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6일 오후 천안 단국대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특강을 하면서 밝게 웃고 있다. 최근 지지율이 정체 상태이긴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여전히 자신감을 잃지 않고 있다고 그의 측근들은 말한다. 천안/연합뉴스
이명박에 10%p 이상 뒤져…TK서도 밀려 비상
“경선땐 야전 지도력 진가 발휘할 것”자신감
“경선땐 야전 지도력 진가 발휘할 것”자신감
10월 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측근 의원들이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의원들은 박 전 대표에게 “이젠 본격적인 경선 행보에 나서라”고 강하게 주문했다. 이들은 추석 이후 같은 당 대선 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의 여론조사 지지율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벌어지는 데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박 전 대표도 이들의 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특강을 통한 적극적인 이슈 제기, 당내 조직 활동 활성화 등에 대해 박 전 대표도 공감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진영의 초조함과 답답함이 읽히는 대목이다. 물론 박 전 대표 진영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어떻게 반전을 이룰 것인가”에 대해선 고민하는 기색이 뚜렷하다.
텃밭인 티케이도 비상 = 박 전 대표는 10월15일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에서 텃밭이랄 수 있는 대구·경북 지역(티케이·TK)에서 이 전 시장에게 10%포인트 가까운 격차(37.4% 대 27.9%)로 밀렸다. 박 전 대표는 9월 중순까지만 해도 그만큼의 격차로 앞섰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대부분 ‘친박근혜’(친박)로 분류되던 영남권 의원들이 박 전 대표 쪽과 거리를 두거나 발을 빼기 시작했다는 얘기들이 당내에선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지난 2일 서초포럼 특강에서 친박계 의원 20여명이 대거 참석하긴 했지만 이 전 서울시장과의 격차가 커진 것을 의식해 세 과시를 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왔다. 영남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최근 이 전 시장 쪽에 전화를 걸어 “지역에서 필요한 일이 있으면 돕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 전 대표의 한 핵심 측근은 “의원들이 이 전 시장 쪽으로 쏠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진영에서 의원들의 이탈을 막고 세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은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그동안 박 전 대표 자신이 경선 조기 과열을 경계해 측근들의 조직 활동에 부정적이었던 탓이다. 또 캠프 내에 ‘좌장’ 구실을 할 만한 측근도 도드라지지 않는다. 김무성, 유승민 의원이 핵심으로 꼽히지만, 당내에선 두 의원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히 갈려 이들이 선뜻 전면에 나서진 못하고 있다는 평이다. 이 전 시장 진영의 이재오 최고위원이나 이상득 의원이 발벗고 뛰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반전 카드가 마땅치 않다 = 부산 출신의 한 친박계 의원은 “이명박 하면 경부운하가 떠오르는데 박 전 대표에겐 그런 게 없다. 자신만의 이슈를 제기하지 못하면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답답해했다. 박 전 대표 쪽은 경부운하에 대해선 입을 닫고 있다. 섣부르게 비판했다가 이 전 시장만 키워줄 뿐이란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를 상쇄할 마땅한 ‘박근혜표 공약’이 없다는 게 박 전 대표 쪽의 고민이다. 북 핵실험은 외교·안보 쪽에서 비교 우위에 있던 박 전 대표 쪽에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했다. 강한 리더십과 경제 안정을 바라는 여론은 이 전 시장 쪽으로 쏠렸다. 박 전 대표는 앞으로 강연정치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이지만, 정국을 이끌 만한 굵직한 의제를 던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한 관계자는 “여러 현안에 관해서 얘기할 수는 있겠지만 이를 통해 정국을 선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여전히 자신만만? = 주변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 자신은 여전히 자신감에 차 있다고 측근 인사들은 말한다. 지지율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한다. 이명박 전 시장이나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활발한 행보에 대해서도 “국회의원이 아닌 분들이라 그렇게 나서는 게 불가피하지만, (현역 의원인) 나는 연말까지 의정 활동에 충실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 쪽은 “본격적인 경선 국면에 들어가면 야전 성향이 강한 박근혜의 진가가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측근은 △당 대표 시절 7%의 당 지지율을 53%까지 끌어올린 경험 △누구보다 강한 자발성을 띤 지지자들을 두고 있다는 점 등을 박 전 대표의 ‘자신감의 근원’으로 지적했다.
지난 2일 서초포럼 주최 강연에서 박 전 대표는 대북 특사를 맡을 용의를 내비쳤다. 대북정책에서 경쟁자들과는 다른 길을 택한 것이다. 활동 폭도 넓어지고 있다. 6일 천안 단국대에서 다섯달 남짓 만에 대학특강 자리에 나선 것을 비롯해 5일엔 전북 익산의 한센병환자 정착촌을 찾았다. 그의 측근들은 “앞으로 기업 활성화 대책을 포함해 부동산, 교육 등 국민 관심이 집중된 분야의 정책들을 제시할 계획이다. 한번 지켜보라”고 말하고 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박근혜-이명박 지지도 추이(06년 11월 2일)
지난 2일 서초포럼 주최 강연에서 박 전 대표는 대북 특사를 맡을 용의를 내비쳤다. 대북정책에서 경쟁자들과는 다른 길을 택한 것이다. 활동 폭도 넓어지고 있다. 6일 천안 단국대에서 다섯달 남짓 만에 대학특강 자리에 나선 것을 비롯해 5일엔 전북 익산의 한센병환자 정착촌을 찾았다. 그의 측근들은 “앞으로 기업 활성화 대책을 포함해 부동산, 교육 등 국민 관심이 집중된 분야의 정책들을 제시할 계획이다. 한번 지켜보라”고 말하고 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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