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서갑원 원내수석 부대표와 이야기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한나라 ‘청와대 눈치보기’에 색깔론까지 들먹
‘야성’ 부족 민주 “수가 달려서…” 우는 소리
‘야성’ 부족 민주 “수가 달려서…” 우는 소리
18대 첫 국정감사 첫 1주일을 마감하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짙은 ‘한탄’이 새나왔다. 국정감사라는 거울을 통해 정치권의 현 수준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 막가는 여당 한나라당의 국정감사는 ‘경제 국감, 정책 국감’이라는 애초의 구호가 무색하게 겉돌았다. 일부 의원들의 청와대 눈치보기와 철지난 색깔론, 위압적인 태도 등이 겹치면서 국감의 격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홍일표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촛불집회에 대해 소신을 밝힌 서울중앙지법 박재영 판사의 사례를 들며 신영철 중앙지법원장에게 “평소 젊은 판사들을 자주 만나 가르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사법부의 가장 중요한 것은 여론으로부터 독립”이라고 ‘훈계’했다. 이 발언은 “사법 포퓰리즘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난달 26일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과 거의 같다.
이한성 의원은 지난 6일 법사위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6·25를 일으켜 수백만명을 죽였는데 유엔 참전군 일부가 민족학살을 한 것을 가지고 (한국방송이) 6·25만 되면 틀어댔다. 북한군을 미화하고 미군이 더 나쁘다는 식으로 호도해도 되는 거냐”고 비난했다. 뉴라이트 출신의 장제원 의원은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유모차 시위는 조직적인 불법시위다. 이는 비뚤어지고 빗나간 모성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은재 의원은 경찰의 대공 준비 태세를 언급하며 “북한은 우리 주적이냐, 동반자냐”, “북한에서 이밥에 쇠고깃국 나오는 날이 언제인지 아느냐”고 물어 경찰청 간부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일부 동료 의원들조차 실소를 금치 못했다.
■ 무능한 야당 민주당 원내대표단은 기선을 제압했다고 말하지만 당 안팎에선 “야당답지 못하다”, “팀플레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방위 등 나름 선전한 상임위도 있지만, 이마저도 이미 언론에서 제기한 사실들을 끌어모아 ‘실탄’으로 쓰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많다. 한 상임위에선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온 장관의 답변이 부실한데도 민주당 초선 의원이 “감사합니다”라고 마무리하는가 하면, 다른 상임위에선 민주당 의원이 여당과 증인의 태도에 문제를 제기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도 동료의원들이 멀뚱히 있는 등 야성과 협력이 부족하다는 자성이 당 안에서 일고 있다. 팀플레이가 가장 좋다는 문방위도 파행을 위한 파행을 거듭한다는 시선을 헤쳐가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민주당 의원이 3~4명밖에 없어 ‘지원 사격’이 절실한 환경노동위와 국방위조차 1명 정도만이 고군분투하는 ‘각개전투’에 그치고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솔직히 힘들다. 소수야당의 한계를 크게 느낀다. 치고받아야 하는데 여당보다 상임위별 수가 적다 보니 김이 빠지고 만다”고 털어놓았다. 한 당직자는 “예전처럼 저격수도 없고 여전히 여당으로 생각하는 분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도 “상임위 구성이나 국감 준비가 물리적으로 너무 늦어졌고, 야당이 되다 보니 제보도 줄어든데다 기관들이 자료도 제대로 제출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성연철 송호진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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