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008년 3월24일 대구 달성군 화원읍 선거사무소에서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초상 아래 앉아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철옹성 - 지지율 40% 기반 튼튼, 중간층 흡수력·고른 지지
유리성 - 뚜렷한 비전 제시 없고수도권 불안·호남 거품
총선패배땐 앞길 안갯속…이대통령과 차별화 관건
유리성 - 뚜렷한 비전 제시 없고수도권 불안·호남 거품
총선패배땐 앞길 안갯속…이대통령과 차별화 관건
2012년 대선을 1년6개월여 앞둔 현재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단연 선두주자다. 40%에 육박하는 지지율은 다른 대선주자들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박근혜 대세론’에 관한 의구심은 여야를 막론하고 제기된다. 야권 단일후보와 맞대결할 경우 어금버금한 일부 여론조사, 최근 제기된 동생 박지만씨의 삼화저축은행 사건 연루 의혹, 황우여 원내대표의 ‘알현’ 논란 등에 보인 권위적 행보 등은 그의 대세론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 콘크리트냐 크리스털이냐 박근혜 대세론은 여론조사로만 보면 의문의 여지가 없다. 세종시법 수정 논란 때를 빼면 그의 지지율은 내내 40% 언저리다. 대세론은 허구가 아니라고 보는 이들은 이 지지율이 오랫동안 다져진 것이라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 한나라당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세종시법 수정, 신공항 문제 등에서 보여준 신뢰의 정치와 절제된 말, 대표 시절 보여준 위기관리 능력 등이 쌓인 결과”라고 말했다.
표의 확장성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정치평론가인 고성국 박사는 “박 전 대표의 연이은 복지정책 행보를 보면 중간층 공략 의지가 확고하다”며 “주목할 점은 충성도 높은 박 전 대표의 지지층이 이런 박 전 대표의 중도 이동 행보를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확장성이 높다”고 말했다.
충청권을 포함한 박 전 대표의 고른 지지와 야권에 호남 맹주가 없다는 점도 박근혜 대세론의 견고함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 한나라당 중진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역대 대선에서 승패를 갈랐던 충청권의 지지가 어느 주자보다 높다. 더구나 손학규, 유시민, 문재인 등 야권 주자들이 과거처럼 호남표를 전적으로 흡수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세론이 깨지기 쉬운 크리스털과 같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주로 지적되는 점은 박 전 대표가 여전히 뚜렷한 자신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박 전 대표의 높은 지지율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특권과 차별 없는 사회’,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 같은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에 토대를 둔 게 아니다”라며 “이런 점에서 화려하지만 금세 사그라지는 불꽃놀이형 대세론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사 평론가인 김종배씨는 박근혜 대세론이 이른바 ‘실적’으로 검증된 바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17대 총선과 재보선에서는 박 전 대표가 ‘선거의 여왕’으로서 파워를 증명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 이후 그는 대중과 맞대면한 선거에 참여한 적이 없다”며 “지난 정권에서 보인 그의 파워가 자신의 힘이었는지 정권심판론에 기댄 것인지 증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도권 20~40대 유권자층에서 평균 지지율보다 낮은 지지를 받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한 친박 의원은 최근 박 전 대표에게 “수도권 젊은 층의 지지를 끌어내지 못하면 대선 승리는 없다. 당장에라도 혈혈단신으로 수도권 현장을 돌며 이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건의했다고 전했다.
지지율 거품론도 여전하다. 한 한나라당 당직자는 “현재 20%가량인 호남 지지율은 야권 후보가 가시화되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다음 대선에서 야권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이 훨씬 높은 걸로 나온다는 점에서 박 전 대표의 현재 지지율은 의아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 시험대는 내년 총선 박근혜 대세론의 분수령은 내년 총선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권영진 한나라당 의원은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내년 총선 결과다. 사실상 연말 대선과 한 묶음인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1당을 놓치면 대세론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도 관건이다. 김형준 교수는 “이 대통령과 한 묶음으로 간다면 결국 박 전 대표도 동반하락할 수 있고 지나치게 각을 세우면 여권 지지층이 갈라진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이란 산을 어찌 넘느냐가 박 전 대표에겐 딜레마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개인적 판단에 의존하는 정무 시스템도 대세론을 위협하는 내부 요인이란 지적이 많다. 고성국 박사는 “황우여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일었던 ‘알현’ 논란이나, 최근 박지만씨 의혹에 관해 ‘동생이 말했으니 끝난 것 아니냐’는 말실수가 한두번 더 나온다면 박 전 대표의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투표장에서 국민의 선택이 있기 이전에 ‘대세론’이니 하며 마치 선거 결과를 예단하는 듯한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대선주자 관련 최근 여론조사
■ 시험대는 내년 총선 박근혜 대세론의 분수령은 내년 총선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권영진 한나라당 의원은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내년 총선 결과다. 사실상 연말 대선과 한 묶음인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1당을 놓치면 대세론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도 관건이다. 김형준 교수는 “이 대통령과 한 묶음으로 간다면 결국 박 전 대표도 동반하락할 수 있고 지나치게 각을 세우면 여권 지지층이 갈라진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이란 산을 어찌 넘느냐가 박 전 대표에겐 딜레마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개인적 판단에 의존하는 정무 시스템도 대세론을 위협하는 내부 요인이란 지적이 많다. 고성국 박사는 “황우여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일었던 ‘알현’ 논란이나, 최근 박지만씨 의혹에 관해 ‘동생이 말했으니 끝난 것 아니냐’는 말실수가 한두번 더 나온다면 박 전 대표의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투표장에서 국민의 선택이 있기 이전에 ‘대세론’이니 하며 마치 선거 결과를 예단하는 듯한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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