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올루세군 오바산조 나이지리아 대통령을 위한 국빈 오찬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통합신당과 원칙같다”
친노의원들 부쩍 강조
친노의원들 부쩍 강조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4일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직접 찾아가 만난 것을 전후로, 여당 내 ‘친노(친 노무현) 직계’ 의원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이들을 통해 노 대통령의 뜻이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전달됐다고 한다. 노 대통령의 정권 재창출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함께, 정계개편 자체에 대해선 굳이 반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주요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신당에 강력히 반대해온 노 대통령의 속내가 변한 것일까.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씨는 최근 여당의 재선 및 ‘386 출신’ 초선 의원들을 잇달아 만났다. 안씨는 “대통령의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며 노 대통령이 정계개편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광재·이화영·윤호중 의원 등 ‘친노 직계’ 의원들도 노 대통령이 큰 틀에선 통합신당론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는 점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명분과 대선 승리에 대한 전망만 선다면 노 대통령이 정계개편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노 대통령은 스스로 정권 재창출의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하는 순간 탈당이 아니라 ‘탈당’의 할아버지라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거론되는 통합신당론이 ‘도로 민주당’의 탈을 벗어나기 어려우며 따라서 정권 재창출도 불가능하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는 얘기지, 정계개편 자체엔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친노 직계’ 의원들은 곧 자신들의 구상을 상세히 정리해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신당 반대’라는 수동적 태도를 넘어 구체적인 정치일정을 제시하는 등 좀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겠다는 얘기다. 이들 구상의 핵심은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다. 전당대회에서 대선에 도전하지 않을 공정한 당의장을 선출하고, 이 당의장이 외부 인사들을 영입해 오픈 프라이머리로 대선 후보를 뽑는다는 구상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노 대통령의 정치스타일은 모든 것을 걸고 소신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듯하지만 완강한 반대에 부닥칠 경우 상황에 맞춰 변화할 줄도 안다”며 “통합신당론이 당내 대세라는 것을 간파한 대통령이 이를 부분적으로 수용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오영식 의원은 “노 대통령이 지난 주말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찾아간 것은 다중적 의미가 있다. 노 대통령이 민주당과의 통합 문제에서 분명한 선을 긋기보다는, 명분과 비전에 따라 충분히 통합신당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는 신호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노 대통령 생각이 바뀐 것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전술적 유연성이 아니냐는 분석도 당내에 적지 않다. 친노 직계 의원들이 전하는 말들을 종합해 봐도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의 뼈대를 유지하겠다는 원칙을 바꾼 것 같지는 않다. 최근 노 대통령 특보로 임명된 이해찬 전 총리도 몇몇 의원들에게 “당을 사수하자는 게 아니라 먼저 당을 강하게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당분간 정계개편을 둘러싼 물밑 조율이 있겠지만, 언제 열린우리당이라는 그릇을 깨뜨릴 것인가 하는 본질적인 문제를 놓고선 충돌이 불가피하리란 전망이 여전히 많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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