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출신 22명 재경부 6명 등 활약중
“전문성 보완” 내세워 하위직까지 영입
이헌재씨처럼 김앤장―관직 순환도 문제
은밀한 성과급 소문에 “기본급만 준다”
“전문성 보완” 내세워 하위직까지 영입
이헌재씨처럼 김앤장―관직 순환도 문제
은밀한 성과급 소문에 “기본급만 준다”
[ 새로운 권력 ‘김앤장’ - (상)로펌 베일 뒤 로비 그림자 ]
참여정부가 갓 출범한 2003년 초. 청와대 사정비서관, 법무비서관 등 핵심 비서관들 사이에서는 법률시장 정비에 관한 몇차례 논의가 있었다. 이 가운데 하나는 대형 법무법인들이 전직 고위 공직자들을 고문으로 많이 고용하고 있는 대목이었다.
사정비서관 주재로 국세청,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실무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사정기관협의회에서 국세청 쪽에 대형 로펌 고문들의 소득현황 자료를 파악하라는 주문이 떨어졌다. 고문들이 기본급 외에 사건별로 받는 성과급을 파악해 이들이 어떤 사건에서 무슨 역할을 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국세청 쪽은 끝내 이 자료를 내놓지 않았다. 결국 이 문제는 없던 일로 흐지부지됐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국세청 조사국장은 현재 김앤장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다른 법무법인과 상담하다 보면 ‘이건은 법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는 말도 듣는데, 김앤장에서는 ‘한번 해봅시다’라는 말만 듣는다. ”여러 법무법인과 접촉해온 한 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김앤장의 이런 자신감의 배경에는 분야별로 전문화된 국내 최고 수준 변호사들의 법률 서비스 외에 고문이나 전문위원이라는 이름의 공직자 출신들의 능력이 다른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법무법인들은 대부분 고문들을 두고 있다. 그동안 ‘고문=로비스트’라는 이유로 비법률가 출신 고문을 두지 않던 법무법인 광장도 지난해부터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위원회 고위직 출신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고문들이 없으면 법무법인의 영업이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이를 선도해온 곳이 바로 김앤장이다. 김앤장은 1980년대 후반부터 현홍주 전 주미대사 등을 고문으로 영입하기 시작해 현재 가장 많은 고문과 전문위원을 두고 있다.
김앤장이 <한겨레>에 밝힌 고문은 6월 말 현재 14명이다. <표> 대개 국장급 이상의 고위직은 고문으로, 그 이하는 전문위원이라는 직함이 주어진다. 전문위원은 현재 14명이라고 김앤장은 밝혔다.
그러나 김앤장 홈페이지에서 내부 구성원들만 볼 수 있는 구성원 검색 페이지를 들어가보니, 5월 말 현재 공직자 출신은 44명이었다. 관세청을 포함한 국세청 출신이 모두 22명으로 가장 많고, 재경부 6명, 산자부 4명, 노동부 3명, 금감위 출신 2명 외에 외교부, 공정위, 국무조정실, 보건복지부, 감사원, 한국은행, 국방부 출신이 각각 1명씩이었다.
이들의 역할에 대해 김앤장은 “세무사 등 변호사가 전문화되지 않은 분야가 꽤 있어 이런 분야에서 전문성을 보완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검찰도 국세청이나 금감원 파견자들의 도움을 받고 있지 않으냐”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국세청·금감원 등 중요 경제부처의 하위직까지 직급별로 ‘실장’이나 ‘부실장’이라는 직함으로 영입하고 있는 것은 잘 설명하지 못한다. 김앤장은 “직급별로 하는 일이 다르고, 신참 변호사들을 훈련시켜 쓰는 것처럼 일종의 훈련 개념으로 하위직들을 쓰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고도의 전문지식을 갖춘 고위직 출신을 영입하면서 굳이 하위직을 훈련까지 시켜가며 쓸 이유는 없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김앤장은 심지어 대검 중수부나 서울지검 특수부의 수사관들도 4명을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앤장은 “검사 출신 변호사가 개업해 수사관들을 사무장으로 쓰는 경우가 있듯이 심부름을 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각종 내사 정보 등 중요 수사 정보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들의 역할과 관련해 전 금감원 간부는 이렇게 설명했다. “김앤장의 금감원 출신들이 가끔 금감원 후배들에게 밥과 술을 사면서 특정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내가 있을 때는 이렇게 했다’는 식으로 조언도 한다. 말하자면 의뢰인과 관과의 커뮤니케이션 통로이자 로비 통로라고 보면 된다.”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특정 사건과 관련해 활동을 할 경우 변호사법 위반이 된다. 그러나 김앤장은 “이들이 변호사를 보조해 활동하는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다. 한 정부 부처 산하 기관장은 “내가 보기에 김앤장의 힘은 돈보다는 자리에 대한 약속 또는 암시가 더욱 매력적이다. 어떤 고위공무원한테 김앤장에 있는 전직 장·차관이 기사 딸린 승용차를 타고 나타나 ‘심심할 때 골프나 치자’고 한다. ‘너도 김앤장에 갈 수 있다’는 암시를 주는 거다. 그리고 어떤 사안을 부탁하면 들어줄 수밖에 없지 않겠나”고 말했다. 고문들은 또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사외이사를 맡거나 정부 산하 각종 위원회 등에 참여함으로써 정부나 경제계에서 유통되는 고급정보들에 접할 기회도 많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고문들이 다시 주요 공직에 임명되는 등 관직을 오가는 것이다. 이헌재씨는 김대중 정부에서 초대 금감위원장을 지낸 뒤 김앤장 고문으로 있다가 다시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로 임명됐고, 퇴임 뒤 다시 김앤장에 복귀했다. 후임인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도 김앤장 고문으로 있다 임명장을 받았다. 이밖에 재경부 과장 출신인 전홍렬씨는 97년부터 김앤장 고문으로 있다가 지난해 초 금융감독원 부원장으로 임명됐다. 검사 출신으로 2000년부터 김앤장에서 일한 박정규 변호사는 2004년 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다가 김앤장에 복귀했다. 공무원들 처지에서 보면, 김앤장 고문 출신이 어느날 자신의 인사권을 가진 상관으로 올 수도 있는 셈이니 평소에 김앤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고문들의 보수도 논란거리다. 변호사가 아닌 이들이 특정 사건 수임이나 해결과 관련해 돈을 받게 되면 변호사법 위반이나 알선수재죄가 된다. 물론 김앤장은 “고문 등에게 기본급 외에 성과급 등을 지급한 적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 국세청 고위관계자는 “김앤장의 소득분배 구조를 한번 들여다본 적이 있는데, 고문들의 소득이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대략 기본급으로 연봉 2억~3억원 외에 성과급이 있었다”고 귀띔했다. 김인현 최혜정 기자 inhyeon@hani.co.kr
서울 종로구 내자동에 있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이들의 역할과 관련해 전 금감원 간부는 이렇게 설명했다. “김앤장의 금감원 출신들이 가끔 금감원 후배들에게 밥과 술을 사면서 특정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내가 있을 때는 이렇게 했다’는 식으로 조언도 한다. 말하자면 의뢰인과 관과의 커뮤니케이션 통로이자 로비 통로라고 보면 된다.”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특정 사건과 관련해 활동을 할 경우 변호사법 위반이 된다. 그러나 김앤장은 “이들이 변호사를 보조해 활동하는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다. 한 정부 부처 산하 기관장은 “내가 보기에 김앤장의 힘은 돈보다는 자리에 대한 약속 또는 암시가 더욱 매력적이다. 어떤 고위공무원한테 김앤장에 있는 전직 장·차관이 기사 딸린 승용차를 타고 나타나 ‘심심할 때 골프나 치자’고 한다. ‘너도 김앤장에 갈 수 있다’는 암시를 주는 거다. 그리고 어떤 사안을 부탁하면 들어줄 수밖에 없지 않겠나”고 말했다. 고문들은 또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사외이사를 맡거나 정부 산하 각종 위원회 등에 참여함으로써 정부나 경제계에서 유통되는 고급정보들에 접할 기회도 많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고문들이 다시 주요 공직에 임명되는 등 관직을 오가는 것이다. 이헌재씨는 김대중 정부에서 초대 금감위원장을 지낸 뒤 김앤장 고문으로 있다가 다시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로 임명됐고, 퇴임 뒤 다시 김앤장에 복귀했다. 후임인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도 김앤장 고문으로 있다 임명장을 받았다. 이밖에 재경부 과장 출신인 전홍렬씨는 97년부터 김앤장 고문으로 있다가 지난해 초 금융감독원 부원장으로 임명됐다. 검사 출신으로 2000년부터 김앤장에서 일한 박정규 변호사는 2004년 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다가 김앤장에 복귀했다. 공무원들 처지에서 보면, 김앤장 고문 출신이 어느날 자신의 인사권을 가진 상관으로 올 수도 있는 셈이니 평소에 김앤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고문들의 보수도 논란거리다. 변호사가 아닌 이들이 특정 사건 수임이나 해결과 관련해 돈을 받게 되면 변호사법 위반이나 알선수재죄가 된다. 물론 김앤장은 “고문 등에게 기본급 외에 성과급 등을 지급한 적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 국세청 고위관계자는 “김앤장의 소득분배 구조를 한번 들여다본 적이 있는데, 고문들의 소득이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대략 기본급으로 연봉 2억~3억원 외에 성과급이 있었다”고 귀띔했다. 김인현 최혜정 기자 inhye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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