위원장에 대한 윤리심사 기피신청을 냈다.) 이 얘기는 독재정권이 민주화, 노동운동을 탄압하려고 만들어낸 일종의 유언비어, 마타도어였어요. 그런데 우리가 들어가 도산한 데가 없어요. 지금 30여년의 세월이 흘렀어요. (그 말은) 역사적으로 아니라는 것이 너무도 명백해졌고, 검증도 다 끝난 거예요. 독재정권의 노동, 선교, 민주화 운동 탄압의 도구라는 게 다 드러났는데 아무런 검증이나 여과없이 지금 그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거예요. 이 뿌리가 얼마나 깊으냐 이거예요. 역사적으로 3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데. 하다보니 뿌리가 거기까지 뻗쳐 있어요. 이게 대단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인명진 위원장 “김용갑 사건은 일부러 들춰낸 사건 아니다”
“이념과 관계없이 잘못하면 징계” -김용갑 의원 처리 두고 말이 많습니다. 일부서는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의 힘 겨루기 양상으로 보는 눈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제가 의도적으로 김용갑 의원을 지목했다는 유언비어도 있어요. 들어와서 수구보수 몇 사람 손 볼라고 그랬다는데, 내가 무슨 재주로 손을 봅니까. 제가 손 보려 오는 사람도 아니고. 김용갑 의원 사건은 내가 일부러 들춰낸 사건이 아니에요. 자연히 제기된 현안이예요. 자연스럽게 윤리위원회가, 내가 맡을 수 밖에 없었던 사건이죠. 내가 말 안 해도 객관적인 현실이구요. 공천 과정의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런 저런 주장할 만한 근거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게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적어도 윤리위 소관은 아니란 거죠. 독립된 공천심사위원회가 하는 거예요. 공천 기준은 김용갑 의원과 공천심사위가 다를 수 있다고 봐요. 그러면 공천심사위에 문제제기를 해야죠. 김 의원이 ‘(한나라당 창녕군수 후보가) 선거에서 떨어졌으니까 (떨어진 사람을 공천한 게) 결과적으로 해당행위지 않느냐’고 하는데, 떨어진 사람을 추천하는 게 다 해당행위야? 아니잖아요. 그런 주장은 설득력없는 주장이고 윤리위원회에 할 얘기가 아니에요. 공천심사위에 문제제기하든지 정치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죠. 조직의 일원으로서 당이 결정한거니까 당원이라면 승복하고 따라야죠. 떨어졌든지 아니든지. 그런데 본인은 (해당행위를 한 게) 아니라고 하지만 우리는 구체적으로 그런 행위가 있다는 증거를 갖고 있어요. 조사를 했어요. 한나라당 사무처 노조가 이미 구체적 증거를 갖고 공개적으로 제시했어요. 윤리위에서는 명백한 해당행위를 보고도 징계를 안할 수가 없는 거에요. 과거에도 다 그런 것은 징계를 했어요. 제명까지 했어요. 어떻게 그걸 징계를 안 합니까. 이념적으로 좌파가 잘못한 건 징계 안 하고, 우파만 징계합니까? 이념과 관계없이 잘못하면 징계하는 거예요. -김용갑 의원 문제를 두고 일부에선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습니다. 인 위원장께서 특정 후보와 가깝다는 얘기도 당내에선 돕니다. =그거야 말로 당혹스럽기 그지 없는 얘기예요. 내 머릿속에 한번도 그런 생각 해 본 적이 없어요. 한나라당 간 것 자체가 대선후보 누구의 줄을 타고 갔다든지하는. 난 인생을 그렇게 안 살았어요. 제 나이가 환갑 넘어 인생을 마감할 때가 됐는데, 내가 무슨 영화를 보자고 지금 줄 타고 들어가 누구 심부름 하겠습니까. “손학규 전 지사 (최근에) 만난 적 없어” 내가 심부름을 해야 될 대상이 있다면 나라에요. 오늘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20년 만에 처음 만났어요. 공사석에서 만난 적이 없다. 옛날에 같이 민주화 운동을 한 사람이예요. 그리고 과거 손 전 지사가 영국 유학 갔을 때 그 집 가서 며칠 자고 온 적이 있지만, 그 이후로 만난 적이 없어요. 손 전 지사가 서강대 교수가 되고,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되고, 보사부 장관하고, 경기도지사 했지만 전화 한통 안 했습니다. 뭐하러 전화 합니까, 바쁜 사람한테. 자기가 안하면요.
이명박 전 시장은, 이 분 만난 지도 한 20년 정도 돼요. 손 전 지사는 오래 전이라도 인간적으로 가까웠지만, 이명박 전 시장과는 단 둘이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어요. 박근혜 전 대표도 만나면 인사하는 정도고. 강재섭 대표도 오늘 만나서 4번째 만났어요. 나를 이명박씨 쪽에서 추천을 했다는 이야기 들었어요. 내가 또 목사고. 하지만 저는 종교적인 편견은 없어요. 그래서 지금 윤리위원 자리에 불교 쪽 인사를 추천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이재오 의원 역시 87년 국민운동본부에서 만나고 처음이었어요. 최근에 부산 가는 비행기에서 잠깐 봤는데 그때 제가 지나는 말로 “이 의원, 아니 내가 어떻게 당신 계열이야, 당신이 내 계열이지”했죠.(하하하)
-지난 20일 송영선 의원이 김만복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참고인으로 나온 현직 목사인 오충일 국정원 과거사 진실규명위원장에게 “목사들은 자기 말이 절대권력인 줄 안다. 그런 오류는 없도록 해달라”라며 목사 출신인 인 위원장을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송 의원 의정활동하는 거 보니까 직선적인 사람이예요. 송 의원이 사람을 잘 봤어요, 아주. 목사들 원래 그래요. 나는 더 하지요. (하하하) 어제 송 의원이 전화를 해서 “그 말이 갑자기 툭 튀어나왔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사람 하난 잘 보네, 내가 그런 면이 있어” 그랬어요. 김용갑 의원이 정체가 뭐냐 이럴 때도 웃고 넘겼어요. 김용갑 의원이 사람 잘 봐요. 저도 제 정체를 모르겠어요. 왜 한나라당에 가있는지.(웃음) 김용갑, 송영선 의원 건은 제가 윤리위원장이라는 직을 맡았으니까 그 직책에 따라 일을 하는 겁니다.
-이들에 대한 징계 수위는 어느정도 될까요?
=그전에 윤리위 관련해서 말인데요. 아무리 윤리위가 아무리 합의체라고 해도 위원장의 의지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예요. 전 그런 정도로 알고 위원장 직을 맡았어요. 내가 윤리위원장직을 공평하게, 치우침없이, 상식 선에서 하면 그럼 누가 내 얘길 반대할 거냐는 생각이 있어요. 제가 계파적인 이해관계나 욕심갖고 억지로 밀어붙인다면야 반발도 있고, 윤리위원의 수도 필요하겠지만, 당을 위해 진심으로 하면 당 사람이면 어떻고 당외 사람이면 어떻고, 내 사람이든 아니든 어떠냐, 하나도 개의하지 않고 들어갔죠. 그런데 정말 두 가지에 놀랐어요.
김용갑, 송영선 건 처리는 공평하게
하나는 국회의원들이라 그런지 독자성이 강해요. 위원장 너는 너고, 나는 나라는 거죠. 위원장이 15명의 윤리위원 중에 그저 한명, 1/15일 뿐이에요. 놀랐어요. 언젠가 위원장인 나한테 결정을 맡겨줄 수 없겠냐고 했더니 의원들이 듣도 보도 못한 얘기라는 거야. 깜짝 놀랐습니다.
두번째 놀란 건 의원들이 자기 이해관계에 정말 충실하다는 것이에요. 상식이든 아니든, 말이 되든 안 되든 자기 이해관계는 딱 지켜요. 물러서질 않아요. 그래서 제가 합의체인 윤리 위원회를 끌고 나가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겠구나, 생각했어요. 징계 수위에 대해서도 내가 장담 못해요.
-그럼 구체적인 징계 정도는 말씀하시기 어려우신지요?
=얘기하기 어려워요. 다만, 이런 원칙은 있었어요. 골프 사건 같은 건 사회적인 허물이잖아요. 딱히 당규를 위반했다는 건 아니잖아요. 윤리적 도덕적으로 부적절하다는 뜻 아니겠어요? 그런 건 사회봉사제도로 가면 어떨까, 그렇게 생각했어요. 호남비하 발언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딱히 당규의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거죠. 국민과 마음이 통해야 되는 사건이라 생각해서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김용갑 의원이 창녕 군수 재보궐 선거때 무소속 후보를 지원한 것은 해당행위기 때문에 당규에 의거해 법적으로 다뤄야 되는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놀란 건 사회봉사제도였어요. 일화를 말하면, 한나라당에서 제게 윤리위원장직을 맡기려고 설득하려고 여러 사람이 왔어요. 저는 안 가려고 여러 가지 얘길 했어요. “내가 가면 당에 큰일날 거다. 한나라당 뒤집힐 거다. 내가 가면 1/3은 쫓아낼 거다. 당신들 나 감당 못한다. 어쩌려고 그러냐, 나 간단한 사람 아니다. 대선 앞두고 구색 맞추기 하려는 모양인데, 적당한 사람 찾아라. 난 아니다”라고 하면서 처벌 법의 하나로 사회봉사제도 얘기를 했죠.
지금의 징계는 국민들 피부에 와닿지도 않는다고, 사회봉사제도 같은 걸 도입하라고 했죠. 난 상당히 꿈이 컸어요. 사실 국방위원들의 피감기관 골프 사건도 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에게 같이 책임을 물어 한달 정도라도 골프 금지령 내리려고 했어요. 또 과거 정아무개 의원이 대낮에 술먹고 실수한 일이 생겼을 때도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금주령 내리려 했죠.
이래야 국민들에게 설득력 있는 징계가 된다고 얘기했어요. 그런데 강재섭 대표가 이 얘길 듣더니 밤중에 갑자기 사회봉사 제도 넣으라고 당규 고치라고 했다는 거에요. 이런 분 모셔야 된다고. 이때부터 강 대표가 절 영입하려고 고집이 생긴 것 같아요. 요새 나 때문에 강 대표 고생이 많잖아요. 고생 많이 할거예요. 말은 안하지만 고생 많이 하는데 그 분도 나에게 할 얘기가 없어요. 나 데려오면 불편하다고 내가 이미 얘기했는데요.(하하하)
생각한 바대로 되지 않으면 떠날터…“권력에 미련없어”
-윤리위원장 직을 맡으시면서 생각한 바대로 되지 않으면 ‘미련없이 떠나겠다’고 하셨습니다. 한나라당 안에선 ‘수 틀리면 나갈 거고, 그러면 위원장님만 영웅된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물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한 바가 없습니다. 그 말은 내가 당직이나 명예, 권력에 미련이 없다는 거죠. 하지만 내가 들어간 것에 대해 많은 분들이 성원해주고, 기대도 있어요. 어떻든 나는 나라를 위해 일해봐야겠다고 마음 먹고 들어갔는데, 쉽게는 안 물러날 거예요. 열심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서 일하고, 그래도 안되면 (사임을) 결심할런지 모르지만 쉽게 포기하지는 않아요. 요즘 내가 (상황이) 굉장히 어렵거든요. 원래 누우면 5분 안에 잠을 자는 사람인데 잠이 안와요. 정신적으로도 힘들고. 옛날 민주화 운동하면서 매맞고 고문당할 때 생각하면서 ‘그때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면서 견뎌요. 쉽게 물러나진 않아요.
-앞으로 윤리위원회를 어떻게 이끌어가실 건지요?
=수로 생각하면 당 쪽에 팔이 굽는 사람이 많겠습니까, 내 편 들겠습니까. 그만큼 정의감이, 이해관계없이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내가 수로 이길 수 있겠어요? 윤리위원회는 여러 위원회 가운데 하나라고 합디다. 예전엔 윤리위가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고, 요즘만큼 각광받은 적이 없다고도 하고요. 하지만 저는 힘있는 사람도 아니고, 높은 자리 앉은 사람도 아니니까 국민만 바라보고 할 겁니다.
국민들 눈빛에 ‘네가 역부족이었든, 한나라당이 문제가 있든 그만하고 나오면 좋겠다’는 눈빛 보이면 나올 거고, ‘칼 뺐으면 썩은 호박이라도 쳐야 된다’고 하면 남아서 열심히 노력할 거고. 그렇게 쉽게는 물러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 말을 한나라당이 들으면 좋아할까, 싫어할까?(웃음) 당에 큰 부담 된다고 반대하는 사람 있다는 얘기 들었어요. 또, ‘자기도 들어와서변하겠지’라는 사람도 있고.(웃음) 하지만 그렇게 호락호락 넘어가지는 않습니다. 너무 다행스러운 건 제가 상임이 아니라는 거. 상임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국회의원들을) 자주 보다보면 정들고, 그래서 거기 갔다가는(징계 대상인 사람을 보면) 양보해야 되는가 생각들거고, 또 여기(교회) 와서 가난한 사람들 보면 소신을 지켜야지 하는 생각이 들테니까요.
-한나라당 지지율이 현재 50% 수준인데, 위원장님께서 보시기에 한나라당이 실제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과 그 문제점을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말씀해주세요.
=가장 큰 문제점은 첫째, 지지율이 너무 높다는 것, 둘째, 자기들이 정권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셋째, 근본적으로는 변하지 않고도 ‘변하게 해, 변하게 해’ 말만 해서 국민들을 눈가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우물우물 임기응변으로 넘어가서 정권을 잡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 말입니다. 글쎄, 그래갖고 정권을 잡을 수 있을진 모르지만, 정권 잡아도 이런 윤리의식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하겠습니까. 지금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권력을 쥐게 되면 더 안할 것 아닙니까. 이런 윤리의식으로 가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한나라 빅3, 이 분들에게 의원들의 쏠림현상이 있습니다. 위원장님께선 줄서기도 싫어하신다던데.
=(줄서기를 안하는 게) 중요한 문제기도 하지만, 국방위 골프 사건과 보궐선거 문제는 한나라당이 가진 고질적인 문제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하나는 윤리적 해이와 도덕 불감증이죠. 또 하나는 질서, 영이 안서잖아요. 이인제 의원 나갔잖아요. 이 두 사건은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두 번 지도록 했던 병폐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했어요.
여기에 덧붙여서 나타나는 게 이념, 색깔론, 줄서기, 패가르기죠. 한나라당의 찌꺼기, 고질적인 병폐들이 이 두 사건에 붙어서 다 드러나고 있어요. 정말 큰 문제입니다. 이걸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한나라당 미래의 관건이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윤리위원장으로서 제 개인적으로는 과열경선에 대해 단호한 조처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어떤 계파에 속한 의원이 해당행위를 한다든지, 국민지탄 받는 일을 한다면 그 보스(후보)까지 연계해서 정치적이든 도덕적이든 책임을 지게 할까 생각하고 있어요. 줄서기 시켰으면 줄 선 사람들 잘 관리하라 그 얘기지. 줄서기는 방법이 없잖아요. 하지만 당 단합을 해친다든지, 국민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건 안된다 이거야. 최고 책임자(후보)에게 연계시켜서 윤리적·정치적으로 책임을 물어야되는 것 아닌가 생각해요.
-계파라면 누구를 말하시는지?
=대놓고 하는 사람들 있잖아요.(웃음)
-윤리위원회가 모든 일에 다 관여한다는 비판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윤리위가 대권 후보 정책에 대해 뭐라 그럽니까, 다른 것에 대해 뭐라고 그럽니까? 국민 지탄을 받는 비도덕적인 행위를 하는 경우에, 계파 보스(후보)를 위해 한 행위가 당에 누를 끼치고 국민 지탄을 받는 것이라면 같이 연대책임을 져야 되는 것 아니냐, 그 얘기예요. 오해 안되게 기사 잘 써야겠네(웃음). 윤리위 만능? 다른 얘기 안해요. 그 사람 어떠냐, 정책이 어떠냐 그런 얘기 안할 거예요. 우리 관심사가 아니에요. 딴 데서 할 얘기고, 우리는 도덕적인 문제만 문제삼겠다는 거죠.
-혹시 그만두고 싶은 적은 없었어요?
=사람인데 왔다갔다 하지. 마음 약하고 흔들리고 해요.
-위원장님께서 평소 언론을 별로 상대하지 않아서, 말씀하시는 내용의 파장에 대해 별로 고려하지 않으신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런 얘기 하겠죠. 어떨 땐 토씨 하나 잘못 쓴 게 (당사자들한텐) 민감하구나 싶어 조심스럽죠. 그렇지만 난 나름대로의 생각은 있습니다. 이렇게 다 드러내서 얘길 하는 것이 파장을 일으킬 수 있지만, 나는 언론이 제대로 정직하고 성실하고 왜곡하지 않고 써준다는 전제를 달고 얘기하는 겁니다.
적어도 내가 국민들에게 선출받은 사람은 아니지만 나 스스로 ‘국민들이 보냈다, 대표로 왔다’ 생각합니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보고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짓말 해서 파장이 일어난다면 내가 잘못한 거지만, 있는 사실을 말해서 파장이 생긴다면 있는 사실이 문제인 거지, 얘기한 게 왜 문제냐고. (언론이) 흥밋거리로 내 말을 뜯어맞추는 경우도 있어서 테크니컬하게(기술적으로)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기본적으로는 내가 보고 들은 얘길 자유롭게 국민들에게 알려야지 속이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더구나 성직자고,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반질반질, 미끈미끈 누구처럼 기름 뱀장어처럼 빠져나가면 되겠어요? 성직자로서 투박하고 진실된 맛이 있어야되고, 난 나 나름대로 인생을 살아왔던거고, 그게 이 사회에 성직자로서 기여하는 바가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기자들에게 늘 얘기하는 것도 ‘정치인처럼 생각하지 말고, 내가 너무 순진해서 이러니까 문제 되겠다 싶은 건 알아서 빼주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거죠.(웃음)
-김용갑 의원이 반발하는 배경에는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내려고 한다’는 생각도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데요.
=한나라당이 자기 거야?(웃음) 그럼 뭐하러 국민들한테 대통령 뽑아 달라고 해요? 나도 62년 여기(대한민국) 박혀 있었어요, 자긴 73년 박혀 있었고. 피차 마찬가지지. 자기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정치를 하는 거고, 나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이런 일을 하는거지. 어떤 한나라당 사람들은 나한테도 ‘집안일을 왜 밖에 나가서 떠들어대느냐’고 해요. 그럼 나는 ‘왜 한나라당이 집안이냐, 국민의 정당 아니냐, 집안이라고 할 거면 국민들한테 표 달라고 하지 마라’고 합니다. 여기가 동창회, 향우회도 아니고. 향우회도 그 지역 사람들에겐 문이 열려 있어요. 공당으로서 숨길 일을 하지 말아야지, 숨겨야 된다고 하면 안됩니다.
성연철 조혜정 기자 sychee@hani.co.kr
한나라 일부 “변해야 할 사람은 인명진 목사” 변해야 될 사람은 인 목사라는 거야. 이 사람이 정치현실을 모른다는 거예요. 밖에서 들어왔기 때문에, 재야운동했고, 성직자기 때문에 현실 모른다는 거예요. “차차 변하시겠죠, 이해하시겠죠”이러면서 내가 변하길 바라는 거야. 굉장히 곤혹스러워요. “제가 변하겠습니다” 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는데 다 아니라고 점잖게 앉아 있어요. 당혹, 당혹스러워요. 들어가 보니까 당혹스러워요. 어디서부터 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김용갑 의원 사건이나 구체적인 사건으로 당 흔들어 보는 건데요, 뿌리가 굉장히 얽혀 있어서 하나 잡아 당기니까 고구마순처럼 저 끝까지 달려오는 거예요. 한나라당의 문제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에요. 잘못한 사람, 해당행위 한 사람에 대해 윤리위원회, 윤리위원장이 징계하려는 겁니다. 내가 윤리위원장의 직무를 하려는 겁니다. 이념 문제가 아니니까 그렇게 보지 마세요. 하지만 언론에 비친 실상은 이념 대결로 보고, 계파간 이해 충돌로 보고, 더 나아가서는 20년 전 있었던 얘기까지 끌고 가잖아요. 제가 20년 전 도시산업선교회 했었는데, 당시 한나라당 전신인 공화당의 유정회가 있었거든요. 그때 공화당 의장이 만든 말이 도산(도시산업선교회)가 들어가면 도산이 된다는 말을 1979년에 만들었다. (김용갑 의원은 지난 21일 성명을 내 ‘인명진 목사는 당 정체성에 맞지 않는 강한 좌파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과거 도시산업선교회를 통해 기업을 도산시킨 것처럼 한나라당을 분열시키고 도산시키기 위한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며 당에 인 위원장에 대한 윤리심사 기피신청을 냈다.) 이 얘기는 독재정권이 민주화, 노동운동을 탄압하려고 만들어낸 일종의 유언비어, 마타도어였어요. 그런데 우리가 들어가 도산한 데가 없어요. 지금 30여년의 세월이 흘렀어요. (그 말은) 역사적으로 아니라는 것이 너무도 명백해졌고, 검증도 다 끝난 거예요. 독재정권의 노동, 선교, 민주화 운동 탄압의 도구라는 게 다 드러났는데 아무런 검증이나 여과없이 지금 그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거예요. 이 뿌리가 얼마나 깊으냐 이거예요. 역사적으로 3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데. 하다보니 뿌리가 거기까지 뻗쳐 있어요. 이게 대단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인명진 위원장 “김용갑 사건은 일부러 들춰낸 사건 아니다”
“이념과 관계없이 잘못하면 징계” -김용갑 의원 처리 두고 말이 많습니다. 일부서는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의 힘 겨루기 양상으로 보는 눈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제가 의도적으로 김용갑 의원을 지목했다는 유언비어도 있어요. 들어와서 수구보수 몇 사람 손 볼라고 그랬다는데, 내가 무슨 재주로 손을 봅니까. 제가 손 보려 오는 사람도 아니고. 김용갑 의원 사건은 내가 일부러 들춰낸 사건이 아니에요. 자연히 제기된 현안이예요. 자연스럽게 윤리위원회가, 내가 맡을 수 밖에 없었던 사건이죠. 내가 말 안 해도 객관적인 현실이구요. 공천 과정의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런 저런 주장할 만한 근거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게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적어도 윤리위 소관은 아니란 거죠. 독립된 공천심사위원회가 하는 거예요. 공천 기준은 김용갑 의원과 공천심사위가 다를 수 있다고 봐요. 그러면 공천심사위에 문제제기를 해야죠. 김 의원이 ‘(한나라당 창녕군수 후보가) 선거에서 떨어졌으니까 (떨어진 사람을 공천한 게) 결과적으로 해당행위지 않느냐’고 하는데, 떨어진 사람을 추천하는 게 다 해당행위야? 아니잖아요. 그런 주장은 설득력없는 주장이고 윤리위원회에 할 얘기가 아니에요. 공천심사위에 문제제기하든지 정치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죠. 조직의 일원으로서 당이 결정한거니까 당원이라면 승복하고 따라야죠. 떨어졌든지 아니든지. 그런데 본인은 (해당행위를 한 게) 아니라고 하지만 우리는 구체적으로 그런 행위가 있다는 증거를 갖고 있어요. 조사를 했어요. 한나라당 사무처 노조가 이미 구체적 증거를 갖고 공개적으로 제시했어요. 윤리위에서는 명백한 해당행위를 보고도 징계를 안할 수가 없는 거에요. 과거에도 다 그런 것은 징계를 했어요. 제명까지 했어요. 어떻게 그걸 징계를 안 합니까. 이념적으로 좌파가 잘못한 건 징계 안 하고, 우파만 징계합니까? 이념과 관계없이 잘못하면 징계하는 거예요. -김용갑 의원 문제를 두고 일부에선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습니다. 인 위원장께서 특정 후보와 가깝다는 얘기도 당내에선 돕니다. =그거야 말로 당혹스럽기 그지 없는 얘기예요. 내 머릿속에 한번도 그런 생각 해 본 적이 없어요. 한나라당 간 것 자체가 대선후보 누구의 줄을 타고 갔다든지하는. 난 인생을 그렇게 안 살았어요. 제 나이가 환갑 넘어 인생을 마감할 때가 됐는데, 내가 무슨 영화를 보자고 지금 줄 타고 들어가 누구 심부름 하겠습니까. “손학규 전 지사 (최근에) 만난 적 없어” 내가 심부름을 해야 될 대상이 있다면 나라에요. 오늘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20년 만에 처음 만났어요. 공사석에서 만난 적이 없다. 옛날에 같이 민주화 운동을 한 사람이예요. 그리고 과거 손 전 지사가 영국 유학 갔을 때 그 집 가서 며칠 자고 온 적이 있지만, 그 이후로 만난 적이 없어요. 손 전 지사가 서강대 교수가 되고,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되고, 보사부 장관하고, 경기도지사 했지만 전화 한통 안 했습니다. 뭐하러 전화 합니까, 바쁜 사람한테. 자기가 안하면요.
한나라당 윤리위원장 인명진 목사. 김종수 기자.
2004 년 08 월 16 일 한겨레 자료사진. 웃고 있는 한나라당 윤리위원장. 촬영당시 교회와사회위원회 위원장.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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