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면계약 자문…당국에 영향력…법령 개정까지 관여
[ 새로운 권력 ‘김앤장’ - (상)로펌 베일 뒤 로비 그림자 ]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7월 현대전자는 캐나다 시아이비시은행(CIBC)에 국민투신 지분 30%를 팔겠다고 재경원에 신고했다. 그러나 재경원은 조사 결과 이는 외국인투자가 아니라, 사실상 당시 법적으로 금지된 현금차관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일정기간 뒤 더 비싼 값에 현대가 되사는 이면합의를 추진 중임을 현대전자와 해당 은행 수임 변호사가 인정했다는 설명이었다.
그 뒤 현대전자와 이 사건을 수임한 김앤장은 각각 “이면계약을 체결했거나 체결할 예정이 없다”는 거짓 확인서를 재경원에 냈고, 재경원은 이를 근거로 외국인 투자를 승인했다. 그러나 2000년 3월 시아이비시가 이면계약에 따른 주식매수 청구권을 행사하면서 이면계약의 존재는 사실로 드러났다. 이에 김앤장은 “우리는 당시 이면계약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김앤장이 현대전자에 보낸 ‘(자문료) 청구서’에는 김앤장이 모든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음이 드러난다. 청구서를 보면, 김앤장은 △(외국인투자가 아닌) 여신지원 방법과 관련해 현대전자로부터 수신된 팩스를 검토했고 △주식매수 청구권 계약(이면계약) 초안을 작성하고 수정했다. 또 재경원에 이면계약이 없다는 거짓 확인서를 내면서 △시아이비시 및 현대와 연락하고 △초안과 수정본을 작성했다.
이 사건은 김앤장의 힘과 그림자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외환위기 원인의 하나로 꼽히는 기업들의 불법차관을 도와주고 거짓 확인서로 당국을 무마시킨 데 이어, 이제는 “전혀 몰랐던 일”이라고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과 관련해 김앤장은 “매각 주간사인 모건스탠리와 론스타를 자문한 미국 법무법인 등이 주요 역할을 다 했으며, 우리 구실은 극히 미미했다”는 태도다. 그러나 일부에서 외환은행 헐값매각의 몸통으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그가 고문으로 있던 김앤장을 지목하는 까닭은 뭘까? “김앤장은 법률적 조언뿐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당국 등에 확인하는 역할까지 하고, 감독 당국에서 이상한 해석을 내리면 상층부에 영향력을 행사해 뒤집기도 한다. 김앤장은 다른 법무법인들보다 조금 정치적이다.”(전 금융감독원 간부) “일을 하다보면 법률 판단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때가 많다. 이를 유리하게 해석하고 영향력 있게 해결하는 데 가장 뛰어난 곳이 김앤장이다. 한국에 진출하려는 외국계 기업 처지에서 보면 김앤장만큼 매력적인 데가 없다.”(전 외국계 기업 대표) 김앤장의 힘은 소속 변호사나 고문 등을 통해 의뢰인과 관과의 의사소통 통로 구실을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각종 인허가 및 규제 등을 규정하고 있는 법령 개정 등에도 영향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만들어진 금융 관련 법령들 중 개정 증권거래법과 자산유동화법, 간접투자자산 운용법 등은 김앤장이 깊숙이 개입한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김인현 최혜정 기자 inhye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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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김앤장의 힘과 그림자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외환위기 원인의 하나로 꼽히는 기업들의 불법차관을 도와주고 거짓 확인서로 당국을 무마시킨 데 이어, 이제는 “전혀 몰랐던 일”이라고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과 관련해 김앤장은 “매각 주간사인 모건스탠리와 론스타를 자문한 미국 법무법인 등이 주요 역할을 다 했으며, 우리 구실은 극히 미미했다”는 태도다. 그러나 일부에서 외환은행 헐값매각의 몸통으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그가 고문으로 있던 김앤장을 지목하는 까닭은 뭘까? “김앤장은 법률적 조언뿐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당국 등에 확인하는 역할까지 하고, 감독 당국에서 이상한 해석을 내리면 상층부에 영향력을 행사해 뒤집기도 한다. 김앤장은 다른 법무법인들보다 조금 정치적이다.”(전 금융감독원 간부) “일을 하다보면 법률 판단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때가 많다. 이를 유리하게 해석하고 영향력 있게 해결하는 데 가장 뛰어난 곳이 김앤장이다. 한국에 진출하려는 외국계 기업 처지에서 보면 김앤장만큼 매력적인 데가 없다.”(전 외국계 기업 대표) 김앤장의 힘은 소속 변호사나 고문 등을 통해 의뢰인과 관과의 의사소통 통로 구실을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각종 인허가 및 규제 등을 규정하고 있는 법령 개정 등에도 영향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만들어진 금융 관련 법령들 중 개정 증권거래법과 자산유동화법, 간접투자자산 운용법 등은 김앤장이 깊숙이 개입한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김인현 최혜정 기자 inhye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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