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팀장
개편안 나오기까지
16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은 이명박 당선인의 주도 아래 박재완 정부혁신·규제개혁 태스크포스(TF)팀장, 박형준·곽승준 기획조정분과위 인수위원이 핵심으로 참여했다.
박 팀장은 실무를 책임지고 밑그림을 그렸다. 미국 하버드대 정책학 박사 출신인 그는 1979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총무처와 감사원 등에서 관료 생활을 했고, 94년부터는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국가혁신의 비전과 전략’, ‘작지만 유능하고 투명한 정부’ 등 정부혁신에 관한 책과 논문을 발표했다. 정치엔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입문했고 강재섭 대표 비서실장을 맡았다. 조직개편에 관한 토론과 논의는 박 팀장이 짜온 개편안에서 시작했다.
박형준 위원은 이명박 당선인과 인수위 사이의 조정자 구실을 했다. 박 위원은 17대 국회 등원 전 동아대 사회학과 교수를 지내며 지방자치나 조직 개편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지난해 당내 경선과 대선 내내 이 당선인의 대변인을 맡은 최측근이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박 위원은 “이번 조직개편안 가운데 비경제부분인 정보통신, 방송, 문화 관련 부서의 개편안에 관심을 기울이고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재과학부’와 ‘기획재정부’등의 부처 이름을 직접 짓는 등 ‘작명가’로서의 면모도 보였다. 곽승준 위원은 대선 기간 때 이 당선인의 정책을 총괄했다. 그는 인수위 출범 전 10여개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검토하며 조직개편 작업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인 그는 이번 조직개편 작업에서 경제·금융 관련 부서의 개편 안에 주도적인 구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 당선인과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에서 짧게는 4~5시간 길게는 7시간이 걸리는 마라톤 회의를 수차례 거듭하며 개편안을 짰다. 사무실에서의 밤샘작업도 수차례였다고 한다. 이들은 보안을 지키려 휴대전화는 거의 받지 않았다.
이들이 가장 고민한 부분은 각 부서의 업무 구획 나누기 작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관측과는 달리 부처의 통폐합이나 수 문제는 이미 초기부터 의견이 모아져 논의과정에서 한번도 변동이 없었다고 한다. 박재완 팀장은 “초기부터 개편안의 뼈대는 13부 2처로 정해져 바뀐 적이 없다. 하지만 부서간 업무 범위를 정하느라 완성된 조직개편안만 세 차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게 보완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통일부·해양수산부·정보통신부·여성부 등은 저마다 자기 부처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주장하며 치열한 여론전과 로비전을 벌이기도 했다. 박 팀장은 “순수 과학을 연구해 온 과학기술계 인사들이 ‘과기부가 독립하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이 다 죽는다’는 호소가 가장 뿌리치기 어려웠다”고 곤혹스러움을 털어놨다. 이 과정에서 이 당선인은 농수산식품부 이름을 직접 거명하며 꼼꼼하게 조직개편안 논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세 차례나 이 당선인의 결제가 보류됐던 최종안은 지난 14일 밤 당선인에게 보고됐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박형준 인수위원
곽승준 인수위원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